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종화 기자]우리 주위에 존재하는 대부분의 물건은 '원유'로 만들어진 것입니다. 플라스틱이 부품이나 포장재로 사용되지 않은 물건이 없고, 합섬섬유를 사용하지 않은 옷도 없습니다. 집이나 회사에 비치된 사무용품이나 생활용품도 플라스틱 소재가 사용되지 않은 것이 없습니다.
심지어 원목가구의 표면에 칠해진 투명한 니스도 석유화학제품이지요. '원유의 마술'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우리 생활과 연관된 대부분의 제품들은 원유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도대체 이 많은 제품들을 원유로 어떻게 만들었을까요? 이 모든 제품들이 원유를 가열해서 나온 부산물로 만든 것입니다. 산유국에서 수입한 천연 상태의 '원유(Crude Oil)'를 분리하면 다양한 '석유제품(Petroleum Products)'들이 생성됩니다. 원유를 분리하는 방법이 '가열'입니다. 쉽게 말하면 끓이는 것이지요.
원유의 주성분은 탄화수소입니다. 그래서 원유에는 탄소(C)가 하나 있는 메탄(CH4)부터 탄소가 여러 개 있는 중유, 벙커C유 등 여러 불순물이 섞여 있습니다. 이런 상태의 원유를 정유회사의 증류탑에 넣고 가열하면 석유가스(LPG)·가솔린·나프타(납사)·등유(석유)·경유·윤활유·중유 등의 석유제품과 찌꺼기가 발생합니다.
각 석유제품은 끓는점에 따라 분리됩니다. 가볍고 탄소 수가 적은 석유가스(LPG)는 끓는점이 30℃로 가장 먼저 분리됩니다. 그 다음은 자동차의 연료로 주로 사용되는 가솔린이 분리되는데 끓는점은 40~75℃, 가솔린 다음에 분리되는 나프타는 끓는점이 70~160℃입니다.
비행기 연료나 가정용 연료로 사용되는 등유는 끓는점이 150~240℃, 디젤엔진의 연료인 경유는 220~250℃, 윤활유 250~350℃, 중유는 350℃ 이상에서 각각 분리됩니다. 마지막에 남는 것이 찌꺼기인 아스팔트입니다. 끓는점이 높을수록 무겁고 탄소 수가 많습니다.
주로 선박의 연료 등으로 사용되는 중유는 보통 원유 부피의 30~50% 정도를 차지할 정도로 양이 많습니다. 중유의 품질은 비중(0.9~0.95)과 점도 등에 따라 A중유·B중유·C중유로 나누는데 C중유는 '벙커C유'로 불리기도 합니다. 대형 보일러나 대형 내열기관 등에서 가장 많이 소비되는 C중유가 점도가 가장 높습니다.
우리 주변에 가득 찬 플라스틱은 '나프타'를 재가열해서 원재료를 얻습니다. 정유사들이 원유를 가열해 분리정제하는 곳이라면, 석유화학회사는 나프타를 가열해 각종 석유화학제품들을 만들어내는 곳이지요.
나프타를 수증기와 함께 800~850℃로 가열하면 혼합물이 뜨거운 관에서 다수의 탄화수소로 분해되는데, 열분해된 탄화수소들은 다시 작은 분자로 합쳐집니다. 이 분자들은 다시 급랭공정에서 온도를 낮추고, 압축공정에서 압력을 높여줍니다. 이어 냉동공정을 거쳐 응축물을 분리한 후 분리정제를 통해 에틸렌, 프로필렌, 벤젠, 톨루엔 등의 기초유분을 생성합니다.
이런 공정을 '크래킹(craking)'이라고 하고, 이 과정을 수행하는 석유화학공장의 시설을 'NCC(naphtha cracking center)'라고 일컫습니다. 이렇게 생성된 에틸렌, 프로필렌, 벤젠, 톨루엔 등의 기초유분을 합성해 합성수지, 합성섬유 원료, 합성고무, 기타 정밀화학 중간재 등을 제조하게 됩니다.
'크래킹'은 원료를 800~850℃로 가열해 다수의 탄화수소로 분해하는 '분해공정, 분해로에서 나온 물질을 약 400℃와 200℃로 두 차례 급랭해 가솔린 정류탑으로 보내는 '급랭공정', 분해가스를 약 36기압까지 압축하는 '압축공정', 수분이 제거된 기체를 프로필렌과 에틸렌 냉매로 단계적으로 냉각시키는 '냉각공정', 에틸렌·프로필렌·부타디엔·벤젠·톨루엔·자일렌 등으로 응축물을 분리하는 '분리정제공정'으로 이뤄집니다.
석유화학회사에서 만든 합성수지와 합섬원료, 합성고무 등이 가공업체로 보내져 플라스틱과 의류, 장난감, 화장품과 의약품 등이 생산되는 것입니다.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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