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아시아경제 원다라 기자, 전진영 기자] 김진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청와대에 차기 국무총리직 고사 의견을 전달했고 대신 정세균 전 국회의장이 총리 제안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11일 여권의 한 관계자는 "김 의원이 지난 주말 청와대 고위 인사를 만나 총리직을 수행하기 어려울 것 같다는 이야기를 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민주노총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등 진보진영에서 반대 의견이 계속 나오자 김 의원이 대통령께 짐이 되지 않는 방법을 선택한 것 같다"고 고사 이유를 설명했다.
김 의원은 경기도 수원에서 태어나 경복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후 1973년 제13회 행정고시 합격을 시작으로 정통 관료로서 폭넓은 경험을 쌓았다. 참여정부 시절 경제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교육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을 역임했다. 현 정부 들어선 인수위원회 성격의 국정기획자문위원장을 맡아 소득주도성장 등 문재인 정부의 100대 국정과제를 완성해,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과제목표를 가장 잘 이해하고 있는 사람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차기 총리는 정 전 의장으로 정리된 것으로 확인됐다. 정 전 의장 쪽 복수의 관계자들은 "총리 제안을 받은 것은 사실"이라며 "현재 고심 중인데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 같은 정황을 감안하면 김 의원의 고사 직후 차기 총리 후보자로 정 전 의장이 급부상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김 의원이 사실상 정 전 의장 라인으로 분류되는 것을 감안하면 '결자해지' 차원에서 고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전개되는 모양새다. 정 전 의장은 입법부 수장인 국회의장을 역임해 총리직을 맡는 것이 '격'에 맞느냐는 논란도 제기돼 총리 후보군에서 그동안 제외됐다.
정 전 의장은 열린우리당 의장, 민주당 대표, 국회의장 등을 역임한 6선 의원이다. 쌍용그룹에 입사해 임원을 역임하는 등 실물 경제에 대한 경험도 풍부하다. 김 의원과 함께 민주당 내에서 대표적인 '경제통'으로 평가받는 인물이다.
김 의원은 이낙연 총리의 민주당 복귀 움직임이 급물살을 타면서 차기 총리 후보 우선 순위로 거론된 바 있다. 4선의 정치 경험과 경제 전문성을 토대로 문재인 정부 집권 후반기 국정 안정에 도움을 줄 적임자로 인식됐다.
하지만 '합리적인 보수' 성향의 김 의원을 놓고 민주노총, 경실련 등의 '지명 반대' 움직임이 이어지면서 기류가 바뀌었다. 소상공인연합회, 외식업중앙회, 한국SWㆍICT총연합회 등 경제시민단체들은 어려운 경제상황에서 김 의원이 총리가 돼야 한다는 내용의 지지성명을 발표했다. 김 의원은 일부 시민단체의 반대에도 여전히 유력한 총리 후보로 인식됐지만 본인이 고사 의견을 피력하면서 상황이 급박하게 흐르고 있다.
원다라 기자 supermoon@asiae.co.kr
전진영 기자 jintonic@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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