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 강연
"김여정 美초대해 미국사회 곳곳 보여줘야"
"김정은의 생각 바꿀 수 있는건 김여정 뿐"
한국 자체 핵무장에 대해선 "가능성 낮아"
[아시아경제 김동표 기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비핵화 의지 진정성을 가늠하기 위해, 미국은 북한이 단 1기의 핵무기라도 반출할 용의가 있는지를 놓고 협상해야 한다고 미국 싱크탱크 랜드연구소 브루스 베넷 선임연구위원이 15일 말했다.
베넷 연구원은 이날 아산정책연구원에서 '핵전력의 이해'를 주제로 한 공개강연을 통해 "지난해 6월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이후 북한 정권은 당 고위 관계자들에게 우리는 절대로 핵을 포기할 수 없다고 선전하고 있다"면서 "김정은은 핵포기를 안하는 것이 아니라, 못하기 때문에 할 수가 없는 것"이라면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북한에 관해서는 김정은이 모든 권력과 결정권을 쥐고 있는 것처럼 얘기되지만, 실제로 김정은은 그만한 파워가 없다"며 "자기가 모든 걸 마음대로 결정한다는데 과연 그럴지는 의문이며 특히 무기와 관련해서는 더더욱 그렇다"고 했다. 그러면서 베넷 연구원은 북한이 단 1기의 핵무기라도 협상 테이블에 올려놓는지를 놓고 비핵화 의지를 '테스트'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북한의 핵탄두 숫자를 30~60기 수준으로 추정하면서 "북한이 단 1기의 핵무기라도 내줄 용의가 있는지를 테스트해봐야 앞으로 비핵화에 관해 무엇이 가능한지 또는 비핵화는 절대로 불가능한지를 가늠해볼 수 있다"고 했다.
아울러 베넷 연구원은 북·미 비핵화 협상이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는 것은 김 위원장이 미국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김 위원장의 친동생이자 최측근인 김여정 노동당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을 초대해 미국 사회의 현실과 미국인의 대북관을 보여줘야 김 위원장도 변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과의 담판만 요구하는 것, 그리고 이를 통해 자기가 원하는 것만을 얻어낼 수 있을거라 기대하는 것도 미국식 시스템에 대한 인식 부재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베넷 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도 미국에 일방적으로 불리한 합의는 절대 해줄 수가 없다"며 "미국 민주당과 언론이 가만히 있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김 위원장은 미국의 대통령이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을 구분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이를 이해시켜야한다"고 했다.
이를 위한 방편으로 '김여정-이방카 미국 회동'을 제안했다. 베넷 연구원은 "김여정을 미국으로 초대를 하고, 트럼프 대통령의 딸인 이방카가 김여정을 맞이해 미국의 곳곳을 보여줘야 한다"고 했다.
특히 베넷 연구원은 김여정이 미국 교육 현장을 방문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미국의 한 고등학교에 김여정을 데려가서 학생들에게 북한이 어딨는지를 물어보게 해야 한다. 그러면 김여정은 평범한 미국 학생들이, 사실은 북한이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며, 북한을 적대시하는 것도 아님을 알 수 있게 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북한의 생각과 달리 한국은 물론 미국도 북한을 그리 적대시하지 않다는 점, 그리고 이러한 시각을 김정은에게 전달하고 대미전략의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사람은 김여정 뿐"이라고 말했다.
다만 베넷 연구원은 북한에 대한 한미의 핵 억지력은 여전히 중요한 전제임을 강조했다. 그는 "김정은 체제가 핵무기를 사용했을 때 살아남을 수 있는 시나리오는 명백히 없다"며" 이 사실을 북한이 분명히 인지하게 해야한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의 핵무기 관련 기술적 역량에 높이 평가하면서도, 외부세력의 개입·지원이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베넷 연구원은 "과거 미국과 소련은 항상 실패하면서,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미사일을 완성했다"면서 "그러나 북한은 그렇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90년대에 100명의 소련 과학자들이 북한으로 들어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핵무기 개발에 투입된 것으로 알려져있다"고 했다. 또 "북한의 ICBM 런처 또한 중국과 상당히 밀접한 관련이 있어 보인다"고 했다. 베넷 연구원은 "확실하게 말할 수 없다"면서도 "북한이 일련의 성공을 혼자만의 힘으로만 이뤄내지는 않았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국사회 일각의 자체 핵무장론에 대해서는 가능성을 낮게 봤다. 기술적 역량은 물론 정치적으로도 어렵다고 봤다. 베넷 연구원은 먼저 "한국에는 우라늄·플루토늄을 농축할 수 있는 시설이 없다"고 했다. 이어 "플루토늄 물질 자체가 많긴 하지만 추출·융합에는 시간이 많이 걸리며, 최소 6개월에서 1년은 걸린다. 그 이후에는 무기 개발 단계로 넘어가야하는데, 이건 시간이 더 오래 걸릴 것"이라고 했다.
또한 "한국민은 미군의 사드 배치에 대해서도 강력하게 반대했다"며 "미군의 전술핵이 한반도에 반입되는 것조차도 반대할 것이 분명하다"고 했다. 이어 "게다가 배치되는 전술핵은 북한의 최우선 타격점이 된다. 한국이 개발하든 미국이 가져오든 그 위협은 사라지지 않으며 결국 국민들이 반대할 것"이라고 했다. 대신 핵 무장이 불가피하게 요구된다면, 원점 타격이 어려운 미국의 핵잠수함을 한반도 인근에 배치하는 방안이 고려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동표 기자 letme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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