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주업체에 페이스북 메신저 음성대화 기록 지시…"저속한 대화도 가감없이 포함"
이용자에겐 이 같은 사실 고지 안해…사생활 침해 논란
[아시아경제 이민우 기자] 페이스북이 외부인 수백명을 고용해 이용자 대화를 엿들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인공지능(AI)를 위한 연구라고 밝혔지만 이용자들은 자신의 대화가 제3자에게 공개된다는 사실조차 몰랐다. 빅데이터를 움켜쥔 'IT 공룡' 기업들의 사생활 침해 논란이 끊이지 않는 모양새다.
13일(현지시간) 블룸버그는 페이스북이 수백명의 외부인을 고용해 이용자들의 음성대화를 기록하도록 주문했다고 전했다. 이 외주업체는 페이스북으로부터 전달받은 데이터가 누구의 것인지, 어떻게 입수됐는지 전혀 알지 못했다. 단순히 받아 적을 뿐이었다. 해당 외주업체의 직원들은 "페이스북 사용자들의 대화 중에는 저속한 내용도 있었지만 페이스북이 왜 이런 것들을 기록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털어놨다.
페이스북 측은 AI 학습을 위해서라고 해명했다. 페이스북 메신저 애플리케이션(앱)에서 AI 기반으로 이용자의 음성을 받아적는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분석하기 위해서라는 설명이다. 실제로 이 데이터의 원 주인인 이용자들은 모두 페이스북 메신저 앱에서 음성 대화 받아적기 기능을 사용하고 있었다.
블룸버그는 페이스북이 이용자들에게 이 같은 사실을 알리지 않은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용자들에게 페이스북이 아닌 제 3자에게 음성대화가 공개될 수 있다는 사실을 전혀 고지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지난해 개정된 페이스북의 데이터 활용 정책에도 음성대화에 대한 내용은 없었다. 다만 "타인과 메시지를 주고 받거나 소통할 때 이용자가 제공하는 콘텐츠, 통신 및 기타 정보를 수집할 수 있다고"만 설명했을 뿐이다. 데이터 분석 주체에 대해서도 '페이스북의 사업을 지원하는 벤더와 서비스 제공자'라며 모호하게 표현했다. 사생활 침해 문제가 불거질 수 있는 대목이다. 음성대화를 기록하는 외주업체의 한 직원은 "자신의 업무가 비윤리적이라고 느꼈다"고 고백했다.
페이스북이 이 같은 사생활 침해로 비판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는 니난달 페이스북에게 50억달러(약 5조9000억원)의 벌금을 부과하는 합의안을 통과시켰다. 지난 2016년 미국 대선 당시 페이스북의 관리 소홀로 회원 8700만명의 개인정보가 영국의 데이터분석업체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CA)를 통해 선거에 악용됐다는 이유에서다.
거대 정보기술(IT) 기업들이 이용자의 음성대화를 활용하는 것에 대한 비판도 과거부터 이어졌다. 구글과 아마존, 애플 등 여러 기업들이 자사 AI 스피커의 기능을 향상시키기 위해 이용자의 음성 명령 등을 분석했다. 이들은 최근 사생활 침해라는 비판을 받고 이를 중단했다고 밝혔다. 페이스북 측도 이번 사안에 대해 "애플과 구글처럼 우리는 음성 대화 분석을 일주일 전에 중단했다"고 했다.
이민우 기자 letzw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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