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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克日에 연휴는 없다"…추석 반납한 부품·소재 中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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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LED 핵심소재 업체 볼트크리에이션
반도체 공구 제조사 에스다이아몬드공업 등
日 독점 기술 양산 위해 명절에도 '열일'
파격적 자금 지원·통큰 협업 한목소리

서울 성동구 볼트크리에이션 클린룸에서 파인메탈마스크(FMM) 가공을 위한 기초 공정이 진행되고 있다.

서울 성동구 볼트크리에이션 클린룸에서 파인메탈마스크(FMM) 가공을 위한 기초 공정이 진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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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은결 기자] 지식산업센터가 밀집한 서울 성수동에 소재한 볼트크리에이션은 이번 추석 연휴를 반납했다. 이 회사는 일본 기업이 독점 보유한 OLED 파인메탈마스크(FMM) 가공기술과 장비를 독자 개발했다. 900억원 규모의 양산계약을 서둘러 마무리하기 위해 대표이사는 물론 직원 대부분 추석에도 시제품 보강작업을 할 예정이다. 지난 6일 오후 찾아간 이 회사 분위기는 일반 회사의 '불금(불 같은 금요일)'과 달리 연구개발의 불금이었다.


최상준 대표는 FMM 가공이 진행 중인 클린룸을 소개하며 "우리 제품은 일본 제품보다 높은 해상도를 구현할 수 있는 더 작은 구멍을 성공시켰고 가공기술도 친환경적"이라고 말했다. FMM은 OLED 디스플레이에 들어가는 핵심 소재로 종이 두께보다 얇은 금속판에 미세구멍을 뚫어 만들어진다. 구멍을 뚫는 '에칭'기술을 기반으로 이 시장을 일본 다이니폰프린팅(DNP)과 토판프린팅(TOPPAN)이 양분하고 있다.

최 대표는 "DNP 제품은 10개 생산될 때 결함 없는 합격품이 2개뿐이라면 우리 제품은 10개 생산 시 7개를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수율이 높다. 원가절감은 30~50%까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국내 최대 업체인 삼성·LG디스플레이 모두 이 소재를 일본 기업에 의존하고 있어 국내 중소기업 제품을 시험하거나 사용하기가 어렵다. 국내에서 빛을 볼 수 없었던 볼트크리에이션은 중국 3대 OLED 기업인 비전옥스와 공동개발협약을 진행 중이다. 양산계약 규모는 900억원에 이른다.


이 회사는 국산화를 목표로 2015년 창업해 4년 만에 성과를 거뒀다. 전 직원 11명에 아직 매출 실적도 없지만 기술력만으로 320억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양산이 이뤄지면 유니콘기업(기업가치 1조원 비상장사)으로의 성장을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 기술검증과 양산을 할 수 없는 현실에 안타까움도 크다. 최 대표는 "올해 안에 비전옥스와 계약을 체결하면 바로 양산에 들어갈 수 있지만 좋은 기술이 중국에 가게 된 셈"이라며 "역으로 우리나라에 판매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고 했다.


인천 남동산업단지에서 국산화에 매진 중인 에스다이아몬드공업도 이번 추석에 쉴 틈이 없다. 일본 수출 규제 이후 '국산화 중소기업'으로 정부의 주목을 받았지만 아직까지 시험양산을 위한 공장도 못구해서다. 고영길 에스다이아몬드 대표는 "일본 디스코(DISCO)가 독점한 반도체 공구를 자체 개발했지만 기존 공장엔 클린룸이 갖춰지지 않아 시험생산에 한계가 있다"고 했다.

국내외 기업들과 제품 양산 논의를 하고 있으나 자체 설비가 미흡해 진전이 안되는 상황이다. 고 대표가 매일같이 발품을 팔며 새 공장을 물색 중이지만 예산에 맞는 곳을 찾기가 쉽지 않다. 그는 "양산 준비에 6개월은 걸리는데 자금 부담 때문에 계획이 늦어지고 있다. 정책자금과 일반대출 금리가 비슷해서 이것저것 따져보느라 지체됐다"고 말했다.


설비 구축에는 100억원 이상이 드는데 에스다이아몬드같이 연구개발에만 쏟아부어온 영세 중소기업에게는 평균 2.0% 수준의 정책자금 금리도 부담스럽다. 모든 일을 대표 한 사람이 처리하다보니 진행속도도 더디다. 고 대표는 "정부에서 신경을 많이 써주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고 아쉬워했다.


에스다이아몬드가 개발한 반도체 공구는 반도체 원판인 실리콘 웨이퍼의 뒷면을 연마하는 '백그라인딩' 공정 마지막에 사용되는 다이아몬드 휠이다. 다이아몬드 입자로 만들어진 이 휠이 웨이퍼를 1~2마이크로미터(㎛)로 미세하게 갈아내는 과정이 반도체 품질을 좌우한다. 국산화 시 10~30%의 원가절감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국산화 중소기업들은 더 파격적인 자금 지원과 함께 대기업의 '테스트베드' 활성화가 시급하다고 한목소리를 낸다. 고 대표는 "국산화는 속도전인데 중소기업들은 자금 때문에 망설이게 된다. 최소한 1%대의 금리 우대, 지원절차 간소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향후 3년간 연구개발 자금으로 5조원을 적기·적소에 지원하려면 분야별 민간 전문가들을 위촉해 민간 주도로 지원해야 한다"고 했다.


최 대표는 "국산 개발을 하면서 가장 어려운 점이 기술검증"이라며 "해외는 벤처기업 기술을 적용하는 데 열려있는 반면 한국 대기업은 미흡하다. 협업을 하더라도 대기업이 일방적으로 대상 기업을 선정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정부 보증기관을 통해 기술력을 검증받은 부품·소재 기업이 납품하고 싶은 대기업을 선택해 제품 시험을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준다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제언했다.




이은결 기자 le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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