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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춘재 살인 14건·성범죄 30여건 자백"…신빙성 확인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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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석방 무산·DNA 검출·프로파일러 활약 삼박자
'화성연쇄살인사건' 유력 용의자 자백 이끌어
일부 그림 그려가며 구체적 진술도
과거 기억 의존…장소·행위 등 편차
경찰 "진술 초기단계, 면밀히 검증할 것"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특정된 이춘재(56) 씨가 화성사건을 비롯해 모두 14건의 범행을 저질렀다고 최근 자백한 것으로 1일 확인됐다. 이 씨의 고등학교 졸업사진. [이미지출처=연합뉴스]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특정된 이춘재(56) 씨가 화성사건을 비롯해 모두 14건의 범행을 저질렀다고 최근 자백한 것으로 1일 확인됐다. 이 씨의 고등학교 졸업사진.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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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관주 기자]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유력 용의자 이춘재(56)가 결국 범죄 행위를 모두 자백함에 따라 이제 남은 과제는 추가 수사를 통해 이씨가 실제 진범인지 여부를 가리고, 범행 동기와 수법 등은 무엇인지 밝혀내는 일이다. 경찰은 철저한 검증작업을 통해 이씨 진술의 신빙성을 확인할 계획이다.


반기수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수사본부장(2부장)은 2일 브리핑을 통해 "이씨가 현재까지 총 14건의 살인 및 30여건의 성범죄를 자백하고 있다"면서 "자백 내용이 초기단계고, 사건의 장소나 행위에 대한 편차가 있어 계속 확인 중"이라고 밝혔다. 다만 현재 수사 중이라는 점을 고려해 구체적인 자백 내용 등은 밝히지 않았다.

◇이춘재, 왜 자백했나= 경찰에 따르면 이씨는 1986년부터 1991년까지 5년 동안 10차례에 걸쳐 벌어진 화성사건 중 모방범죄로 드러난 8차 사건을 제외한 나머지 9건을 자신이 했다고 경찰에 털어놨다. 또 화성사건을 전후해 화성 일대에서 발생한 3건, 충북 청주로 이사한 뒤 2건의 살인을 더 저질렀다고 밝혔다. 모두 이씨가 1986년 1월 군에서 제대한 이후부터 1994년 처제 살인사건으로 체포되기 전에 발생한 사건으로 알려졌다.


그간 경찰과의 접견조사에서 줄곧 자신의 혐의를 부인했던 이씨가 입을 열게 된 배경에는 우선 DNA 추가 검출이 결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기존 5ㆍ7ㆍ9차 사건에 이어 4차 사건의 증거물에서도 이씨의 DNA가 검출되면서 마냥 혐의를 부인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무기수로 수감된 상황에서도 '1급 모범수'로 분류되는 등 가석방의 희망을 갖고 있던 이씨가 화성사건의 유력 용의자로 특정되면서 그 희망이 사라지자 모든 것을 내려놓게 됐다는 해석도 나온다. 이미 자신의 DNA가 나온 상황에서 혐의를 부인해봐야 가석방이 이뤄지기 힘들다는 판단을 했을 가능성이 크다.

이 과정에서 경찰 프로파일러들이 큰 역할을 했다. 9차례의 접견조사를 통해 신뢰관계를 구축했고, 심리분석을 통한 접근과 다양한 증거가 제시되자 이씨가 심경의 변화를 일으켰다는 것이다. 반 본부장은 "여러 과정을 거쳐 프로파일러와 '라포르(신뢰 관계)'가 형성됐고, DNA 검출에 따라 지난주부터 자백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이춘재 살인 14건·성범죄 30여건 자백"…신빙성 확인 관건 원본보기 아이콘

◇자백 신빙성이 관건= 이씨의 자백만으로 화성사건의 진실이 규명된 것은 아니다. 우선 경찰은 이씨의 자백이 사실관계에 부합하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이씨가 가석방을 포기했다면 진술의 신빙성은 높아 보인다. 이미 2006년 4월을 기해 마지막 10차 사건의 공소시효가 만료되면서 추가적인 처벌은 어렵고, 어차피 무기수로 수감 중인 상태이기에 굳이 이씨가 거짓말을 할 이유는 없다.


다만, 이씨의 기억이 왜곡돼 있을 가능성은 있다. 30년이 지난 과거의 사건이기에 기억에만 의존해 수사하기는 어렵다. 이씨가 일부 사건에 대해서는 장소 그림을 그려가며 진술했으나, 연쇄살인범의 특성상 자기과시를 위해 일부 사건을 의도적으로 부풀리거나 자기방어를 위해 추가 여죄를 숨겼을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 반 본부장은 "본인이 살인 몇 건, 강간 몇 건 등 구체적으로 임의성 있는 진술을 하고 있다"면서도 "오래된 일이고 기억에 의존하다보니 당시 사건기록과 차이가 있는 부분이 있다"고 했다.


최악의 상황은 이씨가 자포자기 심정으로 허세를 부리며 거짓자백을 했을 경우다. 이 경우 대한민국 최악의 미제사건에 대한 수사가 원점으로 돌아간다. 실제 2004년 국민적 공분을 자아낸 희대의 연쇄살인마 유영철(49)은 26명을 살해했다고 주장했으나, 수사를 통해 확인된 피해자는 최종적으로 그보다 적은 20명이었다. 유영철의 과시적 성향이 드러난 대목이다.


경찰은 이씨가 자백한 사건에 대해 신빙성 여부를 면밀히 검토할 계획이다. DNA가 검출되지 않은 일부 사건도 있는 만큼 자백내용에 대한 수사기록 검토, 관련자 수사 등 검증작업을 통해 이씨가 모든 화성사건을 저질렀는지 명백히 가리겠다는 게 경찰의 입장이다.


이씨가 자백한 사건이 살인ㆍ성폭행을 합쳐 40건이 넘는 만큼 경찰의 개별적 확인에도 상당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반 본부장은 "진술의 신빙성 확인이 이뤄져야 한다"며 "당시 수사기록과 증거물, 사건관계자 등을 상대로 면밀히 수사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이관주 기자 leekj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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