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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counter] 反부패 용기가 필요할 때

최종수정 2019.10.18 09:59 기사입력 2019.10.18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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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counter] 反부패 용기가 필요할 때

[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프랑스는 해마다 5월이면 논쟁으로 뜨겁다. 화두는 1968년 5월 혁명.


지난해는 '68혁명' 50주년이었다. 알랭 바디우 유럽공동대학원 교수는 지난해 5월 68혁명을 성찰한 '반역은 옳다(On a raison de se revolter)'를 출간했다. 서용순 한국예술종합학교 예술종합학부 외래교수가 번역해 지난 18일 출간했다. 서 교수는 2005년 파리8대학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는데 바디우가 논문 지도교수였다.


바디우는 1937년 모로코에서 태어났다. 젊은 시절 사르트르주의자였고 1970년대 마오주의운동에 투신했다. 프랑스에서 마오주의운동이 쇠락한 뒤 정치적ㆍ철학적 대안을 찾고자 노력했다.


바디우 교수는 책에서 68혁명의 의미를 고찰하고 평가한다. 주로 회한과 아쉬움이 묻어난다. "1950년대에서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내내 좌파는 결국 확실하게 무(無)로 몰락하기 전까지 일련의 배신을 일삼았다는 것을 유념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이미 수십 년 전에 사르트르는 썼다. '좌파는 쓰러져 냄새나는 시체다.'"


바디우 교수는 혁명이 진정 원했던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이에 비추어 지금 시대가 혁명이 꿈꿨던 세상과 동떨어져 있음을 아쉬워한다. 그는 68혁명 자체가 독특하고 모호한 성격으로 근본적 한계를 안고 있었고 자본주의의 거대한 조류 속에 불가항력적 부분도 있었음을 인정한다.

그는 반성도 잊지 않는다. "그(68혁명) 후 선거에서 압도적 다수가 1968년 5월의 정체를 아주 고통스러운 무질서라고 낙인 찍으면서 우파를 다시 권력에 올렸다는 점을 절대로 잊지 말자."


문고판처럼 얇은 책이지만 읽기가 쉽지 않다. 주제 자체가 무거운 데다 바디우 교수는 68혁명과 관련된 용어를 직설적으로 표현했다.


서 교수는 장문의 해제로 독자의 이해를 돕고 있다. 특히 구체적 날짜를 명기하며 68혁명의 발단, 전개, 쇠퇴 과정을 상세히 소개한다.


혁명의 배경부터 짚는다. 68혁명 전 유럽은 자본주의 역사상 최고의 호황기였다. 유럽 국가들은 두 차례 세계대전으로 황폐화한 국가를 복구하고자 산업생산에 박차를 가했다. 고도의 경제성장을 이룩하고 완전고용과 소비 촉진을 달성했다.

삶의 조건도 크게 개선됐다. 특히 프랑스의 경제발전은 혁명적이었다. 경제적 풍요 속에 새로운 가치관이 탄생했고 새로운 세대는 68혁명의 주인공이 됐다.


국외적으로는 독립을 꿈꾸는 식민지 국가들과 전쟁해야 했다. 프랑스 내부에서는 반전운동이 일어났다. 베트남 전쟁에 대한 반대도 거셌다. 1966년 공산당에 반대해 일어난 중국의 문화대혁명에 프랑스 지식인과 청년들은 열광했다.


서 교수는 이런 배경 속에서 일어난 68혁명은 독특하고 모호한 혁명이었다는 바디우 교수의 견해에 동의한다. 파리코뮌, 볼셰비키혁명, 문화대혁명처럼 대다수 혁명은 혁명의 주체나 내용이 상징적으로 남게 마련인데 68혁명은 그렇지 않았다고 설명한다. 때문에 68혁명은 언제나 신화화하거나 애써 폄하된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서 교수는 68혁명이 실패한 혁명일 수 있지만 프랑스에 돌이킬 수 없는 변화를 일으켰다는 점은 명백하다고 강조한다.

보수적이고 가부장적인 프랑스의 문화는 68혁명을 계기로 진취적이고 개방적 문화로 나아갔다. 대학은 교수의 권위가 쇠퇴하고 자유로운 분위기가 지배하는 공간이 됐다. 젊은 교수들은 권위주의를 버리고 학생들과 함께 토론하고 고민하기 시작했다. 거리에서는 연인들이 다정하게 포옹하고 입 맞추며 동성애자들은 당당하게 자기 정체성을 밝혔다. 페미니즘 운동과 성소수자 운동은 남성 중심주의가 지배하는 프랑스 사회의 가부장 문화를 신랄하게 공격했다. 요컨대 68혁명은 프랑스 사람들의 삶 자체를 바꿔놓았다.


서 교수는 68혁명이 근본적 자유의 쟁취를 위한 무정부주의적 혁명이었다고도 말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혁명이 지향했던 자유의 만개는 권위주의와 억압적 도덕의 거부에서 비롯되는 동시에 자본주의적 소외에서 벗어나는 것을 함축한다고 강조한다.

바디우 교수는 회한을 나타내면서도 '반역은 옳다'며 우리가 현 위치에서 추구해야 할 가치가 무엇인지 잊지 말자며 끝나지 않은 혁명을 꿈꾼다.


"오늘의 세계는 상품과 돈의 지배 아래 정신의 일반화된 부패를 인정하라고 우리에게 요구한다. 그것에 반대하는 오늘날의 주된 정치적 덕성은 용기다."


(알랭 바디우 지음/서용순 옮김/문예출판사)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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