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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이점이 온 금융]무너진 울타리, 은행도 다른 담을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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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을 비롯한 금융업은 가장 안정적인 산업으로 여겨졌다. 이제는 달라지고 있다. 더 이상 인허가의 울타리 안에서 지낼 수 없게 됐다. 네이버 같은 포털 업체들이 금융 영역을 본격 확대하고, 토스 등 핀테크 업체들이 약진하고 있다. 기존 금융의 경계는 희미해졌고, 새로운 플레이어와 서비스들이 봇물처럼 쏟아진다. 인공지능이 인간을 뛰어넘는 순간을 의미하는 특이점(Singularity), 본질적인 변화를 맞은 분야에 널리 쓰이고 있는데 금융에 딱 들어맞는 때라 할 수 있다. 울타리가 사라지면서 무엇이 달라졌고, 앞으로 달라질 것인가. 금융 산업은 어떤 변화를 맞고 있나. 또 은행들은 경쟁력을 잃지 않기 위해 무엇을 하고 있나. 특이점이 온 금융을 전반적으로 짚어본다.


[특이점이 온 금융]무너진 울타리, 은행도 다른 담을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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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철응 기자] "그야말로 ‘존망(存亡)의 기로’라 아니할 수 없다"

지난 1일 통합 KB국민은행 출범 18주년을 맞아 허인 행장이 한 기념사 중 한 대목이다. 지난해 2조2243억원, 올해도 3분기까지 2조원 넘는 순이익을 거둔 한국 대표 은행 중 한 곳이 생과 사의 위기감을 토로한 것이다.


은행업은 가장 역사가 오래 된 산업 중 하나다. 엄격한 인허가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기존 '선수'들은 울타리 안에서 '그들만의 리그'가 가능했다. 이제는 확연히 달라지고 있다. 인터넷전문은행이라는 새 플레이어의 등장 외에도 대출과 송금 등 은행 고유 업무로 여겨졌던 영역의 경계가 조금씩 허물어지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바람은 은행을 정조준한다. 허 행장은 "기존의 모든 산업들이 큰 위기에 직면하고 있는 것처럼 금융업도 마찬가지로 도도한 변화의 물결을 벗어날 수 없다"면서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같은 글로벌 ICT 거인들도 ‘금융을 제공하는 IT회사’로 변신하기 위해 전사적인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고 했다.

다른 산업이 은행의 울타리를 넘어왔듯, 이제는 은행들도 다른 산업으로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국민은행이 지난 4일부터 본격 영업을 개시한 통신 서비스는 대표적이다. LG유플러스의 망을 빌려, 약정 없는 비교적 저렴한 통신제를 제공한다.목적은 분명하다. 통신업으로 추가 수익을 내려 하는 것이 아니라, 모바일 금융 이용자의 저변을 넓히겠다는 것이다.


그런가하면 KEB하나은행은 SK텔레콤, SK텔링크와 손을 잡았다. 우선 급여와 4대 연금 자동이체 등을 하면 SK텔링크의 알뜰폰 통신 요금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방식을 추진한다. 직접 통신 서비스를 하지 않고 기존 통신 사업자와의 협약을 최대한 활용하는 전략이다.


특히 지난달 말부터 시범 서비스에 돌입한 오픈뱅킹으로 '앱의 무한경쟁'은 불가피해졌다. 은행 뿐 아니라 핀테크 기업들도 표준 방식(API)으로 모든 은행의 이체와 조회 기능을 제공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여러 은행 계좌를 갖고 있더라도 하나의 앱으로 이용할 수 있다. 그동안 각 은행들이 앱을 다운로드받도록 하는데 집중했다면, 이제는 다른 은행 앱을 물리쳐야 되는 상황이다.


신한은행은 대출 상환, 환전, 관리비 납부 등 기존 앱 '신한 쏠(SOL)'의 여러 메뉴 중 하나를 선택했을 때 다른 은행 계좌에서도 출금 가능하게 했다. 신한은행 계좌가 없어도 앱을 이용할 수 있게 한, 나름의 파격이다. 국민은행은 최대 5개 은행의 계좌에 있는 돈을 자신의 계좌로 끌어모으는 '잔액 모으기' 기능을 선보였다.


김수현 신한금융투자 연구위원은 "개인정보 이동의 권한 확대로 금융회사들의 경영 철학이 크게 바뀌고 있다"며 "기존 자산 증대, 외형 확장이 아니라 누가 고객에게 더 편리한 가치를 주는가, 고객 만족 우선주의"라고 분석했다.


ICT 업계와 은행권은 이제 경쟁자이자 협력 관계다. 네이버파이낸셜을 분사하며 금융업에 본격 나서게 된 네이버는 지난달 신한은행과 인공지능(AI) 금융서비스 개발을 위한 협약을 맺었다. 네이버의 이미지 인식 기술을 통한 문서 처리, 안면 인식 기술 등을 신한은행 내부적인 업무에 도입하고, 이후 고객 서비스에 접목하는 방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지난 9월에는 신한금융이 인공지능 기반 투자자문사 '신한AI'를 출범시키기도 했다.


그런가하면 우리은행은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된 뱅크샐러드 ‘대출상품 비교추천’ 서비스에 시중은행 중 처음으로 참여키로 한 바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각 은행들이 거대한 변화의 물결을 맞고 있다"면서 "디지털 강화 전략에 온힘을 쏟을 수밖에 없다. 미래 생존의 문제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박철응 기자 her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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