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키즈존 확대, 찬성 54.7%·반대 36.2%
업주·일반고객·부모 간 배려 중요
[아시아경제 김윤경 기자] #지난 주말 어린 자녀를 데리고 가까운 식당을 찾은 A(30) 씨는 문 앞에 걸린 '노키즈존(No Kids Zone)' 팻말에 다른 곳으로 이동해야만 했다. A 씨는 "노키즈존을 이해하지만, 기분이 좋지 않은 것은 어쩔 수 없다"고 토로했다.
몇 해째 아동 동반 출입을 제한하는 노키즈존을 둘러싸고 사회적 대립이 팽배하다. 노키즈존을 선호하는 이들이 하나 둘 늘어나자 매출 하락을 감수하고서라도 노키즈존을 고수하는 매장이 생기는 반면 아동 차별, 업주의 갑질이라는 등 상반된 의견도 들린다.
각종 SNS에는 "노키즈존은 업주의 권한이다", "아이가 아닌 무개념 부모에 대한 거부", "정당한 댓가를 지급하고 피해 보는 일은 있을 수 없다"는 의견도 만만찮다.
직장인 B(28) 씨는 "식당에서 소리 지르고 뛰어다니는 어린아이들도 분명 잘못됐지만, 이들을 제재하지 않는 무개념 부모가 더욱 문제"라면서 "노키즈존을 반대하기 전에 아이를 거부하는 이유부터 생각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반면 "어린아이를 상대로 하는 차별은 있을 수 없는 일", "엄연한 갑질", "약자에 대한 혐오"라며 나섰다. 배려받을 존재를 대하는 태도나 배려가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유치원생 자녀를 둔 학부모 C(35) 씨는 "에티켓을 지키는 사람들까지 일반피해를 보는 것 같아 불쾌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동을 혐오하는 문화가 사회에 퍼지는 것 같아 두렵다"고 호소했다.
앞서 지난 2012년 한 식당 직원이 자신이 들고 있던 국물을 9살짜리 손님에게 쏟은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아이 부모는 "직원이 국물을 엎은 뒤 손을 다쳤다는 핑계를 대며 자리를 떴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폐쇄회로(CC)TV 영상 확인 결과 아이가 달리던 중 국물을 들고 있던 직원을 향해 일방적으로 부딪치는 장면이 알려지자 아이를 방치한 부모에게 잘못이 있다며 비난 여론이 불거졌다.
또 공공장소에서 아이의 용변을 처리하거나 기저귀를 그대로 두고 가는 등 일부 몰지각한 부모 때문에 민원이 끊이지 않자 아예 노키즈존을 내거는 예도 있다.
이같은 사고와 부모의 부주의로 인한 피해 사례가 수차례 발생하자 2010년대 초반 이래로 노키즈존을 실시하는 매장이 크게 늘어났다. 최근에는 아예 노키즈존과 키즈존 매장을 알려주는 지도도 등장했다.
이가운데 2017년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는 노키즈존 운영을 두고 "나이를 이유로 한 합리적인 이유 없는 차별 행위"라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아동이 차별받지 않을 권리가 영업의 자유보다 우선한다고 봤다.
그러면서 아동 전체를 배제하는 것은 차별이며, 자제해야 할 행동을 구체적으로 공지하라는 입장을 내놨다.
한편,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전국 19세 이상 성인 51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노키즈존 영업장 확대에 대한 국민 여론'에 따르면 '찬성한다'는 응답은 54.7%로 나타났다. '반대한다'는 사람은 36.2%로 조사됐다.
이같은 논란에 전문가들은 업주와 일반 고객, 아이를 동반한 부모 간의 배려와 노력을 중요하다고 봤다.
박소정 주앤심리발달상담센터 원장은 한 토론회를 통해 "아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어른들의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사업주의 영업도 중요하다"면서 "사업장 내에서 지켜야 할 약속, 배려할 수 있는 부분 등에 대한 공지와 안내가 전제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윤경 기자 ykk022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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