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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초대석]권태신 원장 "지금은 냉정할 때‥경제에는 타협도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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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 원장이 서울 여의도 전국경제인연합회관에서 인터뷰하고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 원장이 서울 여의도 전국경제인연합회관에서 인터뷰하고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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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 외교는 무슨 일 있어도 원칙 고수

감정적 대응 자제 작지만 강한 나라로

국산 부품 만들 수 있지만 가격 상승

정치 외교적으로 문제 풀어나가야

4차산업 서비스업 규제 개선 먼저

징벌적 수준 기업 상속세율도 낮춰야

경제대국 한국 건설 대기업의 역할 커

글로벌 기업과 경쟁 여건 조성 필요

정부 낙관적 평가보다 현실인식 우선

콘트롤타워로서 경제살리기 주력해야


[대담=조영신 아시아경제 산업부장]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 원장(전국경제인연합회 상근부회장)은 할말은 하는 사람이다. 노무현 정권 시절 재정경제부 차관으로 재직할 당시 국민적 반대 속에서도 미국과의 성공적 무역협상을 위해 '스크린 쿼터제(국산영화 의무상영제)' 축소를 강행했다. 영화업계의 스크린쿼터제 고수에 대해 '집단이기주의'라 비판한 탓에 전방위에서 공격을 받았지만 명분보다는 실리가 중요했다. 당시 30%이던 한국영화의 점유율은 지금 외려 60% 수준으로 뛰었다.

최근 미중 무역 환율 전쟁과 일본의 수출규제 등 대외 여건의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상황에서도 권태신 부회장은 여전히 소신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권 부회장은 아시아경제와 만나 "국방 외교는 무슨 일이 있어도 원칙을 지키고 경제는 타협을 해야한다"면서 "역사적 경험에 비춰 흔들리지 않는 작지만 강한 나라가 되기 위해선 감정적 대응을 자제하고 냉정한 판단을 해야한다"고 말했다.

-최근 한국 경제가 불확실성에 휩싸였다.

▲냉정한 판단에 따라 국력을 세워야 한다. 작지만 강한 나라 스위스처럼 가야 한다. 우리 반도체 같은 이런 게 몇 가지만 있어도 다른 나라가 꼼짝을 못한다. 감정적으로만 하면 안 된다. 국제 정세를 모르고 판단했던 역사를 되풀이 하지 말아야 한다. 우리 기술력이 앞서고 국민이 단결해야 되는데 매일 우리끼리 싸우고 기업을 옥죄고 그러면 국력이 어디서 나오겠나. 하루빨리 정신차려야 한다. 잡아먹히지 않으려면 강해져야 한다. 예전에 고촉동 싱가포르 전 총리를 불러서 면담을 한 적이 있다. 당신들도 중국이 중요할 것이고 미국은 국방 외교에 중요할 텐데 그 둘 사이에 어떻게 균형을 취하느냐고 물어봤다. 싱가포르는 가상의 적은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라고 했다. 늘 그래서 국민징병제를 운영하고 도시국가인데도 기갑사단이 있고 전투기가 있다. 문제는 훈련할 장소가 없다는 것인데, 대만에서 장소를 빌려 훈련을 했다. 이에 대해 중국이 처음 1~2년간은 엄청나게 반발했다. 이것은 중국과의 문제가 아니라 싱가포르가 죽고사는 문제라고 끝까지 굽히지 않고 설득을 했다고 한다. 그렇게 해서 외교ㆍ국방 문제에 있어서는 자존심을 지켰다. 대신에 경제적 측면에서는 다른 나라들도 싱가포르가 필요하니까 잘 타협해서 유연하게 했다.


-일본의 화이트리스트(안보상 수출심사 우대국) 한국 제외, 어떻게 풀어야 하나.

▲결국은 국제법 질서를 따라야겠죠.


-국산 부품이 업그레이드되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화평법(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에 관한 법)이나 새로 만들려고 하는 화관법(화학물질관리법)을 보면 사업을 못하게 만들어놨다. 유해물질인지 20~30개의 검사를 받아야 하는데 검사 하나 받을 때마다 몇천 만원에서 몇 억원이 든다. 중소기업이 사전검사를 하려면 돈 몇십 억, 몇백 억원이 드는데 하겠나. 또 이렇게 물질을 다 공개하면 영업비밀이 외부에 모두 공개된다. 둘째는 전 세계가 이렇게 발전한 것은 국제무역이 있어서 된 것이다. 물론 우리가 전부 다 만들 수 있다. 그런데 가격이 엄청 올라간다. 아무것도 안 팔린다. 또 최첨단 물질은 다 특허가 묶여 있는데 하루아침에 할 수 없다. 대체재를 금방 개발하는 것도 아니다. 다른 나라들은 20, 30년 후 그림을 그리고 있는데, 우리가 지금 부품 하나하나 개발할 여력이 있나.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삼성 반도체 부품과 소재 전체를 우리가 다 만들 수 있지만 아마 가격이 10배로 뛸 것이다. 대만 반도체 회사는 삼성이 이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하니까 애플 등 고객사에 가서 자기네 것을 사라고 한다. 국제적 경쟁 상황이다. 중국도 반도체 육성을 하고 있고. 우리가 비현실적 아이디어보다는 정치ㆍ외교적으로 풀어야 한다. 독일과 프랑스가 전쟁을 다섯 번이나 하고 철천지원수인데도 지금 사이좋게 지낸다. 과거에 연연하지 말고 미래에 살면서 극일(克日)을 해야 한다. 우리가 일본보다 더 잘살고 기술있는 나라가 돼야 한다. 소리만 지른다고 되는 게 아니다. 국제 정세를 못 읽은 과거를 지금 다시 되풀이 해선 안된다.

-한국에서 기업하기 힘들다는 말이 많이 나온다. 미래를 준비하기 힘든 상황이다.

▲한국은 주요국 중에서 4차 산업정책 지원이 최하위 수준이고 규제는 최상위 수준이다. 신산업 분야와 관련된 서비스업 분야의 과감한 규제개선이 필요하다. 네거티브 규제 시스템의 확대 등 획기적 규제 시스템 전환으로 4차 산업혁명의 친화적 규제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서비스업은 일자리 창출 효과가 크고 4차 산업기술과 밀접한 만큼 서비스산업발전법의 조속 입법과 과감한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 규제개혁을 지속할 수 있는 제도적 인프라도 마련해야 한다. 총리 훈령으로 운영되는 규제비용 총량제를 행정규제 기본법 개정으로 법제화해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 원장이 서울 여의도 전국경제인연합회관에서 인터뷰하고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 원장이 서울 여의도 전국경제인연합회관에서 인터뷰하고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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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경영 승계가 이슈다. 상속세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어떻게 푸는 게 맞다고 보는지.

▲한국은 상속세제 세율이 높고 최근 과세 대상도 급속하게 증가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5개국 중 13개 국가가 상속세가 없으며 상속세가 있는 7개 국가의 최고세율도 우리나라 평균 실효세율보다 낮다. 지나치게 높은 상속세율을 인하하고 기업상속공제를 확대해야 한다. 대기업 승계 시 주식할증평가로 60%에 가까운 상속세를 부과하는 것은 징벌 수준이다. 과도한 상속세율은 편법 승계를 조장하며 합법적으로 승계해도 몇 세대 만에 결국 경영권을 매각해야 하는 상황을 초래한다. 글로벌 추세에 맞게 상속세 제도의 현실화가 필요하다. 스웨덴, 노르웨이 등 11개국이 상속세제를 시행하다가 폐지했다. 가업상속공제제도의 활성화를 위해 공제대상 확대, 공제한도 상향, 까다로운 공제요건 완화 등이 필요하다.


-한국 경제에서 대기업의 역할과 향후 행보에 대한 생각은.

▲한국이 과거 최빈국에서 경제대국에 진입한 것은 대기업의 역할이 크다. 한국이 경제개발을 처음 시작한 1961년 우리나라 국민소득은 82달러로 아프리카 가나, 필리핀에도 미치지 못하는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였다. 지금은 세계 11위의 경제대국, 7대 무역대국으로 인구 5000만명 국가 중 소득 3만달러 이상인 3050클럽에 가입했다. 이런 기적 같은 경제 성과는 우리 국민들이 합심한 노력도 있지만 대기업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성과다. 해외에서는 한국의 대기업들이 선망의 대상이다. 최근 중소기업을 집중 육성했던 대만을 다녀왔는데 대만 정책 당국자들의 가장 큰 고민이 바로 세계적 대기업의 부재다. 세계 경기변동을 현장에서 느끼고 적절하게 대응하면서 다가올 변화를 선도할 대기업이 없어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고민을 많이 하고 있었다. 해외에서 근무할 당시 대부분의 사람들이 한국이 세계 지도에서 어디에 있는지도 잘 모른다. 하지만 삼성 휴대폰이나 현대 자동차, LG의 가전제품을 보고는 한국이 대단한 나라라고 칭찬을 하곤 했다. 국가의 브랜드 경쟁력과 국력은 정치인과 외교관이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라 대기업들이 많은 부분을 해내는 것이라고 본다. 우리 대기업들이 글로벌 해외기업들과 대등하게 경쟁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줘야 한다.


-최근 한국 경제에 대한 경기진단을 해주신다면.

▲한국 잠재성장률이 하락 중이다. 성장 여력이 점차 감소한다는 의미다. 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이 1990년대 7%대에서 2020년대 2%대로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며 2030년대에는 1%대가 될 것으로 추정된다. 잠재성장률은 한 번 하락하면 다시 회복하는 것은 쉽지 않다. 경제를 지탱하는 투자, 소비, 수출 3대 성장엔진도 제 구실을 못하고 있다. 미ㆍ중ㆍ일 등 외부여건도 어렵다. 경제 살리기에 '올인'해야 할 시점이다. 정부는 낙관적 평가보다는 컨트롤 타워로서 냉철한 현실인식을 갖고 경제살리기에 주력해야 한다.


-정부 주요 행사와 프로젝트에서 전경련이 제외되고 있다.

▲2004년에 노무현 정권에서 재경부 차관하다가 정책기획비서관으로 갔다. 그때 집권한 지 1년 지났는데 노무현 대통령이 기업인을 안 만났다. 그런 연계된 인상을 싫어했다. 그런데 경제가 나빠지고 하니까 스탠스가 바뀌었다. 대통령이 한 번 되고 나면 어느 대통령이든지 미국도 마찬가지고. 선거에 이겼기 때문에, 가장 큰 이슈는 성공한 대통령으로 인정받는 것이다. 성공한 대통령으로 인정받으려면 일자리가 많이 생기고 사람들이 잘살게 되고. 그렇게 되는 게 성공한 대통령이다. 시장경제국가에선 일자리를 만들고 세금을 내고 수출을 하는 것은 결국 기업밖에 없다.


◇약력=▶1968년 경북고 졸업 ▶1972년 서울대 경제학과 졸업 ▶2005년 재정경제부 차관 ▶2006년 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대한민국 대표부 대사 ▶2009~2010년 국무총리실 실장 ▶2011 ~ 2013년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 부위원장 ▶2014년~ 한국경제연구원 원장 ▶2017년~ 전국경제인연합회 상근부회장




박소연 기자 mus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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