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커머스 사용액 日 2464억원, 종합소매부분보다 260억 많아
자사주 매입·문화시설 주력 변신…오프라인 매장 혁신 안간힘
[아시아경제 성기호 기자, 김봉기 기자] '쿠팡'으로 대표되는 유통업계 후발주자 이커머스가 개인 신용카드 소비에서 오프라인을 기반으로 한 대형 유통 공룡을 이겼다. 올해 상반기 개인 신용카드 사용액 분석 결과 전자상거래ㆍ통신판매가 차지하는 비중이 사상 처음으로 대형마트와 편의점 등 종합소매 비중을 추월한 것. 유통의 안방자리를 온라인몰에 내준 현재의 오프라인 위기를 그대로 보여주는 방증이다. 오프라인 업계는 생존을 위해 자산 매각이나 자사주 매입, 영업전략 변화 등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오프라인의 위기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며 과감한 규제 개혁을 주문했다.
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최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9년 상반기 중 지급결제동향' 조사 결과 올 상반기 개인 신용카드의 전자상거래ㆍ통신판매 사용액이 일 평균 2464억원으로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마트와 편의점을 포함한 종합소매부분 개인 카드 사용액 2203억원과 비교해 260억원 가량 많은 수치다.
전자상거래ㆍ통신판매 소비는 2017년부터 3년 연속 증가추세다. 특히 올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3% 증가하며 1위에 올라섰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결과가 이미 예상됐던 것이지만 실제 현실로 나타난 것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진단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전문대학원장은 "이번 결과는 소비시장의 주도권이 베이비부머 세대(1955~1963년생)에서 밀레니얼 세대(1980~2000년생)로 넘어간 것을 상징하는 의미가 있다"며 "대형마트가 상징이었던 오프라인 시장의 권력이 쿠팡으로 대표되는 온라인으로 넘어간 것"이라고 분석했다. 조춘한 경기과학기술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사람들은 편리한 것을 찾기 때문에 온라인 쇼핑에 몰리는 것은 시대적 흐름"이라며 "소비자들이 생각하는 쇼핑이 '찾아가는 것'에서 '클릭'하는 것으로 빠르게 전환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급격히 찾아온 위기에 오프라인 업계는 생존을 위한 안간힘을 쓰고 있다. 가장 먼저 꺼내든 카드는 자사주 매입이다. 실적 부진이 장기화면서 떨어지는 주가를 더 이상 두고 볼 수 만은 없기 때문이다. 롯데그룹의 지주사인 롯데지주는 자회사인 롯데쇼핑의 주식 20만주(약 273억원)를 지난달 23일부터 29일까지 매수했다. 이번 매수로 롯데지주의 지분율은 39.5%까지 상승했다. 앞서 이마트는 지난 2분기 창사이래 첫 적자를 기록한 이후 주주가치 재고를 위해 오는 11월13일까지 95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사들이기로 했다. 현대백화점도 지난달 8일 162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사들이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부동산 매각을 통한 자산 유동화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자산 유통화를 통한 현금을 활용해 재무건전성을 강화하고 신사업 등에 사용하기 위한 것이다. 롯데쇼핑은 롯데백화점과 마트, 아울렛이 보유한 부동산이 중심인 롯데리츠를 오는 23일부터 10월2일까지 수요예측을 진행한 이후 10월 말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할 예정이다. 이마트는 올해 말까지 부동산 자산 1조원을 매각해 유동성을 늘릴 계획이다. 지난번 쓴잔을 마셨던 홈플러스도 시장 상황을 지켜보며 리츠 추진 계획을 계속 이어갈 것으로 알려졌다.
고객을 모으기 위한 다양한 방식의 매장 혁신도 이뤄지고 있다. 지난 6월 말 문을 연 롯데몰 김포공항점의 '쥬라기 월드 특별전'은 두 달만에 관람객 10만 명을 끌어들였다. 쇼핑몰 최초로 아이스링크를 넣은 롯데몰 수지와 '지역 문화시설'을 자부한 스타필드 시티 부천 등도 집객을 위한 실험이 이뤄진 쇼핑몰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어떠한 방식이든 결국 매장에 고객이 찾아와야 매출도 일어나게 돼 있다"며 "고객 유치를 위한 변신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현재의 위기가 인구 구조와 소비 트렌드의 변화, 규제 등이 원인이기 때문에 이같은 자구책이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고 짚었다. 서 교수는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다양한 처방이 나오고 있지만 대세가 바뀌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단정했다. 정부가 오프라인 시장을 살리기 위해 과감한 규제 개혁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힘을 얻고 있다. 오프라인 시장은 다른 어떤 곳 보다 일자리 창출에 막대한 기여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조 교수는 "대형마트로 대표되는 오프라인 유통업체의 부진은 대규모 일자리 위기로 연결될 수 있는 위험성이 있다"며 "오프라인도 온라인과 비교해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과감하게 규제를 풀어주는 정책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성기호 기자 kihoyeyo@asiae.co.kr
김봉기 기자 superch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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