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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받으려 혐오·모욕 쏟아낸다" 악플 생태계 비판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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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법, 댓글 폐지 등 '악플' 방지 대책 급물살...'트래픽 상업주의'가 만든 毒플 논란
혐오로 '주목' 끌고, 트래픽 '수익' 가져가는 생태계, 자성 목소리 높아져
인종, 성별 등 소수자 대상 혐오표현 방지책 본격적으로 다뤄져야
혐오 표현 배설하는 '집단 좌변기' 된 소셜네트워크...사회적 책임 부여해야
출판전문지 '기획회의' 혐오를 팔다, 혐오경제...악플 등 인터넷혐오 표현 다뤄

"주목받으려 혐오·모욕 쏟아낸다" 악플 생태계 비판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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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구채은 기자] 악플이 사회악(惡)으로 대두되면서, 혐오를 통해 트래픽 수익을 가져가는 플랫폼 비즈니스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조롱과 비하, 혐오로 주목 받으려는 악플러, 유튜버들이 생겨나고, 포털이나 인터넷커뮤니티, 언론 등이 여기 기생하며 트래픽 수익을 가져가는 '혐오비즈니스'를 양산해왔다는 것이다.


더 센 자극으로 더 강한 주목을 끌고 싶어하는 악플러와 '클릭 상업주의'가 만나 혐오를 팔아 돈을 벌고 있다는 것. 온라인 공간이 현실세계의 불평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혐오를 그대로 재생산하는데 그치지 않고, 이를 증폭시키고 더 나아가, 트래픽 수익을 통해 이른바 '혐오경제'를 양산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 '혐오 비즈니스'가 문제다


출판전문지 '기획회의'는 최근 펴낸 통권 498호에서 '혐오를 팔다, 혐오경제'를 이슈로 조명했다. 설리 사태로 제기되고 있는 인터넷 상의 혐오성, 비하성 악성댓글에 대한 문제의식을 짚었다. 박권일 사회비평가는 허버트 사이먼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의 말을 인용 "정보가 풍족한 세계에서 가장 희소한 자원은 바로 주목(attention)"이라면서 "주목이라는 판돈을 차지하기 위한 경쟁이 격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오늘날 플랫폼 환경에서 주목을 받기 위해 혐오콘텐츠가 난무한다고 지적했다. 박권일 비평가는 "혐오는 가장 적은 자원을 투여해, 가장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유인할 수 있다"면서 "여성, 이주노동자, 동성애자, 무슬림 등 '밟아도 될 만한 집단'을 향해서 최대한 모욕적 언설을 쏟아내는 것, 그것만으로도 적지 않은 수익이 발생한다. 투입 대비 산출 효과가 큰 비즈니스는 드물다"고 꼬집었다. 이길호 인류학박사는 인터넷상 익명성의 문제를 짚으며 "모욕의 문화는 익명이 공간에 고유한 것이 아니지만, 인터넷에서 특유의 형태로 발현됐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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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지난 14일 세상을 떠난 故 설리(본명 최진리·25)는 차마 입에 담기 힘든 모욕이 담긴 성희롱과 외모비하, 여성혐오, 인종비하적인 악플에 시달려왔다. "XX폭팔 펑펑", "쓰레기 같은 X 더럽다", "솔직히 처음에는 짱깨인 줄", "이제는 흑형 꼬시네", "관종 짓 할 거면 에로배우나 되라"는 등이 그 예다. 박 비평가는 이같은 수위 높은 악성댓글들이 인터넷을 통해 '주목' 이라는 '희소자원'을 갖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경쟁적으로 내뱉는 말이라고 짚었다.


임태훈 테크노컬처 비평가는 소셜네트워크가 사실상 혐오성 표현을 배설하는 '집단 좌변기'가 돼 버렸다고 말한다. 임 비평가는 "소셜네트워크는 쉴새 없이 재미있는 일이 벌어지는 장소가 되어야 한다. 그러려면 '전쟁'에 준하는 사회 갈등이 필요하다. 누군가를 모욕할 기회를 주면서, 모욕당한 이들이 보복할 기회 역시 제공한다"고 비판했다. 언론의 보도 태도에 대한 지적도 있었다. 임태훈 비평가는 "사회 갈등의 이분법적 구도가 선명히 유지될 수록 트래픽 시장에 유리하다"면서 "윤리적 보도를 고민하는 일 보다는 섹시한 가짜뉴스 한줄이 모욕경제에 활력소"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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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래픽 상업주의' 고쳐져야


대안은 다양하게 제시됐다. 박 비평가는 "유튜브, 페이스북, 구글 같은 글로벌 플랫폼 기업들이 사회적 책임을 회피하는 상황을 제도적으로 규제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사실상 미디어로 기능하며 우리의 주목경쟁을 통해 엄청난 이윤을 벌어들이면서도, 사회적 책임이 요구되는 영역에서 비밀주의로 일관하거나 기업의 혁신을 규제해선 안된다고 반발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혐오 표현의 생산자와 소비자를 구별해야 한다고도 짚었다. 그는 "혐오 표현을 하는 사람은 다수지만 혐오 프레임과 논리를 조직적으로 생산하고 유통하는 세력은 전체를 봤을 때 극히 일부"라면서 "생산자가 누구인지 추적하고 밝혀내는 것만으로 사회적 압박여론을 형성할 수 있기 때문에 혐오표현의 확산을 막는데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콘텐츠, 미디어 사용 소양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는 진단도 나왔다. 박일준 사단법인 디지털리터러시교육협회 회장은 "공동체적 소양과 디지털 활용능력을 키울 수 있는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온라인 상에 만연한 혐오표현을 접하는 누리꾼 스스로 자성을 시작해야 한다는 진단도 나왔다. 임 비평가는 "우리의 신경이 아귀처럼 갈구하는 자극이 무엇으로 충족되고 있는지, 누구보다 시급히 자신을 관찰해야 한다"면서 "모욕경제의 알파와 오메가가 바로 우리이기 때문이다"고 지적했다.




구채은 기자 faktu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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