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im영역

[갤러리산책] 혁명과 전쟁 그리고 낭만, 파리를 담다

뉴스듣기 스크랩 글자크기

글자크기 설정

닫기
인쇄 RSS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매그넘 인 파리'…다양한 시각의 파리 볼 수 있어
전설적 종군기자 '로버트 카파' 등 매그넘 소속 작가 40명 작품 400여점 전시

[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헝가리 출신의 유대계 사진작가 로버트 카파(1913~1954)는 전설적인 종군 사진기자다. 그는 다섯 곳의 전쟁 현장을 카메라에 담았다. 스페인내전, 2차 세계대전, 중일전쟁, 제1차 중동전쟁, 제1차인도차이나전쟁 현장을 누볐다. 2차 대전 노르망디 상륙작전 당시에는 목숨을 걸고 연합군 부대와 함께 움직이며 총알이 빗발치는 현장 사진을 찍었다. 미국 영화감독 스티븐 스필버그는 카파의 사진을 참고해 1998년 영화 '라이언 일병 구하기'의 노르망디 상륙작전 장면을 촬영했다. 카파는 1954년 5월25일 제1차인도차이나전쟁을 취재하던 중 지뢰를 밟아 목숨을 잃었다.


카파가 2차 대전 당시 파리의 모습을 찍은 사진들은 지금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에서 만날 수 있다. 지난달 25일 개막한 '매그넘 인 파리' 전시(2020년 2월9일까지)다.

1944년 8월19~25일 연합군은 파리 탈환 작전을 전개했다. 전시에서 1944년 8월25일 프랑스 군대와 레지스탕스 대원들이 독일군과 교전 중인 모습, 프랑스군 부상병이 호송되는 모습 등 당시 파리 시가지 모습을 볼 수 있다. 카파는 1944년 8월26일 파리 해방을 맞은 시민과 군인들이 샹젤리제 거리에서 한데 어울려 기뻐하는 모습도 렌즈에 담았다. 사진은 더할 나위 없이 생생하다. 카파는 "만약 당신의 사진이 만족스럽지 않다면 그것은 너무 멀리서 찍었기 때문"이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매그넘 인 파리'에서는 '매그넘포토스' 소속 사진작가 40명의 작품 400여점이 전시되고 있다.


매그넘포토스는 1947년 4월 카파가 프랑스의 사진작가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폴란드의 사진 저널리스트 데이비드 시모어 등과 함께 설립한 사진 에이전시다. 매그넘포토스는 '세상을 있는 그대로 기록한다'라는 기치 아래 활동 중이며 현재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사진작가 그룹으로 인정받고 있다.

[갤러리산책] 혁명과 전쟁 그리고 낭만, 파리를 담다
AD
원본보기 아이콘

'매그넘 인 파리'는 매그넘포토스 사진작가들의 렌즈로 파리라는 도시를 다양한 시각에서 살펴볼 기회다. 전시를 기획한 가우디움 어소시에이츠의 김대성 대표는 "파리이기 때문에 가능한 전시"라고 했다. 오늘날 파리는 관광ㆍ패션의 도시지만 과거 혁명의 중심지였고 전통적으로 문화ㆍ예술의 도시다.

문화ㆍ예술의 도시답게 매그넘포토스 사진작가들이 찍은 1934년의 작가 앙드레 말로, 1946년의 실존주의 사상가 장 폴 사르트르, 1958년의 작가 프랑수아즈 사강, 1960년의 장 뤽 고다르 감독과 배우 진 세버그, 1960년의 조각가 알베르토 자코메티, 1961년의 배우 알랭 들롱, 1961년의 가수 에디트 피아프 등을 만날 수 있다. 카파가 1944년에 찍은 파블로 피카소의 사진도 볼 수 있다. 카파는 피카소 외에도 소설가 어니스트 헤밍웨이, 존 스타인벡 등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들과 교류했다.


인물이 아닌 장소에 주목해 전시를 감상하면 또 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다. 파리 몽마르트르 언덕의 '테르트르 광장'은 루이 14세 시절부터 프랑스 대혁명 전까지 죄수를 처형하는 단두대가 있던 장소다. 하지만 1952년 카파가 렌즈에 담은 테르트르 광장의 모습에서는 그 살벌함을 느낄 수 없다. 여러 화가가 여유롭게 그림을 그리고 관광객들이 화가들을 바라보는 따스한 풍경이 담겨 있다.


프랑스 대혁명기에는 단두대가 '혁명광장'에 설치됐다. 루이 16세와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 혁명 지도자였던 조르주 당통, 막시밀리앙 드 로베스피에르 등이 혁명광장의 단두대에서 생을 마감했다. 혁명광장은 제1공화국 시절인 1795년 '콩코르드 광장'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콩코르드는 화합을 뜻한다. 1952년 카파가 멀리서 찍은 콩코르드 광장의 모습은 한껏 처연한 느낌을 준다.


매그넘포토스 소속 브루노 바르베는 1968년 5월 프랑스에서 학생과 노동자들이 일으킨 68혁명의 결정적 순간을 포착했다. 레너드 프리드는 퐁피두센터가 개장한 1977년의 모습을 렌즈에 담았다.

'매그넘 인 파리' 전시 전경. 왼쪽의 대형 사진은 현존 매그넘포토스 최고령 작가인 엘리엇 어윗이 1989년 파리 에펠탑을 배경으로 찍은 사진이다. 1989년은 에펠탑이 세워진 지 100년 되는 해였다. 어윗은 100년의 매 순간이 결정적 순간이었음을 이 한 컷의 사진으로 표현했다.

'매그넘 인 파리' 전시 전경. 왼쪽의 대형 사진은 현존 매그넘포토스 최고령 작가인 엘리엇 어윗이 1989년 파리 에펠탑을 배경으로 찍은 사진이다. 1989년은 에펠탑이 세워진 지 100년 되는 해였다. 어윗은 100년의 매 순간이 결정적 순간이었음을 이 한 컷의 사진으로 표현했다.

원본보기 아이콘

무거운 느낌의 사진만 있는 것은 아니다. '파리, 패션의 매혹' 섹션에서는 파리 패션쇼 현장 사진과 아름다운 모델들을 볼 수 있다. 1982년 매그넘 정회원이 된 페르디난도 치아나는 2002년 칼 라거펠트의 모습을 사진으로 남겼다.


김 대표는 "패션 관련 사진이 40점 정도 출품됐다"며 "크리스챤 디올, 에르메스, 루이뷔통 등 유명 고급 브랜드의 사진들을 볼 수 있다"고 했다.


'매그넘 인 파리'는 2014년 프랑스 파리시청인 '오텔드빌'에서 개최된 '파리 매그넘' 전시의 한국 순회 전시다. 김 대표는 '패션 관련 사진은 파리시청 전시 당시 볼 수 없었던 작품으로 이번에 추가됐다"고 설명했다.


미국 사진작가 엘리엇 어윗 섹션도 마련됐다. 1928년생 어윗은 1954년부터 매그넘포토스 작가로 활동 중이다. 김 대표는 "현재 생존 중인 매그넘포토스 작가 가운데 가장 고령인 어윗의 작품 약 40점이 전시된다. 어윗의 작품도 파리시청 전시 당시엔 없던 작품이다. 전체적으로 파리시청 전시 때보다 140점 가량 작품이 더 많다"고 했다.


김 대표는 전시의 마지막 섹션인 '살롱 드 파리'에도 신경을 많이 썼다. "매그넘포토스가 1947년 창립됐기 때문에 사진으로는 2차 세계대전 후 약 80년 역사밖에 볼 수 없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 이전의 프랑스 역사에 더 익숙하다. 그래서 파리의 옛 문화를 느낄 수 있도록 일러스트, 도서, 고가구, 샹들리에, 벽 장식 등으로 '살롱 드 파리'를 고풍스럽게 꾸몄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AD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본 뉴스

새로보기

이슈 PICK

  • "편파방송으로 명예훼손" 어트랙트, SBS '그알' 제작진 고소 강릉 해안도로에 정체모를 빨간색 외제차…"여기서 사진 찍으라고?" ‘하이브 막내딸’ 아일릿, K팝 최초 데뷔곡 빌보드 핫 100 진입

    #국내이슈

  • "푸바오 잘 지내요" 영상 또 공개…공식 데뷔 빨라지나 대학 나온 미모의 26세 女 "돼지 키우며 월 114만원 벌지만 행복" '세상에 없는' 미모 뽑는다…세계 최초로 열리는 AI 미인대회

    #해외이슈

  • [이미지 다이어리] 그곳에 목련이 필 줄 알았다. [포토] 황사 극심, 뿌연 도심 [포토] 세종대왕동상 봄맞이 세척

    #포토PICK

  • 게걸음 주행하고 제자리 도는 車, 국내 첫선 부르마 몰던 차, 전기모델 국내 들어온다…르노 신차라인 살펴보니 [포토] 3세대 신형 파나메라 국내 공식 출시

    #CAR라이프

  • [뉴스속 용어]'비흡연 세대 법'으로 들끓는 영국 사회 [뉴스속 용어]'법사위원장'이 뭐길래…여야 쟁탈전 개막 [뉴스속 용어]韓 출산율 쇼크 부른 ‘차일드 페널티’

    #뉴스속OO

간격처리를 위한 class

많이 본 뉴스 !가장 많이 읽힌 뉴스를 제공합니다. 집계 기준에 따라 최대 3일 전 기사까지 제공될 수 있습니다.

top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