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문화 혁신·젊은 고객 따라잡으려 리버스 멘토링 도입
구찌·에스티로더·IBM 등 글로벌 기업부터 국내 스타트업까지
"도입 목적·목표 명확히, 적용범위도 점진적으로 넓혀야"
[아시아경제 한진주 기자] #구찌는 2012년부터 3년간 매출이 정체되고 '중년 브랜드'라는 이미지까지 생겨나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2015년 임명된 마르코 비자리 CEO는 "과거의 성공경험에 빠져 시대에 맞지 않는 제품을 만들고 있다"며 젊은 고객들의 니즈를 파악하기 위한 혁신에 나섰다. 밀레니얼 세대의 의견을 반영하기 위해 젊은 직원들이 멘토로 활동하는 '리버스 멘토링'을 도입했다. 구찌는 30세 이하 젊은 직원들로 구성된 '그림자 위원회'를 만들어 경영회의 주요 안건을 토론했다. 과감한 디자인을 추구하는 알렉산드로 미켈레를 수석 디자이너로 발탁하고 온라인 등 유통채널을 다변화하는데 주력했다, 그 결과 2018년에는 35세 이하 고객 매출 비중이 전체 62%까지 상승했다.
#'튜터링'과 '위매치'를 운영하는 마켓디자이너스는 올해 초 15명의 임원(팀 리더)과 18명의 인턴을 멘토로 지정해 리버스 멘토링을 도입했다. 가장 먼저 임원들은 책 '90년대생이 온다'를 읽고 밀레니얼 세대를 이해하는 미션을 부여받았다. 멘토-멘티들 끼리 팀을 꾸려 밀레니얼 세대의 '의식주'를 주제로 함께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활동도 했다. 유튜버들이 즐겨 먹는 엽기떡볶이에 생크림을 찍어먹거나 인스타그램으로 '먹방' 라이브를 하는 식이다. 90년대생 직원들이 늘어나면서 직원들에게 어떻게 메시지를 전달하고 소통할 지를 고민하다 '리버스 멘토링'을 도입한 것이다.
젊은 고객과 눈높이를 맞추고 조직문화를 젊게 바꾸기 위해 리버스멘토링을 도입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구찌나 IBM, 에스티로더, GE 등 글로벌 기업 뿐 아니라 국내 스타트업도 리버스멘토링으로 변화를 꾀하고 있다.
리버스 멘토링이란 젊은 직원이 멘토가 되어 경영진에게 코칭하고 조언하는 것을 의미한다. 리버스 멘토링은 1:1로 진행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다대다 등 그룹 멘토링 형태로도 가능하다. 내부의 젊은 직원은 물론 외부 젊은 컨설턴트를 멘토로 활용하기도 하는 등 다양하게 적용되고 있다.
곽연선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기업을 젊고 활력있게 만드는 리버스멘토링' 보고서에서 "기업은 리버스멘토링을 통해 시장과 고객 동향을 신속하게 파악할 수 있다"며 "경영진과 밀레니얼 세대 간 경직된 조직문화를 혁신하고, IT기술에 능통한 젊은 세대와의 리버스 멘토링으로 조직 전반의 디지털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구찌와 에스티로더는 리버스 멘토링으로 시장 트렌드를 파악하는데 주력했다. 에스티로더는 임원과 젊은 직원을 연결해 밀레니얼 세대의 취향을 학습하고, 인기있는 매장을 함께 방문해 시장 트렌드를 탐색한다. 또 외부 젊은 컨설턴트와 경영진을 매칭해 시장 변화에 대해 주기적으로 논의하고 마케팅 전략에 대한 조언도 듣는다. 구찌는 젊은 고객의 니즈를 반영하고 조직 내 매너리즘을 없애기 위해 경영 혁신 활동을 강화했다. 그 결과 2018년 연 매출과 영업이익이 98억 달러, 39억 달러를 기록하며 3년 전보다 매출은 2배, 영업이익은 3배 이상 성장했다. 환경과 사회적 가치를 중시하는 밀레니얼 세대의 특성을 반영해 2018년부터 제품에 모피 사용을 금지하는 조치를 취하기도 했다.
IBM은 권위적인 조직 운영과 의사결정으로 갈등이 생겨나면서 경영진과 직원 간 소통이 중요한 이슈가 되면서 조직문화 혁신과 소통을 위해 리버스 멘토링을 도입했다. IBM은 밀레니얼 세대의 특성을 반영하기 위해 경옂니과 젊은 세대의 소통채널을 만들어 조직문화를 바꿔나가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도 두 달에 한 번 리버스 멘토링 세션을 진행하면서 일하는 방식의 변화나 새로운 조직문화 트렌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리버스 멘토링'의 성공을 위해서는 목표를 정확히 세우고 단계적으로 도입 범위를 늘리는 것이 필요하다. 가장 먼저 리버스 멘토링의 도입 목적과 영역을 분명하게 정의해야 한다. 곽 연구위원은 "목적이 불분명하면 형식적인 행사로 변질될 수 있으므로 경영진의 관심영역과 니즈에 맞는 멘토를 연결해야 효과를 높일 수 있다"며 "젊은 감각이 중요한 소비재·서비스 사업이나 마케팅·영업·기획 분야에서 우선으로 도입할 영역을 검토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두번째는 리버스 멘토링의 목적에 맞는 방식을 단계적으로 시행해야 한다. 초반에는 IT나 SNS 활용 방법 공유부터 외부 시장 트렌드 센싱에서 시작해 향후에 조직문화 변화를 위한 젊은 세대의 의사결정 참여 등 점진적으로 넓혀가는 것이 좋다. 초기에는 다(多)대 1, 다대다 방식으로 시작해 1대1 방식의 멘토링으로 바꿔가는 것도 고려할 만 하다. 곽 연구위원은 "멘토링을 도입함으로써 경영진은 젊은 세대와 의사소통하며 젊은 사업 감각을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다"며 "경영진이 젊은 세대의 목소리를 존중하고 이를 경영에 적극 반영할 때 리버스 멘토링은 성공적으로 운영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진주 기자 truepear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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