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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을읽다]버려진 반려동물, 야생동물 돼 습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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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귀여운 고양이도 주인에게 버려지면 야생의 들고양이가 돼 야생동물을 잡아먹게 됩니다. 사냥을 통한 생존의 본능만 남게될 테니까요. [사진=아시아경제DB]

이 귀여운 고양이도 주인에게 버려지면 야생의 들고양이가 돼 야생동물을 잡아먹게 됩니다. 사냥을 통한 생존의 본능만 남게될 테니까요. [사진=아시아경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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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종화 기자]요즘 농어촌에서 들개처럼 변한 유기견들에게 가축이 물려 죽는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는 소식이 간혹 들려옵니다. 현실은 뉴스로 듣는 것보다 더 심각합니다.


가축을 공격하는 것은 예사고, 사람을 직접 공격하기도 합니다. 지난 5월29일 인천대공원에서 시민들을 공격한 들개에 사람들과 반려견이 물리는 사고가 일어났고, 서울의 야산과 주택가에도 들개의 출몰이 잦아지면서 시민들이 공포에 떨고 있습니다.

매년 전국적으로 수만건의 들개 포획을 요청하는 신고가 접수됩니다. 유기견, 즉 사람들이 무책임하게 내다버린 반려견이 야생화되면서 들개가 되고, 보능에 따라 5~6마리씩 무리를 이룬 들개들이 먹이를 구하기 위해 도심에 출몰하는 것입니다.

한밤에 농가를 습격해 송아지를 잡아먹는 들개의 모습.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한밤에 농가를 습격해 송아지를 잡아먹는 들개의 모습.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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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에 적응한 들개는 먹잇감을 구하는 과정에서 늑대처럼 공격성을 표출합니다. 문제는 이 공격성은 먹이가 부족하지 않을 때도 표출된다는데 있습니다. 야생동물에게 사냥은 본능이기 때문에 도심이나 시골의 한적한 곳에서 홀로 다니는 사람은 들개의 표적이 될 수도 있는 것입니다.


고양이는 다를까요? 굶어죽지 않은 고양이는 빠르게 개체수가 증가합니다. 고양이는 태어난 지 7개월 정도가 지나면 새끼를 가질 수 있는 발정기가 옵니다. 다 자란 암컷은 1년에 2~3번 새끼를 낳을 수 있어 고양이 수는 순식간에 늘어납니다. 그러면 먹이 경쟁이 심해지고, 수많은 들고양이는 야생에 갑자기 '침입종'으로 등장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 들고양이들이 다른 야생동물을 먹이로 삼아 공격하면서 평온하던 생태계가 무너지기 시작합니다. 호주 대륙의 경우가 대표적입니다. 호주 대륙에는 집고양이가 야생화된 들고양이가 최소 210만~최대 630만 마리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고 있습니다.

들고양이 한 마리의 위장에서 40마리의 도마뱀이 나오기도 했는데 들고양이 한 마리당 연간 700마리 이상의 야생동물을 잡아 먹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미국에서도 들고양이가 연간 14억 마리의 새를 잡아 먹어 골치를 앓는다고 합니다.

버려진 유기견들. [사진=연합뉴스]

버려진 유기견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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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고양이가 28종의 호주 야생동물 멸종에 기여했고, 다른 종도 위기에 빠뜨린다는 연구결과도 있습니다. 호주 찰스다윈대 존 워너스키 연구원은 2015년 유럽인이 외래종인 고양이와 붉은 여우를 호주에 데려온 1788년 이후 바다와 육지에 사는 모든 포유류가 어떻게 되었는지 추적했습니다.


그 결과 '불독쥐'와 '로드하우긴귀박쥐' 같은 토착 육상 포유류 273종 중 28종이 멸종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오죽하면 호주 정부가 동물학대 논란에도 불구하고 들고양이 200만 마리 살처분 계획을 발표하고, 일부 주에서는 들고양이 포획에 포상금을 걸기도 했을까요.


버려진 반려동물이 없어도 매일매일 야생동물은 죽어갑니다. 생물학자들은 기후변화와 삼림벌채, 인구증가, 동물착취 등으로 인해 지구 포유동물의 23%인 1130종이, 조류동물의 12%인 1194종이 멸종위기에 처해있다고 분석합니다. 동물들이 서식지를 인간에게 빼앗기기 때문이지요.


다양한 먹이사슬에 의해 수많은 동식물이 서로 연결돼 있어 한 동물종이 멸종하면 다른 동물종에도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야생동물은 예측할 수 없는 환경재난으로부터 인간의 안전을 지켜주는 예비조치로써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숲과 동물을 보호하면 새로운 경제적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주인에게 버려진 유기견의 삶을 다룬 애니메이션 영화 '언더독'의 한 장면.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주인에게 버려진 유기견의 삶을 다룬 애니메이션 영화 '언더독'의 한 장면.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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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양 침식을 막고, 탄소 발생을 줄이며, 인간의 식량 공급에 도움을 주고, 건강도 보호할 수 있습니다. 전통의학의 90% 이상, 현대의학의 50%가 야생동식물을 이용해 개발된다는 사실을 알고 계시나요?


개는 약 1만3000~3만년 전부터, 고양이는 약 8000~9000년 전부터 인간과 더불어 살았습니다. 오랜 세월 인간이 주는 먹이를 먹으며 집을 지키거나, 또 하나의 가족으로 사는 생활에 적응했습니다.


이렇게 인간의 틈에서 살던 반려동물이 야생으로 가면 어떻게 될까요? 야생이 된 반려동물은 생태계와 인간을 위협합니다. 휴가나 연휴가 지나면 야산이나 섬마을에 버려진 유기견이 늘어나는 것은 왜 그럴까요?


반려동물은 끝까지 책임질 수 없다면 분양이나 입양하지 말아야 합니다.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서, 귀여움을 느끼기 위해 동물들의 생명을 경시해서는 안됩니다. 당신이 버린 반려동물, 야생동물이 돼 언젠가 당신이나 당신의 가족에게 피해를 입힐지도 모릅니다.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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