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 영입 유력 허민 원더홀딩스 대표
서울대 최초 非운동권 총학생회장으로 유명세
'던파' 대박 후 美 버클리 음대 유학…야구선수 활동도
넥슨 구조개편 진두지휘 전망…"어떤 식으로든 변화 불가피"
[아시아경제 이민우 기자] 추정자산 1조원에 육박하는 성공한 사업가, 허민 원더홀딩스 대표는 업계에 소문난 '기인(奇人)'이다. "길어야 백 년 사는 찰나의 인생, 최대한 많은 경험을 하고 싶다"는 지론처럼 그의 행적은 일탈의 연속이다. 부산 대동고를 졸업하고 재수 끝에 1995년 서울대 응용화학과에 입학했다. 이때부터 이미 평범한 공대생은 아니었다. 서울대 최초의 비(非) 운동권 총학생회장으로 선출될 당시부터 유명세를 탔다. 선거본부 이름을 '광란의 10월'로 정하고 힙합 댄스를 추며 선거운동을 벌였다. '저항'이라는 주제로 열리던 서울대 축제를 '놀이' 중심으로 바꾼 것도 허 대표였다.
◆18번 실패에도 우뚝=2001년 대학동기들과 네오플을 창업했다. 보통 중화학 업계로 진출하는 졸업생들과는 색다른 진로였다. 캐릭터를 활용한 채팅과 '소개팅'을 주제로 한 게임 '캔디바'를 2001년 내놓으면서 게임업계에 발을 내딛었다. 10개월만에 누적회원수 200만명을 돌파했다. 처음에는 게임업계 이력이 거침없이 풀리는 듯 했다. 하지만 이내 쓴맛을 봤다. 18개의 게임을 개발했지만 모두 실패한 것이다. 30억원에 달하는 빚도 떠안았다. 창업 4년만에 장미빛 인생이 급변했다.
그런 그가 마지막이라는 절박한 심정으로 2005년 내놓은 게임이 '던전앤파이터'다. 이때부터 극적인 행보가 다시 시작됐다. 던전앤파이터는 공전의 히트를 쳤고, 네오플은 게임 업계의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그리고 2008년, 넥슨 창업자 김정주 NXC(넥슨 지주사) 대표는 3852억원에 네오플을 사들였다. 당시 넥슨 안팎에서 네오플 인수에 부정적인 의견이 많았지만 김 대표는 허 대표를 직접 만나 담판을 지었다. 특히 김 대표는 넥슨이 보유한 모든 현금을 투입한 것도 부족해 일본의 한 은행으로투터 500억원을 대출받기도 했다. 그만큼 네오플의 던전앤파이터에 기대가 컸던 것이다. 실제로 던전앤파이터는 중국에서 큰 성공을 거두며 매년 매출 1조원 이상을 올리는 효자 상품이 됐다. 지난해에는 누적 매출 100억달러(약 12조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전 세계에서 가장 돈을 잘 버는 게임 중 하나로 꼽힌다.
◆음대생부터 야구선수까지=네오플을 매각한 이후 허 대표의 발자취도 흥미롭다. 미국 버클리 음대에 입학해 음악을 공부하는가 하면 어릴적부터 꿈이었던 야구선수에도 도전했다. 수백 통의 이메일을 보내 1997년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린 유명 투수 필 니크로로부터 '너클볼'을 배운 것은 유명한 일화다. 이후 미국 독립리그 야구팀 '락랜드볼더스'에 입단해 투수로 활동하기도 했다. 국내에 돌아와 독립 야구단 '고양 원더스'를 창단해 운영하기도 했다. 현재 국내 프로야구구단 키움 히어로즈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다.
허 대표는 2010년 이커머스 기업 위메프를 창업하기도 했다. 이후 위메프가 성장하는 가운데 2015년 투자금을 유치하러 다니면서 허 대표는 김 대표를 다시 찾았다. 당시 그는 브라질 벤처캐피털리스트 3명의 창업일화를 담은 책 '드림 빅'을 선물하며 위메프의 미래를 소개했다. 이를 듣고 김 대표는 흔쾌히 위메프에 1000억원을 투자했다. 이를 토대로 위메프는 쿠팡, 티몬과 함께 이커머스 기업 3강 구도를 유지하며 치열하게 경쟁 중이다.
◆ 넥슨 구원투수 될까=김 대표는 최근 넥슨 매각 불발 이후 허 대표 영입을 추진 중이다. 뒤숭숭한 내부 분위기를 추스르고 장기적인 성장동력을 발굴하기 위한 '구원투수' 역할을 맡기기 위해서다. 허 대표가 위메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몇년 전부터 다시금 게임 업계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만큼 넥슨에서 본격적인 역량을 펼쳐보라는 주문도 담겨있는 것으로 보인다.
허 대표가 맡을 직함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대표이사직부터 글로벌 투자 총괄까지 소문만 무성하다. 지난 2017년께부터 원더홀딩스 자회사인 원더피플을 통해 카카오프렌즈의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한 '프렌즈마블' 등을 내놓은 만큼 신작 개발을 총괄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반대로 허 대표가 아무런 직함을 맡지 않은 채 자문 형식으로 다양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어떤 직함으로든 허 대표는 넥슨의 대대적인 체질 개선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대대적인 인력 구조조정은 없더라도 다양한 방향의 '구조개편'은 추진될 것으로 전망된다. 때문에 그동안 실험적인 작품들도 다양하게 개발했던 넥슨의 기조가 보다 성과 중심의 효율적인 방향으로 바뀔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어떤 식으로든 넥슨에서 큰 변화는 일어날 것"이라며 "현재의 넥슨의 토대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명분도 있고, 자유분방하고 성공 경험도 있다는 점에서 능력도 검증된 허 대표는 변화 작업의 적임자일 것"이라고 했다.
이민우 기자 letzw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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