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청일전자 미쓰리' 소재로…대기업 횡포 극복 그려
침구청소기 시장 개척한 中企 레이캅
유사제품 공세, 후속제품 미비로 추락
무선청소기 신제품으로 재도약 나서
[아시아경제 이은결 기자] 침구청소기 열풍을 일으켰던 청소기업체 레이캅코리아가 '위기의 중소기업'을 그린 케이블방송 드라마의 모티브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21일 레이캅에 따르면 지난달 25일부터 케이블채널 tvN에서 방영 중인 드라마 청일전자 미쓰리는 레이캅이 지난 10년간 겪은 부침을 반영했다. 극중 청일전자의 청소기 브랜드가 레이캅이며, 드라마에 등장하는 청소기를 모두 레이캅이 제작 지원했다.
이 드라마는 대기업 'TM전자'에 청소기 부품을 납품하는 중소기업 청일전자를 배경으로 한다. 청일전자는 납품단가 후려치기 등 대기업의 횡포에서 벗어나고자 독자적으로 완제품 청소기를 만들어 중국에 수출길을 열지만, TM전자의 온갖 방해로 무산되고 부도 위기에 이른다. 사장마저 실종되면서 졸지에 대표가 된 말단 경리 이선심과 직원들이 회사를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한다는 내용이다. 대·중소기업의 갑을관계 등 중소기업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줘 관심을 모으고 있다.
드라마 줄거리는 국내에서 2010년 전후 침구살균청소기로 이름을 날렸던 레이캅의 이야기와 비슷하다. 1978년 '부강샘스'라는 스프링 전문 부품사로 시작한 레이캅은 2세 경영자인 의사 출신 이성진 대표가 건강가전사업부를 신설, 2007년 세계 최초로 침구살균청소기를 선보이며 일약 스타 기업으로 떠올랐다. 특히 일본에서는 평균 30초에 1대씩 팔렸을 만큼 호응을 얻으며 전세계에서 500만대 이상을 판매했다.
그러나 새로운 시장이 열리면서 국내 경쟁 중소기업은 물론 삼성, LG 등 대기업들도 너도나도 유사한 방식의 침구청소기를 내놓으면서 레이캅은 흔들렸다. 해외에서는 다이슨을 비롯해 주요 시장이었던 일본의 파나소닉, 히타치, 도시바 등 유수 기업이 카피 상품을 내놓았고 중국 기업들은 저가로 공세를 퍼부었다. 이후 건조기의 등장으로 침구청소기에 대한 수요 자체가 줄었다.
레이캅의 실적은 곤두박질쳤다. 대기업에 비해 마케팅 경쟁력에서 밀린 데다 후속제품 개발과 신성장동력 발굴에 재빨리 나서지 못했기 때문이다. 2014년 1908억원에 달했던 레이캅의 매출액은 2년 만인 2016년 808억원으로 반토막났다. 2017년에는 이보다 65%가량 줄어든 279억원으로 쪼그라들었고, 지난해 266억원 수준을 겨우 유지했다. 2017년부터 적자가 나기 시작해 지난해 영업손실과 당기순손실은 각각 47억원, 292억원을 기록, 전년 대비 각각 1.6배, 10배로 적자폭이 커졌다.
레이캅은 부진을 딛고 올해 무선청소기 신제품 '레이캅 라이트', '레이캅 퍼펙트'를 출시하며 재도약에 나섰다. 오랜 개발기간을 거쳐 내놓은 이번 신제품은 무선청소기에 레이캅의 특허기술인 침대살균 기능들을 그대로 탑재했다. 레이캅 브랜드 인지도가 높은 일본에서 먼저 선보였고 국내에서는 홈쇼핑을 통해 다시 한번 열풍을 일으키겠다는 포부다. 한동안 수출을 중단했던 미국에서도 판매를 재개할 예정이다.
레이캅 관계자는 "믿을 수 있는 전문 기술력을 가진 국내 기업이 만든 무선청소기를 소비자들에게 인정받고, 오래오래 사랑받는 국내 브랜드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이은결 기자 leg@asiae.co.kr
꼭 봐야할 주요뉴스
불닭·김밥이어 또 알아버렸네…해외에서 '뻥' 터... 마스크영역<ⓒ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