트럼프, 핵심 지지층 '공화당 복음주의' 겨냥했다는 해석 나와
[아시아경제 권재희 기자]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올해도 어김없이 '메리 크리스마스(Merry Christmas)'라는 용어로 성탄절 인사를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메리 크리스마스'라고 적은데 이어 부인인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와 함께 찍은 동영상에서도 '메리 크리스마스'라고 말했다.
미국 대통령의 성탄절 인사말이 주목받는 것은 왜일까.
이는 최근들어 다문화·다민족 국가인 미국에서 '메리 크리스마스'라는 표현이 기독교 편향적이라는 지적이 일며 미국 전역에서 성탄절 인사말로 '해피 홀리데이(Happy Holidays)'가 보편적으로 사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전문매체 더힐이 지난해와 올해 퓨리서치가 조사한 자료를 바탕으로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미국인의 65%가 자신을 기독교인이라고 밝혔다. 이는 10년 새 12% 감소한 수치다. 반면 무신론자 응답 비율은 같은 기간 17%에서 26%로 증가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2016년 대선 기간 "메리 크리스마스를 되찾아 오겠다"고 선언하며 그의 성탄절 인사말은 줄곧 관심의 대상이 되어왔다. 트럼프는 대통령 취임 후 2017년부터 올해까지 3년 내내 '메리 크리스마스'를 썼다.
지난 2017년 워싱턴포스트는 과거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을 추적해 그가 '해피 홀리데이'라는 용어를 많이 써왔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트럼프가 대통령이 된 후 '메리 크리스마스'라는 인사말을 사용하는 것은 공화당의 핵심 지지층인 복음주의 기독교 유권자를 의식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실제로 정당 지지 성향에 따라 크리스마스의 의미나 인사말을 바라보는 관점의 차이가 드러난다.
더힐이 여론조사기관 해리스X와 지난 13~14일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공화당 지지층의 57%가 크리스마스가 종교적 휴일로서 강조되지 않는다고 답해 민주당 지지층(45%), 무당파(37%)보다 높게 나타났다.
'욕의 역사' 저자인 멜리사 모는 NBC방송에 기고한 글에서 공공종교연구소의 2016년 조사를 인용해 '상점과 기업이 다른 믿음을 가진 사람을 존중하기 위해 메리 크리스마스 대신 해피 홀리데이를 사용해야 하느냐'는 설문에 공화당 지지층의 67%는 '아니다'라고 답했다고 밝혔다. 반면 민주당 지지층의 66%는 그렇다고 대답해 대조를 보였다.
그러면서 서부에 사는 60대 이상 공화당 지지 남성이 '메리 크리스마스'를, 북동부의 18~29세 민주당 지지 여성이 '해피 홀리데이'를 가장 고집하는 층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모는 "메리 크리스마스나 해피 홀리데이를 사용하는 것은 더는 낯선 사람을 편안하게 만들지 않는다"며 "두 인사말의 주된 기능이 말하는 사람을 특징짓는 것이 됐다"고 평가했다.
과거 크리스마스 인사말은 '고마워'나 '잘 지내?'라는 표현처럼 의례적이었지만 이제는 이념, 나이, 지리, 성별의 차이를 나타내는 말이 됐다는 뜻이다.
모는 상대방을 알고 있다면 '메리 크리스마스'든, '해피 홀리데이'든 무방한 인사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자신의 정치적 성향이나 경제적 신분을 드러내고 싶지 않다면 "안녕. 12월잘 지내세요?"(Hi! How are you this December?),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Happy New Year)가 무난한 인사법이 될 것이라고 제안했다.
권재희 기자 jayf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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