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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을읽다]①모나리자의 비밀-모델의 정체는?

최종수정 2019.08.12 06:58 기사입력 2019.08.12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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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나리자를 둘러싼 풀리지 않은 의혹들은 아직도 많습니다. [사진=루브르박물관]

모나리자를 둘러싼 풀리지 않은 의혹들은 아직도 많습니다. [사진=루브르박물관]


[아시아경제 김종화 기자]유명한 초상화는 많습니다. 빛의 마술사로 불렸던 네덜란드의 화가 렘브란트 하르멘스존 반 레인의 '자화상', 귀를 싸맨 채 파이프를 입에 문 네덜란드 화가 빈센트 반 고호의 '자화상', 자신의 얼굴을 짓뭉개 놓은 아일랜드 화가 프란시스 베이컨의 '자화상'도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입니다.


다른 사람의 얼굴을 그린 초상화 중에는 독일 화가 요제프 칼 슈틸러가 그린 '베토벤 초상화', 16세기 베네치아 총독의 수석 초상화가로 '재단사'를 그렸던 이탈리아의 화가 조반니 벨리니 등이 유명합니다. 그러나 그 어떤 초상화보다 유명한 것은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Mona Lisa)'입니다.


이탈리아어의 '모나(Mona)'는 유부녀의 이름 앞에 붙이는 경칭이고, 리자는 초상화의 모델이 된 여인의 이름입니다. 한국어로 번역하면 '리자 여사'가 되지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작품으로 파리의 루브르박물관에 전시돼 있습니다.


모나리자가 유명한 이유는 해부학에 입각한 사실적 표현에 있습니다. 그림 속 여인의 볼이나 손, 가슴, 미소는 마치 살아있는 여인의 모습을 보는 것 같은데 해부학에 관한 화가의 해박하고 정확한 지식은 과학자들마저 놀라게 합니다.


인물 뒤편의 배경 표현도 탁월합니다. 레오나르도는 풍경을 그리면서 사물간 관계를 기하학적으로 계산해 배치하는 당시 일반적이던 선원근법을 쓰지 않고, 색채 조정을 통해 공간감을 표현하는 '대기원근법'을 사용했습니다. 가까운 풍경은 붉은 색조로 명확하게, 먼 곳은 청색조로 윤곽을 흐릿하게 묘사해 작품 속 공간이 뒤로 물러나는 듯 보이는 효과를 보여줍니다.

모나리자의 눈은 웃고 있다고 확신할 수 없습니다.

모나리자의 눈은 웃고 있다고 확신할 수 없습니다.


특히 어느 방향에서 바라봐도 '리자 여사'와 시선을 마주치지만 각 방향마다 분위기는 다르게 느껴지고, 신비한 미소도 수수께끼입니다. 레오나르도는 수년에 걸쳐 모나리자를 끊임없이 수정하고 덧칠하는 '스푸마토(Sfumato) 기법'으로 신비로운 분위기를 창조했지만, 웃고 있는 입술과 달리 눈만 보면 꼭 웃고 있다고 할 수 없는 묘한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모델인 '리자 여사'의 정체에 대해서도 말이 많습니다. 피렌체의 유력자 '조콘도'의 부인 부인 '리자 조콘도'라는 설이 가장 유력하지만, 나폴리왕의 손녀로 밀라노의 공작과 결혼한 '이사벨라 다라고나', 만토바 후작부인 '이사벨라 데스테', 레오나르도의 제자이면서 동성애인이었던 '안드레아 살라이'라는 설 등이 있습니다. 심지어는 여장한 레오나르도 자신을 그렸다는 설도 있습니다.


모나리자의 또 다른 특징의 하나는 눈썹이 없다는 것입니다. 당시에는 이마가 넓은 여인이 미인으로 평가받는 바람에 눈썹을 아예 밀거나 가늘게 하는 것이 유행이었기 때문에 처음부터 그리지 않았다는 설, 아직 다 못그린 미완성작이라는 설, 원래 눈썹을 그렸는데 복원 과정에서 지워졌다는 설 등이 있습니다.


2009년 프랑스의 과학자들이 특수카메라를 이용해 분석했습니다. 그 결과 레오나르도는 이 그림을 3차원으로 표현하기 위해 유약으로 여러 겹을 특수처리했는데, 가장 바깥에 그려졌던 눈썹이 수백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화학반응을 일으켜 사라졌다고 주장해 대중의 주목을 끌기도 했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초상화지만 언제, 누구를 모델로 그린 것인지에 대해 이처럼 설이 분분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기록이 없기 때문입니다. 레오나르도 자신이 작품에 서명을 하지 않았고, 그려 달라는 주문서와 같은 기록도 전해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아일워스의 모나리자. 이 모나리자도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진품으로 확인됐습니다. [사진=위키피디아]

아일워스의 모나리자. 이 모나리자도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진품으로 확인됐습니다. [사진=위키피디아]


모나리자에 대한 일반적인 기록은 르네상스란 용어를 창시한 16세기의 저술가 '조르조 바자리'가 쓴 <미술가 열전>을 참고할 수밖에 없습니다. 미켈란젤로의 제자인 조르조 바자리는 메디치가의 도움으로 3세기에 걸쳐 활약했던 이탈리아 예술가들의 생애와 작품을 기술한 대역작인 이 책을 완성합니다.


그나마 동시대 사람이라 당시의 상황에 대해 어느 정도 신뢰받고 있습니다. 이 책에 서술되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는 후학들이 추측할 수밖에 없는 것이지요.


2012년 '아일워스의 모나리자(The Isleworth Mona Lisa)'가 대중에게 공개됩니다. 이 그림은 일명 '젊은 모나리자'라고 하는데 모나리자가 그려지기 10여년 전에 레오나르도가 그린 진품임이 확인됐습니다. 스위스 모나리자 재단이 과학자들을 동원해 방사성연대측정법 등을 통해 검증을 벌인 결과, 아일워스의 모나리자는 루브르박물관의 모나리자보다 10년 이상 앞서 제작된 만큼 외모도 훨씬 젊어 보입니다.


같은 해 스페인 프라도미술관에 소장돼 있던 모나리자의 모작 한 점을 분석한 결과 레오나르도가 직접 그린 밑그림 위에 제자가 색을 칠한 것으로 밝혀집니다. 이 그림에는 눈썹이 그려져 있습니다. 레오나르도가 원래는 눈썹을 그렸다는 증거가 되는 것이지요. 그래서 원래 모나리자에도 눈썹이 있었으나 복원 과정에 지워졌다는 설이 힘을 얻게 됩니다.

프라도 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모나리자. 레오나르도가 그린 밑그림에 그의 제자가 덧칠한 그림으로 판정됐습니다. [사진=위키피디아]

프라도 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모나리자. 레오나르도가 그린 밑그림에 그의 제자가 덧칠한 그림으로 판정됐습니다. [사진=위키피디아]


세 작품 모두 레오나르도의 손길을 거쳤는데 모델은 동일인입니다. 레오나르도는 죽을 때까지 모나리자를 욕실의 벽면에 걸어놓고 계속 보면서 지냈다고 합니다. 마지막까지 자신이 가지고 있던 유품이지요. 레오나르도에게 리자는 어떤 존재였을까요? 일생을 통해 여러 번 그렸고, 최후까지 간직했던 작품 속의 여인은 진정 '리자 조콘도'였을까요?


바자리는 <미술가 열전>에서 모나리자의 모델은 '리자 조콘도'라고 밝혔습니다. 레오나르도가 직간접적으로 그린 다른 모나리자들이 등장하면서 가장 유력한 모델이었던 리자 조콘도는 수많은 모델 후보 중 한 명이 되고 만 것이지요.


레오나르도는 평생 결혼하지 않았고, 여성의 성적 매력에 대해서도 별 관심이 없었다고 합니다. 미소년을 제자로 데리고 있으면서 동성애 재판을 받기도 했고, 자신의 유산도 소년 제자 프란체스코 멜치에게 물려줍니다. 그런 레오나르도가 모나리자에게만은 특별한 감정을 가졌다는 점은 분명합니다. 그래서 모델에 대한 궁금증이 더욱 큰 것입니다.


모나리자의 진짜 모델이 리자 조콘도였다면, 당대 유명한 화가를 불러 부인의 초상화를 그리게 하고 그 그림은 그린 화가가 소장하고 있었다는 결론이 됩니다. 논리적으로 설명이 안되는 부분이지요. 과학이 더 발달하면 진짜 모나리자가 누구인지 밝힐 수 있을까요? 하루빨리 역사적, 과학적 증거가 등장하기를 기대합니다.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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