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요' 없애는 인스타..."인플루언서 사라져 vs 숫자 매몰 없이 콘텐츠 더 집중" 찬반
팔로잉, 팔로워도 안보이게 해야...'애초에 했어야 했던 정책'이란 반응
좋아요를 누르고, 보일 수 있는 선택권 제한한다는 부정적인 여론도 있어
애덤 알터, '좋아요는 예측불가능한 보상...도박과 같아" SNS 행위중독 지적
인스타그램 CEO "인스타그램으로 경연대회 하길 원치 않아"
[아시아경제 구채은 기자] "인플루언서가 없어질 것이다 vs 숫자에 매몰되지 않고 콘텐츠에 더 집중할 수 있다."
인스타그램 게시물의 ‘좋아요’ 수를 감추는 기능이 한국에도 시범 도입되면서, SNS 유저들이 술렁이고 있다. 우선 "팔로잉, 팔로워 수도 없앴으면 좋겠다"는 지적부터 "포스팅 하는 콘텐츠의 질에 더 집중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긍정적인 반응이 많다. 반면 "좋아요 누르는 재미로 SNS를 했는데 갈아타야겠다. 인플루언서가 없어질 수 있다", "(자신만 볼 수 있는) 좋아요 숫자를 찍어서 인증하는 문화가 생길 것"이라는 부정적인 반응도 만만치 않다.
16일 인스타그램은 한국에서 일부 사용자에 한해 좋아요 수를 보여주지 않는 기능을 시범운영할 방침이다. 숫자 대신, 좋아요는 XX님 외 여러 명으로만 표시된다. 정확한 좋아요 수치는 계정 소유자만 볼 수 있다. 이에따라 좋아요를 늘리기 위해 팔로워를 만들거나, 경쟁적으로 상대방 포스팅에 좋아요를 누르는 SNS 문화도 사라질 전망이다. 인스타그램의 이번 실험은 이용자들이 받는 압박을 해소하고 허위 계정의 과장 광고를 없애겠다는 의지도 반영돼있다. 인스타그램은 앞서 시범 운영을 시작한 캐나다·아일랜드·이탈리아·일본·브라질·호주·뉴질랜드까지 총 12개국 사용자들의 반응을 확인한 뒤 점진적으로 해당 기능을 확대 도입할 방침이다.
인스타그램이 이 정책을 도입하는 이유는 SNS 유저들이 지나치게 '관심경쟁'을 하거나 SNS로 불필요한 스트레스를 받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실제로 많은 사용자가 게시물의 좋아요 수가 적을 때 우울감을 느낄 뿐만 아니라 게시물에 좋아요와 댓글 같은 반응이 없을까 봐 포스팅을 꺼리게 된다고 지적했다. 홍콩 출신 앱 개발자 제인 만춘 웡은 “좋아요 숫자를 숨기면 게시물의 인기에 관한 염려를 덜 수 있다”며 “소셜 미디어가 우울증과 불안을 포함한 정신 건강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여러 연구 결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애덤 모세리 인스타그램 최고경영자(CEO)는 올해 4월 열린 페이스북 개발자 콘퍼런스 ‘F8’에서 “이용자가 인스타그램을 경연대회처럼 느끼길 원치 않는다”고 밝히기도 했다. 급기야 유료로 '좋아요' 숫자를 높여주는 프로그램까지 등장하면서 좋아요의 폐해가 지적되기도 했다.
심리학계에서는 '좋아요' 같은 SNS 상 피드백 기능이 유저들에게 오히려 부정적으로 사용되거나, '행위중독'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을 꾸준히 제기해왔다. 스마트폰과 SNS 중독 문제를 지적해 온 미국의 심리학자 애덤 알터(사진) 교수는 '멈추지 못하는 사람들'(원제 IRRESISTIBLE)이란 책에서 "좋아요는 최고의 디지털마약"이라고까지 표현했다. 그는 특히 "좋아요는 예측불가능한 보상과 거의 비슷한 피드백으로 봐야 한다"면서 "게시물에 좋아요가 하나도 달리지 않으면 포스팅한 당사자는 남몰래 속앓이를 하고, 공개적인 망신처럼 여기게 된다"고 진단했다.
애덤 알터 교수는 1971년 심리학자 마이클 질러의 '비둘기 실험'이 좋아요 중독 현상과 본질적으로 같다고 봤다. 비둘기가 버튼을 쫄 때 매번 모이를 주는 것이 아니라, 버튼을 쪼든 쪼지 않든 횟수의 50~70% 모이를 줄 때 더 열성적으로 버튼을 쪼아 댔던 실험 결과를 예로 든 것이다. 인간은 비둘기 처럼 예측 가능한 보상보다 예측 불가능한 보상에 더 많은 반응을 하게 된다는 결론이다. 알터 교수는 이 실험의 결과가 인스타그램의 '좋아요' 기능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언급한다.
그는 "인간이 도박의 불확실성에 이끌리듯 질러의 비둘기들도 불가능한 보상에 더 이끌렸다. 질러가 실험결과를 발표하고 37년 뒤 페이스북 웹 개발 팀은 수억 명의 인간을 대상으로 비슷한 피드백 실험을 준비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질러의 비둘기들에게 버튼을 누를 동기를 부여해주었던 '예측 불가능한 보상'과 거의 비슷한 현상이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의 '좋아요'에도 나타났다고 지적한다. 알터 교수는 도박이 무작위로 보상을 줘 중독이 되는 것 처럼, 자신이 올린 포스팅에 대한 '좋아요'도 예측이 어려운 보상이고 무작위기 때문에 SNS를 중독적으로 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한편 인스타그램 유저들은 '좋아요'가 사라진 SNS에 대해 다양한 의견과 반응을 쏟아내고 있다. "좋아요 뿐만 아니라 팔로잉, 팔로워도 안 보이게 바꿨으면 좋겠다"(sy***), "진작에 했어야 할 정책이다"(mi***), "인스타그램이 아니라 과시스타그램었다"(JJ***)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표현의 자유 침해라는 지적도 일부에선 제기된다. 단순히 '좋아요'를 가리는 것만으로 SNS의 부작용을 해결할 수 없으며 동지애와 공감대 등을 형성하는 '좋아요'의 선택권을 해칠 수 있다는 것이다. "사용자 의지대로 좋아요를 눌러 콘텐츠를 확산시키는 건데 이를 존중할 수 있는 대안이 마련돼야 한다"(wh***)는 의견이다.
구채은 기자 faktu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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