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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지하철 상가 폐점 쓰나미…임대료 부담에 짐싸는 자영업자 '시름시름'

최종수정 2019.09.08 12:58 기사입력 2019.09.08 1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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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료·인건비 부담에 역내상가 200여곳 공실
화장품 로드숍에 의류·외식업 줄줄이 짐싸
서교공 "예외조항 만들어 공실 해소방안 강구"

대외 환경 불안감과 기름값 인상 등 악재가 겹치면서 자영업자들의 경기 불황이 지속되고 있다. 4일 서울 강남역 지하상가에서 문을 닫은 점포가 눈길을 끌고 있다./김현민 기자 kimhyun81@

대외 환경 불안감과 기름값 인상 등 악재가 겹치면서 자영업자들의 경기 불황이 지속되고 있다. 4일 서울 강남역 지하상가에서 문을 닫은 점포가 눈길을 끌고 있다./김현민 기자 kimhyun81@


[아시아경제 이선애 기자, 차민영 기자] 지하철 2호선의 한 역사 안에서 의류 가게를 운영하는 김한수(가명)씨. 오고 가는 사람들을 바라보면서 한숨만 내쉬던 그는 "유동인구가 많은 주요 역사라는 생각만으로 무턱대고 뛰어들어 상가 운영권을 따낸 것이 후회스럽다"면서 "지상에서 운영했던 매장보다 임대료가 3배 가량 더 높은데, 매출은 그 때의 70%수준 밖에 안돼 손에 쥐는 게 거의 없다"고 토로했다. 김 씨는 "계약기간이 끝나면 장사를 접을 것"이라고 털어놨다.


서울 주요 지하철 상가가 자영업자들의 무덤이 되고 있다. 온라인 쇼핑몰의 급성장으로 쇼핑 트렌드가 변화한 가운데 경기침체가 맞물리면서 자영업자들이 임대료·인건비 부담을 못 이기고 짐을 싸고 있는 것. 영세 자영업자 뿐만 아니라 대기업 프랜차이즈들도 줄줄이 폐업하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방문한 유동인구가 많은 시청역, 신도림역, 당산역, 충정로역 등에는 많은 사람들 속에 '임대'라는 문구가 쓰여진 빈 점포들이 여럿 눈에 띄었다. 특히 일부 역에선 폐업한 상가가 나란히 줄지어 있는 모습으로 공실(空室) 공포가 가득한 모습이었다. 당산역의 한 폐업한 상가 인근에서 장사를 하는 한대철(가명)씨는 "옆 가게가 폐업한 이후에는 분위기 때문인지 손님 발길이 더 줄었다"면서 "공실에 많아지면 매력도나 집객효과가 떨어질 수 밖에 없다"고 푸념했다.


대외 환경 불안감과 기름값 인상 등 악재가 겹치면서 자영업자들의 경기 불황이 지속되고 있다. 4일 서울 을지로 지하상가 빈 점포에 임대를 알리는 안내문이 걸려 있다./김현민 기자 kimhyun81@

대외 환경 불안감과 기름값 인상 등 악재가 겹치면서 자영업자들의 경기 불황이 지속되고 있다. 4일 서울 을지로 지하상가 빈 점포에 임대를 알리는 안내문이 걸려 있다./김현민 기자 kimhyun81@



지하철 1~9호선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7월 말 기준 운영중인 지하철 상가는 1811개로 이 중 민간에 임대한 상가는 1617개다. 공실은 203개로 공실률로 따지면 11.2% 수준. 2017년 공실률은 15.9%로 더 높았지만 서울교통공사가 2년간 빈 점포를 125개를 없애면서 그나마 공실률이 낮아졌다. 민간 상가를 포함해 2013년 1573개에 달했던 지하철 상가는 2015년 2055개까지 늘어났으나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해 4년새 244개나 사라진 것이다.


짐을 싼 주요 업종은 화장품·의류·외식 매장. 특히 화장품 로드숍의 폐점 속도가 가파르다. 네이처리퍼블릭은 2015년 73개 매장을 운영했으나 현재 60여개로 쪼그라들었다. 2012년 300개에 달했던 미샤 매장도 지난달말 기준 40여개으로 감소했다. 토니모리 역시 2017년 38개에서 현재 10곳으로 줄었다.

외식 프랜차이즈 매장도 눈에 잘 보이지 않는다. MP그룹이 론칭한 커피·머핀 전문 카페 브랜드 마노핀은 지상보다 지하에 매장이 많은 것으로 유명하다. 현재 전체 매장 36개 중 지하철에서 29개를 운영중이다. 그러나 이는 예전에 비하면 규모가 줄어든 것이다. 2013년 당시 매장 38개에서 2015년엔 매장이 52개까지 늘었고 이때 지하철에서 운영하는 매장은 30개가 넘었다. 지하철역에 자리 잡은 매장 중 인기가 많았던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점, 잠실역점, 사당역점 등의 경우 월 평균 매출이 4500만원~6500만원까지 나왔다. 매장 감소에 대해 마노핀 관계자는 "계약기간이 끝나고 이익이 나지 않으니 재계약을 하지 않아 매장이 자연스럽게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비알코리아가 운영하는 아이스크림전문점 배스킨라빈스도 눈에 띄지 않는다. 매장은 꾸준히 줄어 현재 강남역, 양재역, 개봉역 등 단 3곳에서만 운영중이다. 3년 내내 매장수는 3개에서 변동이 없다. 다만 비알코리아 측은 "상황에 따라 지하철 매장을 더 오픈할 계획은 갖고 있다"며 철수 계획은 없다는 점을 분명히했다.


지하철 상가를 떠나는 가장 큰 이유는 임대료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서울 대형 상가 건물의 월평균 임대료는 ㎡당 5만7890원. 40㎡ 정도 소형 점포 기준으로 매달 평균 230만원가량. 반면 지하철 상가는 이보다 3~5배 비싸다. 실제 강남역 입점 화장품 로드숍 1곳의 월 임대료는 26.55㎡에 2651만원. ㎡ 면적당 99만8493원 꼴이다. 서울 대형 상가 건물 입점 점포의 20배에 육박한다. 이 같은 이유로 시청·종로3가·당산 등 7개 상가 점포의 경우 서울교통공사가 상가운영권 공개입찰을 진행했으나 단 한명도 입찰하지 않아 8개월 넘게 공실 상태다. 서울교통공사가 관리하는 지하철 상가 임대는 공개 입찰을 통한 경쟁 입찰 방식으로 이뤄지며 최고가를 써낸 사람이 5년간의 상가 운영권을 갖는다.


대외 환경 불안감과 기름값 인상 등 악재가 겹치면서 자영업자들의 경기 불황이 지속되고 있다. 4일 서울 강남역 지하상가에서 문을 닫은 점포가 눈길을 끌고 있다./김현민 기자 kimhyun81@

대외 환경 불안감과 기름값 인상 등 악재가 겹치면서 자영업자들의 경기 불황이 지속되고 있다. 4일 서울 강남역 지하상가에서 문을 닫은 점포가 눈길을 끌고 있다./김현민 기자 kimhyun81@


외식업계 관계자는 "유동인구가 높은 지하철 상가의 경우 임대료가 너무 높은데 장사는 경기불황으로 예전같지 않아 수익이 더 악화되고만 있다"면서 "외식업 호황일때 수준의 임대료를 지금도 적용하면 안된다"고 지적했다. 화장품업계 관계자 역시 "2010년대 초반 로드숍이 호황기였을 당시 평균 임대가가 지하철 상가에는 여전히 적용중"이라고 혀를 찼다.


현행법상 서교공에서는 한국자산관리공사 공개입찰을 통해 기초금액 이상 입찰자 중 최고가격을 제시한 사람을 임차인으로 선정한다. 기초금액을 산정하는 감정평가 과정에서 주변 상가 임대가격을 비교 사례로 보는데, 이 과정에서 이미 높게 설정된 임대가격 수준이 영향을 미친다. 임의로 기준가를 낮추는 것도 불가능해 유찰될 경우 공실로 남겨두는 경우도 불가피하게 발생한다.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지나치게 높은 임대가격이 형성된 역내상가에 대해서는 예외조항을 만들어 공실 문제를 해소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또한 소비 트렌드 변화로 인해 상권이 살아나지 못하고 있는 부분은 개인 자영업자 대상 온라인 교육으로 일정 부분 해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건비 문제 역시 주요한 문제 중 하나다. 올해 기준 시간당 최저임금이 8350원으로 오르면서 한달 기준 월급이 174만5000원으로 늘었기 때문이다. 최저임금은 2016년 6030원에서 2017년 6470원, 2018년 7530원에 이어 2019년 8350원으로 매년 큰 폭의 상승세를 기록했다.


지하철 상가 공실이 많아지면서 지하철 상권의 매력도나 집객효과가 떨어져 악순환이 일어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신세계 스타필드같은 대형 멀티 복합쇼핑몰과 온라인 쇼핑몰에 비해 시스템, 규모, 쇼핑의 편의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진다는 얘기다. 화장품 로드숍의 경우 올리브영, 롭스, 시코르 등 헬스앤뷰티(H&B)스토어의 강세에 밀린 시대적 영향도 있다.




이선애 기자 lsa@asiae.co.kr차민영 기자 bloom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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