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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닥다리 패딩 '몽클레르'는 어떻게 다시 전성기를 맞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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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든業스토리]세계 최초 '퀼팅 다운 재킷' 개발, 프랑스 대표 스포츠 브랜드로 부상
나이키·아디다스에 밀려 '한물간 브랜드'로…1990년대엔 파산 위기까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이자 CEO 레모 루피니의 등장으로 명성 되찾아

구닥다리 패딩 '몽클레르'는 어떻게 다시 전성기를 맞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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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윤신원 기자] 급격히 추워진 날씨에 패딩의 계절이 돌아왔다. 그 중심에는 패딩의 대명사,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몽클레르(Moncler)'가 있다. 수백만 원대 고가의 제품이지만 보온성과 디자인을 모두 만족시키는 제품으로 전 세계인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몽클레르는 이탈리아 브랜드로 알려졌지만, 사실 프랑스에서 시작됐다. 1952년 산악가이자 사업가였던 르네 라미용(Rene Ramillon)이 당시 여가 문화에 대한 관심이 증대되는 사회 분위기를 먼저 파악하고 스포츠용품 유통업자로 일하던 앙드레 뱅상(Andre Vincent)과 함께 산악 브랜드를 론칭한 것이 몽클레르의 시작이다.

처음에는 퀼팅 소재의 침낭이나 텐트 등을 생산했다. 그러던 중 르네 라미용의 친구이자 프랑스의 유명한 등반가였던 리오넬 테라이(Lionel Terray)가 고지대 공장 노동자들이 방한을 목적으로 구스다운(거위털)으로 옷을 만들어 입는 것을 보고 제품화시켜달라고 요구했고, 몽클레르는 세계 최초의 퀼팅 다운 재킷 '리오넬 테라이를 위한 몽클레르(Moncler pour Lionel Terray)' 라인을 내놨다.

몽클레르를 입은 프랑스 스키 국가대표

몽클레르를 입은 프랑스 스키 국가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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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대들의 패딩 '몽클레르'의 몰락

리오넬 테라이의 다운 재킷으로 산악인들 사이에서 명성을 얻던 몽클레르는 1964년 리오넬 테라이가 조직한 알래스카(Alaska) 원정대의 공식 후원사로 선정됐고, 1968년에는 그레노블 동계 올림픽에 참여한 프랑스 활강 스키 국가대표팀의 공식 후원사로 선정됐다. 이때부터 프랑스의 국조인 수탉 형태의 로고를 만들었고 지금까지도 몽클레르를 상징하는 심볼로 사용되고 있다.


이 일을 계기로 1980년대에는 시티웨어로 영역을 넓히면서 패션계에 본격적으로 발을 디뎠다. 스키장에서뿐만 아니라 도심에서도 방한복을 하나의 패션 아이템으로 인식하기 시작했고, 여가를 즐기는 상류층의 상징처럼 여겨지면서 대중적으로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당시 헐리우드 스타들과 패션잡지사 직원들이 몽클레르 패딩을 즐겨 입으면서 세련된 이미지가 각인됐다.


하지만 1990년대에 들어서면서 몽클레르의 몰락이 시작됐다. 1992년 이탈리아 회사인 페퍼 컴퍼니(핀파트)가 몽클레르를 인수했지만 나이키와 아디다스 등 새로운 스포츠 브랜드들이 인기를 얻으면서 몽클레르는 한물간 '구닥다리 브랜드'로 인식됐다. 인기가 떨어지면서 매출도 급감했고, 생산라인까지 멈추면서 1999년에는 파산 위기까지 겪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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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모 루피니'의 등장…450억짜리 기업에서 12조 대기업으로

세계 최초 다운 자켓, K2 산 정상을 정복한 방한복, 국가대표들이 입는 패딩, 상류층의 상징 등과 같은 수식어는 소비자들에게 더는 매력적으로 다가오지 않았다. 재정 상태도 엉망이라 몽클레르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건 시간문제였다.

그러던 중 1999년 이탈리아 기업가였던 레모 루피니(Remo Ruffini)가 몽클레르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등장했다. 경영진들은 레모 루피니에게 기업 인수를 제안했고, 2003년 루피니는 인수를 결정했다. 몽클레르의 역사와 기술력, 그리고 잠재성을 믿었기 때문이었다.


루피니가 몽클레르를 살려낸 전략은 간단했다. 디자인에 집중했다. 모든 몽클레르 제품은 프랑스산 거위 털을 사용해 유럽 내에서만 생산한다는 원칙을 세워 품질 관리에도 각별하게 신경 쓰는 한편, 핏과 실루엣을 잡았다. '글로벌 다운 재킷(Global Down Jacket)' 프로젝트를 시행해 주로 남성용이었던 다운 재킷의 고객을 여성까지 확대해 여성들이 모피코트 대신 입을 수도 있는 그런 고급 다운 재킷을 만들어냈다.


다양한 디자이너들과의 콜라보레이션(협업)도 몽클레르가 다시 주목받을 수 있는 이유 중 하나다. 2003년 니콜라스 게스키에르(Nicolas Ghesquiere), 준야 와타나베(Watanabe Junya)와 유명 디자이너들과 협업을 했고, 그 이후로는 펜디(Fendi), 꼼 데 가르송(Comme des Garcons) 등 유명 브랜드와의 협업을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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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장에도 변화를 줬다. 주로 스키 리조트 주변에 있던 매장을 2006년 파리 생토노레 거리 5번지에 직영 매장을 오픈했다. 2008년에는 이탈리아 밀라노, 2009년에는 홍콩, 런던, 2010년에는 뉴욕에 잇따라 매장을 열었다. 그러자 다시 상류층들이 몽클레르를 찾기 시작했다. 헐리우드 스타들이나 부호들이 모피코트 대신 몽클레르를 찾았고 다시 예전의 명성을 되찾았다.


루피니가 몽클레르를 인수한지 10년 만에 66개국 100여개 매장에서 거둔 매출은 5억 달러(약 5850억원)였다. 그리고 지난해에는 약 190여개 매장에서 16억2000만 달러(약 1조9000억원)를 벌어들였다. 루피니가 고작 3500만 유로(약 450억원)에 사들였던 몽클레르의 현재 가치도 94억 유로(약 12조1000억원, 시가총액 기준)로 평가받는다.


루피니는 "나는 창의력을 믿는다. 주변을 관찰하고 항상 다른 방식으로 상상하고, 새로운 표현을 시도하는 건 우리의 가장 근본적인 노력"이라며 여전히 혁신을 강조한다. 몽클레르가 다시 전성기를 누릴 수 있는 건 이런 그의 경영 철학 때문일 것이다.




윤신원 기자 i_dentit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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