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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아니라지만…학계는 "사실상 디플레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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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소비자물가 -0.4%…사상 첫 공식 '마이너스'

통계청 "마이너스 물가 일시적, 연말엔 0% 중후반으로 상승"

KDI "근원물가 0% 이어가 걱정"

일본식 장기불황 걱정도

학계 "3대 물가 지표 마이너스…디플레이션이라고 봐야"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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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 심나영 기자] 1일 통계청이 발표한 '9월 소비자물가 동향'에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공식적으로는 사상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하면서 '물가 하락→저성장'으로 이어지는 디플레이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부는 농산물 가격 하락, 고교 무상교육 등 일시적이고 정책적인 요인에 의해 저물가 현상이 나타난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저물가가 구조적으로 고착화되는 일본식 장기 침체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정부ㆍ한은 "일시적…연말에 반등"


이날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소비자물가 하락 폭은 지난 8월 0.04%에서 지난달 0.4%로 확대됐다. 농축수산물 생산량 증가에 따른 가격 하락, 고교 무상교육(-36.2%), 학교 무상급식 확대(-57.8%)가 실시되면서 물가 하락을 부채질했다. 농축수산물 가격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2% 하락했으며 석유류 등 공업제품 가격도 유류세 인하가 종료됐음에도 추석 세일 영향으로 0.2% 떨어졌다. 특히 어류ㆍ조개ㆍ채소ㆍ과실 등 기상 조건에 따라 가격 변동이 큰 '신선식품지수'는 1년 전보다 15.3% 하락하면서 2008년 10월(-15.6%) 이후 최저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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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물가 하락이 일시적 현상인 만큼 디플레이션을 걱정할 단계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이두원 통계청 물가동향과장은 "지난해 고공행진을 보인 채소류 가격이 올해 기저효과로 하락하면서 물가 하락이 나타났다"면서 "올 연말에는 0%대 중ㆍ후반 수준으로 상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은행도 이날 "농축수산물 및 석유류 등 공급 측 기저효과는 8~10월 중에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하다가 11월 이후부터 점차 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내년 이후 1%대로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KDI도 "일본식 장기 불황 우려"


그러나 전문가들과 학계에서는 경제가 활력을 잃어버리는 디플레이션의 징조가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김성태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망실장은 "물가상승률 목표치를 밑도는 현상이 지속된다면 일본식 장기 불황을 우려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이 눈여겨보는 것은 근원물가 상승률이다. 근원물가는 계절적 요인이나 일시적 충격에 의한 물가변동분을 제외한 기조적인 물가 지표다. 근원물가 상승률이 낮으면 소비가 부진하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근원물가는 올해 2월까지 전년 동월 대비 1%대 상승세를 이어왔지만 지난 3월부터 0%대를 유지했고, 지난달에는 0.6% 상승하는 데 그쳤다. 이는 1999년 9월 0.3% 이후 최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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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실장은 "근원물가가 0%대를 이어가는 부분이 가장 큰 걱정"이라면서 "1%대 초반으로 상승 폭이 커지더라도 하방 압력은 존재한다"고 평가했다. 한은에 따르면 근원물가에서 정부 복지ㆍ세제 정책 효과를 제외한 물가 상승률마저 지난달 1.1%에 그쳤다.


◆3대 물가 지표 모두 '마이너스'


소비자물가와 함께 3대 물가 지표로 꼽히는 국내총생산(GDP) 디플레이터와 생산자물가마저 역(逆)성장했다는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GDP디플레이터는 GDP를 구성하는 소비, 투자, 수출입과 관련된 모든 물가 지표가 포함된 지수다. 지난해 4분기 -0.1%, 올해 1분기 -0.5%, 2분기 -0.7%로 하락 폭을 키우며 3개월 연속 떨어졌다. GDP 디플레이터가 장기적으로 낮은 수준을 유지하면 기업들의 경제 활동이 위축될 수 있다.


소비자물가의 선행 지표인 생산자물가 역시 7ㆍ8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8월 생산자물가지수가 떨어진 건 국제 유가 약세와 농산물 가격 하락에 더해 수요 감소의 영향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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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식 연세대 명예교수는 "정부는 겨울철 유가 상승과 지난해 농수산축산물 가격 상승의 기저효과가 사라지면 물가가 오를 것이라 했지만 2개월 연속 소비자물가가 마이너스라는 건 좋은 신호가 아니다"며 "GDP 디플레이터와 생산자물가까지 마이너스라 수요 침체로 디플레이션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해석해야 맞다"고 밝혔다.


조장옥 서강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지난달 초 '장기 불황에 대한 시각'이라는 국가미래연구원 보고서에서 "2011년 이후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추세적으로 하락하는 모습"이라고 지적하면서 "디플레이션 징조가 존재한다고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조 교수는 이어 "물가 상승률이 때때로 마이너스이고, 연간 평균 상승률이 0% 근처라면 디플레이션이라고 봐도 무방하다"고 강조했다.






최일권 기자 igchoi@asiae.co.kr
심나영 기자 sn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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