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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길의 가을귀]스트리밍 라이프 시대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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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난도·전미영·최지혜·이향은·이준영·김서영·이수진·서유현·권정윤 '트렌드 코리아 2020'

[이종길의 가을귀]스트리밍 라이프 시대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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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기반 실시간 영상 재생(OTT) 서비스 넷플릭스는 1997년 영화 DVD 우편 서비스로부터 출발했다. 스트리밍(streaming)을 도입하면서 매력적인 서비스로 자리잡았다. 스트리밍이란 '흐른다'라는 뜻. 인터넷에서 음악, 드라마, 영화, 소설 등을 다운로드하지 않고 실시간으로 재생하는 콘텐츠 전송 방식이다.


스트리밍은 1995년 미국의 리얼네트웍스사(社)가 개발한 리얼오디오에서 처음 선보인 개념이다. 콘텐츠를 소유하지 않아도 내가 원하는 순간 필요한 서비스에 접속해 소비할 수 있다. 데이터가 물 흐르는 것처럼 재생된다고 해서 스트리밍이라고 부른다.

일상에서 가장 흔히 사용되는 스트리밍은 음원 서비스. 최근에는 영상 콘텐츠가 광범위하게 유통되면서 다양한 OTT 서비스들이 콘텐츠 스트리밍을 제공한다. 선두주자는 넷플릭스다. 영화를 하나하나 고민해 구매하던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언제든 엄선된 콘텐츠를 편하고 자유롭게 볼 수 있는 서비스 덕이다. 월정액까지 저렴하게 책정해 기존 플랫폼형 서비스를 물리쳤다.


경제학자 제러미 리프킨은 20년 전 이런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고 예견했다. 그는 저서 '소유의 종말'에 "소유의 시대가 가고 접속의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고 썼다. 물건이나 자본을 직접 소유ㆍ관리하는 게 아니라 필요할 때만 요청해 사용하게 된다는 역설이었다.


이런 의미에서 리프킨은 소유의 반대말이 무소유가 아니라 '접속'이라고 정의했다. 그래서 '소유의 종말' 원서 제목이 '접속의 시대(The Age of Access)'다.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 등이 쓴 '트렌드 코리아 2020'은 여기에 '경험'이라는 단어를 더해 '접속과 경험의 시대'라고 일컫는다. 저자들은 삶이 추구하는 가치가 달라진다는 점에 주목한다. 소유 라이프에서 스트리밍 라이프로 변한다는 것이다.


소유 라이프 관점에서는 교환가치에 초점이 맞춰진다. 지불한 금액만큼 가치가 있어야 구매하기 때문이다. 소유 자체가 재산을 의미해 소유권 또한 중요하다. 한 번 소유하면 제품 수명주기가 끝날 때까지 소비하는 특징이 있다.


스트리밍 라이프에서는 경험가치에 주안점을 둔다. 써보고, 체험하고, 느껴봄으로써 경험을 풍부하게 축적하는 여정이 핵심이다. 따라서 자산으로서 물건은 크게 부각되지 않는다. 다양한 경험을 누릴 수 있게 해주는 접속권이나 사용권이 더 중요하다.


소비 시간은 사용권이 종료되면 소멸한다. 소비는 특정 시간에 한정된다. 따라서 이전보다 더 나만의 취향, 나만의 라이프스타일을 표현할 수 있는 맞춤 서비스가 선호된다. 스트리밍하는 물건ㆍ서비스ㆍ콘텐츠에 대한 여정이 곧 나의 취향을 보여주는 바로미터인 셈이다.


'트렌드 코리아 2020'은 콘텐츠에서 시작된 스트리밍이 삶의 전반으로 확대되는 흐름에 주목한다. 한 번 사면 10년 사용했던 가전제품, 소파, 침대 등의 내구재가 수시로 바뀌고 취향을 담은 상품들이 정기적으로 배달되는 현상이다.


"업무공간이나 주거공간조차 스트리밍으로 사용하는 사람들이 증가하고 있다. 의ㆍ식ㆍ주ㆍ여가를 소비하는 패러다임이 소유에서 사용으로 변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 누가 더 많이 소유하고 있는가가 아니라, 누가 더 많은 경험을 해보았는가가 인생의 풍요로움을 평가하는 새로운 척도가 된다."


실제로 물건이나 서비스는 물론 공간까지 스트리밍하는 비즈니스가 급성장하고 있다. 미국 하버드 경영대학원이 발간하는 비즈니스 전문지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HBR)'는 2017년 자국에서 스트리밍 형태의 서비스 이용자가 1100만명을 넘어섰으며, 전체 전자상거래 중 15% 정도를 차지한다고 분석했다. 컨설팅업체 매킨지는 스트리밍 서비스가 지난 5년간 해마다 100%씩 성장했다고 분석했다.


'트렌드 코리아 2020'은 이런 소비시장이 내년 본격화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그러면서 지속가능한 비즈니스가 가능하려면 기존 틀을 깨는 새로운 사고의 문법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핵심은 판매 중심에서 고객 관리 중심으로 사고를 전환하는 것이다.


"소유 라이프에서는 소비자가 제품을 구입하면 이후의 관리는 1차적으로 소비자의 몫이었다. 스트리밍 라이프에서는 소비자가 서비스에 접속하고 있는 기간 동안 어떠한 일이 발생하고 있는지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야 한다. 스트리밍은 기업과 소비자 간의 '관계'에 기반하기 때문이다. (…) 앞으로 제품이나 서비스 스트리밍에서도 기업과 관계를 맺은 소비자의 삶 전체를 총체적으로 고민하는 전략이 필요할 것이다."


스트리밍 가능한 대상이 고가의 내구소비재로 확산하고 있다는 점에서 제품의 품질관리도 중요하다. 스트리밍된 제품들이 다시 돌아왔을 때 훼손되지 않은 상태여야 한다. 스트리밍 서비스 제공 업체가 적절한 매뉴얼과 원칙을 마련해야 한다. 물론 스트리밍 서비스 소비자의 매너도 필요하다.


'트렌드 코리아 2020'은 여기에 불특정 다수의 소비자가 아닌 개별 소비자를 위한 큐레이션 역시 요구된다고 역설한다. 소유 중심의 경제에서 제품 생산 기업은 최종 고객에 대해 알기 어려웠다. 고객 데이터를 유통 회사들이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스트리밍 라이프 시대에 서비스 사업자는 고객이 누구인지 정확히 알 수 있다. 소비자의 소비 패턴을 추적할 수 있다는 뜻이다.


"장기적으로 소비 패턴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맞춤 서비스가 차별화 전략이 되어야 한다. 잘 기획된 큐레이션은 소비자가 스트리밍 서비스에서 이탈하지 못하도록 잡아두는 효과적인 전략이 될 것이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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