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im영역

獨헨켈, 美듀폰이 뒤쫓고 일본이 탐낸다…'소재 세계제패' 노리는 엔트리움

뉴스듣기 스크랩 글자크기

글자크기 설정

닫기
인쇄 RSS

스프레이 방식 전자파 차단소재 세계 최초 개발

[화성=아시아경제 김효진 기자] "세상의 모든 반도체에서 발생하는 전자파를 가장 효과적으로 차단하는 기술이 여기에 담겨 있습니다." 지난 19일 경기 화성 본사에서 만난 정세영 엔트리움 대표는 연구시설 입구에 놓인 진열장에서 손가락 만 한 유리병 한 개를 꺼내어 보이며 이렇게 말했다. 은갈색을 띠는 소재가 3분의 2쯤 채워져 있었다. 엔트리움이 자랑하는 스프레이형 전자파간섭(EMI) 차단 소재 기술이 이 작은 유리병에 응축되어 있는 셈이다.


반도체는 기능별로 고유한 전자파를 방출한다. 요즘 양산되는 스마트폰을 예로 들자면 통신칩ㆍ메모리칩 등 70개 안팎의 반도체가 들어가 있는데, 이들 반도체가 제각각의 '목소리'를 전자파 형태로 뿜어낸다는 뜻이다. 문제는 이렇게 뿜어내는 전자파가 서로의 동작을 방해해 오류나 왜곡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 또한 전자파는 인체 내에서 적혈구 응집을 유발해 각종 건강 문제를 일으킬 우려도 있다. 이를 방지하는 것이 전자파 차단 소재의 역할이다.

지금까지는 쉴드캔이나 PVD라고 불리는 장비를 이용한 금속 코팅 방식이 널리 쓰여 왔다. 장비 내에서 고온 고압의 플라즈마 분위기를 조성한 뒤 원자를 하나씩 떨어뜨려 반도체를 코팅하는 식이다. 장비 한 대의 가격이 60억~70억원에 이르는 데다 공정 시간이 오래 걸리고, 반도체의 얇은 측면까지 감싸는 데는 한계가 있어 효율성이 떨어진다. 저주파 전자파는 PVD로 차단이 되지도 않는다.


엔트리움은 이처럼 비싼 장비 없이 스프레이로 소재를 분사해 반도체의 상하좌우를 완벽히 차단하는 기술을 약 2년 전 세계 최초로, 양산 가능 수준으로 개발했다. 스프레이 장비의 가격은 사양에 따라 1억~3억원 내외에 불과하다. 그저 스프레이를 뿌리고 건조만 해 주면 그만이라서 가공 시간이 획기적으로 줄어든다. 정 대표는 "특별한 여건을 조성할 필요 없이 상온에서 작업하면 된다는 것이 또 한 가지의 중요한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19일 경기 화성 본사에서 만난 정세영 엔트리움 대표가 연구시설 입구에 놓인 진열장에서 자체개발한 소재를 꺼내어 보이며 설명하고 있다.

지난 19일 경기 화성 본사에서 만난 정세영 엔트리움 대표가 연구시설 입구에 놓인 진열장에서 자체개발한 소재를 꺼내어 보이며 설명하고 있다.

AD
원본보기 아이콘

엔트리움의 반도체 전자파 차단 솔루션은 굴지의 글로벌 반도체 기업으로부터 양산인증을 받았다. 엔트리움은 현재 스마트기기 분야를 선도하는 글로벌 기업들과 긴밀한 협업을 진행하고 있다. 독일의 헨켈, 미국의 듀폰, 일본의 나믹스 등 쟁쟁한 해외 기업들이 엔트리움의 기술을 뒤쫓는 중이다. 지난해에서 올해에 걸쳐 일본, 미국의 몇몇 기업이 엔트리움에 조인트벤처를 제안하기도 했다.


정 대표는 "스마트폰, 전장 반도체만 연 2000억개가 생산되며 5G, 자율주행차 상용화에 따라 전자파 차단 적용률이 현재 5% 미만에서 향후 10년 내 50% 이상으로 증가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 대표는 또 "10조원 이상 규모의 새로운 시장이 열리고 있다"면서 "기존에 없던 혁신 기술로 이 시장에서 높은 기술력과 인지도를 가지고 시장을 선점할 수 있도록 기술면이나 영업마케팅 측면에서 철저히 준비하고 실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5G 기반 자율주행 시장이 넓어지면 저비용 고효율의 전자파 차단 소재 시장도 덩달아 확대될 수밖에 없다. 전자파 교란이 교통안전을 넘어 생명을 위협할 수도 있어서다.

엔트리움은 디스플레이용 ACF필름에 쓰이는 도전성 입자를 2015년을 전후로 국산화했다. 이전까지는 일본의 세키스이와 니폰케미칼이 세계 시장을 독과점하고 있었다. 그 외에도 스마트폰용 필름 등 3가지 제품의 국산화 개발은 물론 전자파 차단 소재, 5GㆍAI 반도체용 고방열 소재 등에서 일본ㆍ미국 등지의 글로벌 소재기업들과 경쟁하며 원천기술을 확보했다.


정 대표는 "핵심 소재를 일본 등 해외에서 가져다 쓰면 그 소재를 우리 기술과 제품에 맞게 재가공해야 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자면 거래 기업과 지난한 피드백의 과정을 거쳐야 하고 우리가 원하는 개발 속도에 맞추기가 굉장히 어렵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이어 "일본 등의 기업이 소재 기술력에 있어 앞서가는 것은 맞지만 넘어서지 못 할 벽은 아니란 생각이 들어 소재 기업 창업에 이르게 됐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는 그러면서 "수요자인 기업들이 무얼 원하는지에 귀 기울이고 이를 충족시키는 데 무엇이 부족한지를 파악하는 것이 기술혁신이나 원천기술 개발의 원동력이 아닐까 한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서울대 재료공학 박사 출신으로 2002년부터 약 10년 동안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에서 일했고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의 청년창업사관학교를 거쳐 2013년 엔트리움을 세웠다. 지난해 제21회 벤처창업진흥 유공 대통령 표창을 받았으며 소재 기업으로는 처음으로 2017년 SK하이닉스가 지원하는 기술혁신기업에 선정됐다.




화성 = 김효진 기자 hjn2529@asiae.co.kr
AD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본 뉴스

새로보기

이슈 PICK

  • 6년 만에 솔로 데뷔…(여자)아이들 우기, 앨범 선주문 50만장 "편파방송으로 명예훼손" 어트랙트, SBS '그알' 제작진 고소 강릉 해안도로에 정체모를 빨간색 외제차…"여기서 사진 찍으라고?"

    #국내이슈

  • "죽음이 아니라 자유 위한 것"…전신마비 변호사 페루서 첫 안락사 "푸바오 잘 지내요" 영상 또 공개…공식 데뷔 빨라지나 대학 나온 미모의 26세 女 "돼지 키우며 월 114만원 벌지만 행복"

    #해외이슈

  • [포토] 정교한 3D 프린팅의 세계 [포토] '그날의 기억' [이미지 다이어리] 그곳에 목련이 필 줄 알았다.

    #포토PICK

  • "쓰임새는 고객이 정한다" 현대차가 제시하는 미래 상용차 미리보니 매끈한 뒤태로 600㎞ 달린다…쿠페형 폴스타4 6월 출시 마지막 V10 내연기관 람보르기니…'우라칸STJ' 출시

    #CAR라이프

  • [뉴스속 용어]뉴스페이스 신호탄, '초소형 군집위성' [뉴스속 용어]日 정치인 '야스쿠니신사' 집단 참배…한·중 항의 [뉴스속 용어]'비흡연 세대 법'으로 들끓는 영국 사회

    #뉴스속OO

간격처리를 위한 class

많이 본 뉴스 !가장 많이 읽힌 뉴스를 제공합니다. 집계 기준에 따라 최대 3일 전 기사까지 제공될 수 있습니다.

top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