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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역 덮친 화장품·외식업 폐점 쓰나미…서울시내 3~5배 임대료 부담

최종수정 2019.09.05 10:55 기사입력 2019.09.05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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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료·인건비 부담에 역내상가 200여곳 공실
화장품 로드숍에 의류·외식업종 줄줄이 짐싸
서교공 "예외조항 만들어 공실 해소방안 강구"

대외 환경 불안감과 기름값 인상 등 악재가 겹치면서 자영업자들의 경기 불황이 지속되고 있다. 4일 서울 강남역 지하상가에서 문을 닫은 점포가 눈길을 끌고 있다./김현민 기자 kimhyun81@

대외 환경 불안감과 기름값 인상 등 악재가 겹치면서 자영업자들의 경기 불황이 지속되고 있다. 4일 서울 강남역 지하상가에서 문을 닫은 점포가 눈길을 끌고 있다./김현민 기자 kimhyun81@


[아시아경제 이선애 기자, 차민영 기자] 지하철 2호선의 한 역사 안에서 의류 가게를 운영하는 김한수(가명)씨. 오고 가는 사람들을 바라보면서 한숨만 내쉬던 그는 "유동인구가 많은 주요 역사라는 생각만으로 무턱대고 뛰어들어 상가 운영권을 따낸 것이 후회스럽다"면서 "지상에서 운영했던 매장보다 임대료가 3배 가량 더 높은데, 매출은 그 때의 70%수준 밖에 안돼 손에 쥐는 게 거의 없다"고 토로했다. 김 씨는 "계약기간이 끝나면 장사를 접을 것"이라고 털어놨다.


서울 주요 지하철 상가가 자영업자들의 무덤이 되고 있다. 온라인 쇼핑몰의 급성장으로 쇼핑 트렌드가 변화한 가운데 경기침체가 맞물리면서 자영업자들이 임대료·인건비 부담을 못 이기고 짐을 싸고 있는 것. 영세 자영업자 뿐만 아니라 대기업 프랜차이즈들도 줄줄이 폐업하고 있는 실정이다.


4일 오후 방문한 유동인구가 많은 시청역, 신도림역, 당산역, 충정로역 등에는 많은 사람들 속에 '임대'라는 문구가 쓰여진 빈 점포들이 여럿 눈에 띄었다. 특히 일부 역에선 폐업한 상가가 나란히 줄지어 있는 모습으로 공실(空室) 공포가 가득한 모습이었다. 당산역의 한 폐업한 상가 인근에서 장사를 하는 한대철(가명)씨는 "옆 가게가 폐업한 이후에는 분위기 때문인지 손님 발길이 더 줄었다"면서 "공실에 많아지면 매력도나 집객효과가 떨어질 수 밖에 없다"고 푸념했다.


대외 환경 불안감과 기름값 인상 등 악재가 겹치면서 자영업자들의 경기 불황이 지속되고 있다. 4일 서울 강남역 지하상가의 한 점포에서 폐업을 알리는 안내문을 걸고 마지막 영업을 하고 있다./김현민 기자 kimhyun81@

대외 환경 불안감과 기름값 인상 등 악재가 겹치면서 자영업자들의 경기 불황이 지속되고 있다. 4일 서울 강남역 지하상가의 한 점포에서 폐업을 알리는 안내문을 걸고 마지막 영업을 하고 있다./김현민 기자 kimhyun81@


지하철 1~9호선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7월 말 기준 운영중인 지하철 상가는 1811개로 이 중 민간에 임대한 상가는 1617개다. 공실은 203개. 공사가 2년간 빈 점포 125개를 없애 공실률은 그나마 11.2% 수준이다. 짐을 싼 주요 업종은 화장품·의류·외식 매장. 특히 화장품 로드숍의 폐점 속도가 가파르다. 네이처리퍼블릭은 2015년 73개 매장을 운영했으나 현재 60여개로 쪼그라들었다. 2012년 300개에 달했던 미샤 매장도 지난달말 기준 40여개으로 감소했다. 토니모리 역시 2017년 38개에서 현재 10곳으로 줄었다.


외식 매장 상황도 비슷하다. 지상보다 지하에 매장이 많은 것으로 유명한 커피ㆍ머핀 전문점 마노핀은 전체 매장 36개 중 지하철에서 29개를 운영 중이다. 마노핀은 2015년 52개에 달하던 매장 중 30개가 지하철 역사에 있었다.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점, 잠실역점, 사당역점 등의 경우 월 평균 매출이 4500만~6500만원까지 나왔다. 마노핀 관계자는 "매출이 높아도 임대료 부담이 너무 컸다"면서 "재계약을 하지 않는 매장이 속출하면서 자연스럽게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대외 환경 불안감과 기름값 인상 등 악재가 겹치면서 자영업자들의 경기 불황이 지속되고 있다. 4일 서울 을지로 지하상가 빈 점포에 임대를 알리는 안내문이 걸려 있다./김현민 기자 kimhyun81@

대외 환경 불안감과 기름값 인상 등 악재가 겹치면서 자영업자들의 경기 불황이 지속되고 있다. 4일 서울 을지로 지하상가 빈 점포에 임대를 알리는 안내문이 걸려 있다./김현민 기자 kimhyun81@


지하철 상가를 떠나는 가장 큰 이유는 임대료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서울 대형 상가 건물의 월평균 임대료는 ㎡당 5만7890원. 40㎡ 정도 소형 점포 기준으로 매달 평균 230만원가량. 반면 지하철 상가는 이보다 3~5배 비싸다. 실제 강남역 입점 화장품 로드숍 1곳의 월 임대료는 26.55㎡에 2651만원. ㎡ 면적당 99만8493원 꼴이다. 서울 대형 상가 건물 입점 점포의 20배에 육박한다. 이 같은 이유로 시청·종로3가·당산 등 7개 상가 점포의 경우 서울교통공사가 상가운영권 공개입찰을 진행했으나 단 한명도 입찰하지 않아 8개월 넘게 공실 상태다.


외식업계 관계자는 "유동인구가 높은 지하철 상가의 경우 임대료가 너무 높은데 장사는 경기불황으로 예전같지 않아 수익이 더 악화되고만 있다"면서 "외식업 호황일때 수준의 임대료를 지금도 적용하면 안된다"고 지적했다. 화장품업계 관계자 역시 "2010년대 초반 로드숍이 호황기였을 당시 평균 임대가가 지하철 상가에는 여전히 적용중"이라고 혀를 찼다.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지나치게 높은 임대가격이 형성된 역내상가에 대해서는 예외조항을 만들어 공실 문제를 해소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또한 소비 트렌드 변화로 인해 상권이 살아나지 못하고 있는 부분은 개인 자영업자 대상 온라인 교육으로 일정 부분 해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선애 기자 lsa@asiae.co.kr차민영 기자 bloom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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