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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비비] '디지털 화폐'의 파괴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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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수 성균관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김경수 성균관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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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인민은행(PBC)이 중앙은행 가운데 처음으로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디지털 위안')를 조만간 내놓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관련 언론 보도에 따르면 디지털 위안은 위안화와 1대 1의 비율로 발행되며 이원적 시스템을 도입할 예정이다.


즉 PBC가 은행 등 지준 예치기관에 대해 지준 예치금만큼 디지털 위안으로 교환해주고, 다시 그 금융기관이 실수요자에게 디지털 위안을 유통해주는 방식이다. 실수요자는 별도로 계정을 개설하는 대신 이동전화기에 전자지갑을 설치하고 문자 메시지처럼 돈을 주고 받는다. 그러므로 사용자가 현금 대신 디지털 위안을 사용토록 하는 데 1차 목표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디지털 위안이 없더라도 중국은 이미 현금 없는 사회를 선도하고 있다. 스마트폰 보급이 늘어나면서 모바일 결제가 중요한 결제 수단으로 등장했다. 인구 40%가 거주하는 농촌 지역 주민들도 전자상거래 덕택에 도시민 못지 않게 알리페이, 위챗페이와 같은 전자 결제 수단을 활발히 이용하고 은행 등 금융기관 대신 기술 기업이 제공하는 개인간거래(P2P) 금융서비스를 제공받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디지털 위안을 도입하는 것은 돈세탁과 같은 불법적 활동에 더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다. 나아가 페이스북이 주도해 도입할 디지털 화폐 리브라가 중국 정부의 자본 통제를 취약하게 할 우려에 대한 조치이기도 하다. 2017년 중국은 가상통화의 거래와 가상통화를 통한 자금 조달을 금지한 바 있다. 위안화의 국제적 위상을 높이고자 하는 의도도 빼놓을 수 없다.


PBC와 달리 미 연준은 상대적으로 소극적이다. 그 이유는 디지털 달러가 세계에서 가장 발전된 미국 금융에 미칠 부정적 파급효과의 가능성 때문이다. 페이스북의 리브라에 대한 비판적 시각도 마찬가지 맥락에서 볼 수 있다. 언뜻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는 종이 돈이 아닌 전자 화폐에 불과하다고 생각할 수 있겠으나 사실은 금융의 게임 체인저가 될 존재다. 우리가 돈이라고 하는 것은 중앙은행이 발행한 돈인 현금과 은행이 발행한 돈인 예금이 있다. 그런데 이 돈들은 각각 약점이 있다. 현금은 온라인상에서 결제할 수 없고 은행 돈은 발행 주체를 생각하면 현금보다 신용도가 낮다.

그러나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는 가장 신용 있는 결제 수단이기 때문에 현금과 은행 돈에 대해 절대적 우위를 지닌다. 기존의 금융이 위협을 받을 수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금융이 손쉽게 돈을 벌지 못하게 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그 존재 자체를 위협할 수도 있는 것이다. 중국이 이중 시스템을 도입하려는 것은 자칫 의도치 않은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 때문이다.


중국은 미국과 달리 금융이 양적 성장만큼 질적 성장은 이뤄지지 않았다. 한편 거대 기술 기업들이 인터넷 플랫폼에서 결제, 자산 관리,대출, 신용 평가 등 금융 관련 업무를 영위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거대 기술 기업들이 시스템적으로 중요한 데이터 중개자(SIDI)이며 미래의 금융은 SIDI 위계질서의 한 부분으로 그 위상이 자리매김될 것으로 전망한다.


연초 PBC는 모바일 결제, 온라인 결제 등 제3자 결제업무를 수행하는 알리페이, 위챗페이, 유니온페이 등이 보유한 지급결제용 자산을 모두 지준으로 예치하도록 했다. 금융 당국이 SIDI를 은행과 같이 인식하는 이 조치는 미리 보는 미래 사회의 모습일 수 있다. 세계 10대 상장기업 가운데 기술기업이 7개사가 있고 중국의 텐센트와 알리바바가 각각 7, 8위를 점하는 사실에서 유추할 수 있다. 중국은 다른 나라들처럼 은행이나 자본시장 중심이 아닌 제3의 길, 즉 기술기반 금융을 추진하고 있다.


기술혁명 시대에 과연 디지털 위안이 중국의 기술기반 금융, 그리고 그토록 원하는 위안화 국제화에 어떻게 기여할지 관심이 가지 않을 수 없다.


김경수 성균관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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