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화되는 배터리 內戰
SK이노 "CEO 만남 후 대화모드 찬물…법적절차 통해 소명할 것"
[아시아경제 권재희 기자]한국경제가 자중지란에 빠졌다. SK이노베이션과 LG화학은 맞소송중이며,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상대 제품 헐뜯기에 혈안이다.
차세대 성장동력인 전기자동차 배터리(2차 전지) 산업은 LG와 SK간의 맞소송전으로 최대 위기 상황에 처했다. 반면, 일본·중국의 전기차 배터리 업체들은 폭스바겐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과 합종연횡을 통해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다. LG-SK 맞소송전의 최종 승자는 일본, 중국 배터리 업체라는 전망도 과장이 아니다.
맞소송전은 수사 당국의 압수수색으로 번졌다. 전기차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혐의로 LG화학과 맞소송을 진행중인 SK이노베이션은 17일 경찰의 압수수색을 받았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간의 8K TV 관련 품질·기술력 논쟁도 과도한 글로벌 TV 시장 주도권 경쟁에서 빚어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삼성과 LG간의 공방전을 볼때 양사의 차세대 TV 기술력을 둘러싼 자존심 싸움은 쉽게 해결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재계 고위 관계자는 "경제 위기 상황속에서 재계 서열 1위(삼성), 3위(SK), 4위(LG)가 글로벌 경쟁력을 키워도 부족할 판에 법적 소송과 불필요한 논쟁으로 인력ㆍ자본 낭비를 하고 있다"고 쓴소리를 했다. 글로벌 플레이어들이 경쟁자들과 협력 체계를 구축하는 모습과 사뭇 다르다는 것이다.
SK이노베이션 은 국내 대기업간 소송에 대해 유감의 뜻을 보이면서도 법적 공방과 함께 대화 노력은 이어나가겠다고 재차 밝혔다.
SK이노베이션은 "대기업간 소송이슈는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국민들로부터 칭찬받을 일이 아니다"며 "조속히 마무리짓지 못하고 분쟁이 계속되는 점에 대해 유감의 말씀을 드린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금까지 공식적으로도 비공식적으로도 대화를 통한 해결을 강조해왔고 그 의지는 앞으로도 변함이 없을 것"이라며 "법적 절차를 통해 확실히 소명해 나가겠지만, 그럼에도 대화 노력을 이어가는 것은 배터리 산업 특성상 지금은 소송보다는 협력을 해야할 때"라고 덧붙였다.
현재 배터리 시장은 2021년부터 수요가 공급을 초과해 2024~2025년경에는 메모리 반도체 시장 규모를 넘어설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대기업이 소송을 벌이는 것은 각 사의 경쟁력 제고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이다.
SK이노베이션은 전기차 배터리 인력들의 국외 유출 등 소송의 결과가 가져올 '어부지리'론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했다.
다만 SK이노베이션은 영업비밀 탈취 목적으로 계획적으로 LG화학 인력을 채용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조목조목 반박했다.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 사업 경력사원 채용 과정에서 LG화학의 인력을 채용한 것은 사실"이라며 "LG화학 출신 경력직원이 100여명에 달한다고 하는데, 이는 경력사원 모집에 지원한 LG화학 출신 전체의 10%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 고위 관계자는 "양사 CEO 만남 이후 국내 수사기관을 통해 반격에 나선 것은 대화모드 조성에 찬물을 끼얹는 격"이라며 "SK이노베이션은 법적 절차를 통해 소명하되 대화의 문은 열어놓겠다"고 말했다.
권재희 기자 jayf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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