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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칼럼] 잊혀진 고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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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칼럼] 잊혀진 고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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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상품 중개 플랫폼 마이리얼트립을 창업하고 나서 내가 저지른 대부분의 실수는 고객에 대한 잘못된 이해에서 나오는 경우가 많았다.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내 마음대로 '고객은 이러할 것'이라고 단정 짓는 데서 많은 시행착오가 출발했다. 고객은 사업의 시작이자 끝이고, 고객에 대한 끊임없는 호기심과 이해, 노력만이 사업 성공의 지름길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막상 책상 앞에 앉게 되면 고객을 이해하는 것과는 상관없는 일들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2016년 외국 관광객의 방한 여행시장을 공략하는 인바운드 사업을 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단순히 한국을 방문하는 중국 여행자가 많으니, 우리가 해보면 어떨까 하는 순진한 마음으로 사업을 시작했다가 많은 고생을 했다. 마케팅 채널과 홈페이지 디자인, 상품기획(MD)을 하며 꽤 많은 시간을 보냈지만 정작 중국 관광객들이 한국에서 어떤 경험을 기대하는지, 그리고 그들이 어떠한 점에 만족하거나 불만족하는지에 대해선 별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 결과는 당연히 좋지 않았다. 회사를 창업한 지 7년이 훌쩍 넘은 지금도 '우리가 고객을 완전히 이해하고 있는가'라고 물어본다면 자신이 없다. 오히려 회사가 커졌다는 핑계로 나 스스로 고객에 대해 탐구하고 무엇에 불만족하는지를 파악하는 데 들이는 시간을 줄이고 있는 것은 아닌가 반성도 하게 된다.

창업 초기를 돌이켜보면 첫 2~3년 동안은 예약 고객은 많지 않았지만 오히려 그 덕분에 고객 한 사람 한 사람을 이해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 있었다. 매주 평균 2~3명의 고객을 직접 만나며 그들이 마이리얼트립 서비스의 어떤 점에 만족했고 또 어떤 부분에 실망했는지 직접 듣고 제품과 사업에 반영하고자 노력을 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부분들이 초석이 돼 마이리얼트립은 지금까지 올 수 있었다. 지금은 그때와 비교해 고객은 크게 늘었지만 고객의 목소리를 청취하고 반영하고자 하는 노력과 의지를 유지하는 건 더욱 어려워졌다. 고객이 증가하면서 '잊힌 고객'도 늘어난 셈이다.


최근 고객을 이해하고자 하는 데 개인과 회사의 시간을 많이 쓰기 시작하기로 결심한 이유다. 이는 크게 두 가지 방식으로 이뤄지는데, 하나는 정량적 데이터 분석을 통해 고객들에 대해 파악하고 사업과 제품의 개선을 추진해나가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마이리얼트립 내 상품 검색 내용은 고객들이 어떤 지역과 경험을 가장 많이 찾는지에 대한 바로미터가 될 수 있다. 이를 면밀히 보고 있다가 새로운 곳이 등장하면 상품 소싱에 적극적으로 반영하려고 노력한다.


더불어 정성적으로 꾸준히 고객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가능하면 대면으로, 어렵다면 전화 통화를 통해 정량적으로 파악할 수 없던 고객의 생생한 목소리를 담고 조직 내에 정기적으로 전파하고 있다. 그 밖에도 고객센터의 고객의목소리(VoC) 분석이라든지 하루에 1000여개씩 올라오는 후기 분석을 통해서도 고객을 이해하려는 노력을 계속 진행하고 있다.

고객 만족을 마이리얼트립을 포함한 모든 회사가 외치지만, 피상적인 구호에 그치거나 몇 번의 이벤트로 끝나는 경우를 무수히 봐왔다.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 회사의 그 누구보다도 고객에 대한 호기심을 갖고, 고객의 목소리를 열심히 듣고 전파하는 것이 최고경영자(CEO)의 역할이라는 사실을 각인해본다.


이동건 마이리얼트립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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