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광호 기자]경제전문가들이 내년 한국 경제에 대해 '오리무중 속의 고군분투'라고 전망했다. 문재인 정부의 정책 기조인 소득주도성장과 노동존중사회에 대해서는 속도조절을 강조한 반면 혁신성장에 보다 방점을 둘 것을 제안했다.
이근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산업연구원이 3일 서울 코리아나호텔에서 개최한 '한국 산업과 혁신 성장: 평가와 전망' 세미나에 참석해 '오리무중'과 '고군분투'를 내년 경제 키워드로 제시했다.
이 교수는 "내년 경제 상황에 미ㆍ중 갈등, 한일 갈등, 유럽 브렉시트 갈등, 남북경협과 비핵화, 국내 경기 등 불확실성이 크다"며 "우리나라의 성장세 하락, 수출 마이너스, 투자 정체, 분배 악화 등 난관에 대처하기 위해 많은 힘을 쏟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지난달 12일 43명의 경제전문가들과 함께 엮은 '2020 한국경제 대전망' 책자를 발간한 바 있다.
이 교수는 경제성장률이 올해 2%를 밑돈 이후 내년에 2%를 근소하게 웃돌 것으로 관측했다. 미ㆍ중 협상 타결, 반도체 국제시세 회복에 따른 수출 회복, 일본의 수출규제에 따른 정부의 소재ㆍ부품ㆍ장비 투자 확대 등으로 상반기까지는 어려워도 하반기부터는 점차 회복될 것이란 판단이다.
이 교수는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세부 정책과 이행 속도를 시장친화적으로 조절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 교수는 "소득주도성장과 노동존중사회의 간판은 유지하더라도 정책 메뉴와 속도는 시장친화적으로 조절하는 타협 모색이 필요하다"며 "노동시장의 격차와 이중구조 개혁을 위한 중장기 계획 수립, 비정규직 노동시장을 직무형에 맞도록 인프라 구축, 공정임금 체계 확립을 위한 체계적 임금개혁 등 정책 메뉴 변경을 통한 노동시장 구조개혁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김호원 서울대 교수도 "조선, 휴대폰을 제외한 주력산업의 회복 지연, 반도체 공급 과잉, 미래성장동력의 반전 모멘텀 미진, 대내ㆍ외 리스크 및 정책 리스크의 존재 등 하방 요인이 아직 광범위하게 남아 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현 상황에 대한 정부의 인식과 정책대응은 시장이 체감하고 요구하는 것과 격차가 있다고 지적했다. 단기 경기전망에 대한 차이보다 한국경제의 펀터멘털과 중장기 산업경쟁력에 대한 시장의 우려와 위기의식의 차이가 더 크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이에 따른 해법으로 현 정부 경제정책의 양대 축인 혁신성장의 강화를 제시했다.
김 교수는 "혁신성장 추진 과정에서 정책 일관성과 시의성, 금융ㆍ규제ㆍ세제 등 정책 조합, 국제 표준과의 부합성 등을 되짚어보고 미진한 점을 보완해야 한다"며 "무엇보다 바이오ㆍ헬스나 인공지능(AI), 공유경제 같은 미래성장동력에 대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 교수는 "현재 우리 기업의 4차산업혁명 대응과 선진국의 격차는 4년 정도이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더 커질 수 있다"며 "시장이 체감할 수 있는 정책의 대전환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광호 기자 kwa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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