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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따른 유럽 항공사 파산…韓시장재편 '예고편'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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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항공산업도 공급과잉 몸살…"해외지분투자 등 활로 찾아야"

본격적인 휴가철을 맞은 26일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이 해외로 떠나려는 여행객들로 붐비고 있다./영종도=김현민 기자 kimhyun81@

본격적인 휴가철을 맞은 26일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이 해외로 떠나려는 여행객들로 붐비고 있다./영종도=김현민 기자 kimhyun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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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유제훈 기자] "걱정말라며 피자 한 조각을 나눠주더니, 항공사가 하룻밤새 파산해 버렸네요(와우에어 항공기 탑승을 기다리다 파산 소식을 전해 들은 한 아일랜드 여행객이 황당해 하며 한 말)."


2011년 설립된 아이슬란드 항공사 와우에어가 지난 3월 파산했다. 매각작업은 물론, 채권단과의 협상이 최종 결렬되며 약 1만명의 승객을 뒤로 한 채 홈페이지를 통해 운항 중단을 알렸다.

초저가를 표방한 와우에어는 한 때 북미~유럽 편도 항공권을 단돈 69.99달러(8만4000원)에 판매하는 등 파격적 전략을 내세우기도 했다. 하지만 유럽 항공시장에 만연한 과당경쟁으로 결국 사라졌다.


유럽 항공사들이 '과당경쟁'의 여파로 몸살을 앓으면서 저비용항공사(LCC)를 중심으로 파산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국 항공업계 역시 고질적 공급과잉으로 구조조정기에 접어들었단 평가가 나오는 만큼 유럽의 사례가 '예고편'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유럽 항공산업 흔든 과당경쟁 = 올들어 유럽연합(EU)에선 ▲독일 게르마니아 항공▲아이슬란드 와우항공▲영국 토마스 쿡 항공▲프랑스 에이글 아주르, XL 에어웨이즈 등이 연이어 파산했다. 이에 앞서 2017년엔 유럽 제3의 LCC 에어 베를린이 파산했고, 지난해에도 5개 LCC들이 문을 닫았다.

최근 수 년간 유럽 항공업계에서 파산사례가 이어지고 있는 원인으론 과당경쟁이 꼽힌다. 늘어나는 항공수요, 2000년대 중ㆍ후반 저유가를 타고 LCC가 크게 늘었는데, 단일항공시장인 EU 특성상 '무한경쟁'이 벌어진 데 따른 결과란 설명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항공자유화도가 높은 만큼 EU 항공사들은 국경없는 경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라며 "라이언에어ㆍ이지젯 등 규모의 경제를 실현한 LCC들이 커지는 반면, 작은 규모의 LCC들은 양력을 잃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비단 유럽에 국한된 현상이 아닐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허희영 한국항공대 교수는 "전반적으로 수요 증가속도에 비해 공급 증가속도가 빠른 편"이라며 "지난 6월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서울총회에서도 글로벌 항공산업의 이윤율이 더 떨어질 수 있단 우려 및 전망이 나왔다"고 말했다.


◆재편기 접어든 韓 항공산업 = 국내 항공업계 역시 이같은 흐름에 주목하고 있다. 한국 항공산업 역시 일본의 경제보복에 따른 불매운동을 촉매로 '공급과잉' 문제가 부상했기 때문이다. 실제 국토교통부 항공정보포털시스템 등에 따르면 최근 3년(2016~2018년)간 국적항공사 8개사의 국제선 공급좌석 증가율은 22%에 달했지만 전체 국제선 여객수 증가율은 18% 선에 그쳤다.


여기에 올해 말부터는 신규 항공사 3개사가 차례로 취항, 국적 항공사가 모두 11개로 늘게 되면 좌석 공급이 더욱 증가할 것으로 우려된다. 신규 항공사들도 초반 취항지로 일본ㆍ중국ㆍ동남아 등을 꼽고 있는 만큼 전반적 공급과잉이 확대될 수 밖에 없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국적항공사 한 관계자는 "벌써부터 일부 항공사들이 자본잠식 상태에 처했단 얘기가 돌고 있다"면서 "내년부턴 한계상황에 봉착할 항공사들도 나타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주요 항공사 영업이익 추이에서도 한국 항공산업이 최고 고도를 지났다는 점이 드러난다. 국내 최대 LCC인 제주항공의 반기 영업이익은 2016년 162억원에서 지난해 581억원으로 줄곧 오름세를 보였지만, 올해엔 300억원대로 주저앉았다. 대형항공사(FSC)인 아시아나항공도 지난해까지 3개년간 반기 영업이익이 증가세를 보였으나 올해 들어선 재무구조 악화 등의 여파가 겹치며 1000억원대의 적자를 냈다.


◆시계 제로, 韓 하늘길 = 중ㆍ장기적 수요전망도 어두운 편이다. 저출산ㆍ고령화 추세가 심화되면서 항공여행 인구(Flying ageㆍ15~64세) 자체가 지난해를 기점으로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항공수요 증가세를 주도한 주요 경제활동인구(25~49세) 역시 감소세가 가팔라지고 있다. 이는 아웃바운드 수요를 기반으로 해 온 LCC의 성장 공식이 종료됨을 의미한다.


전문가들은 국내 항공수요가 점차 정체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항공사들이 해외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사업을 다각화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이휘영 인하공업전문대학 교수는 "오는 2030년까지 국내 항공여객 수요증가율은 평균 1%대로, 공급증가율 4%대에 미달할 것으로 보인다"며 "국내 수요기반 성장이 더 이상 어려운 만큼 국적항공사들도 해외 항공사를 대상으로 한 지분투자, 5자유 운수권을 활용한 신시장 개척 등으로 활로를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제훈 기자 kalama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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