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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칼럼] 정부의 이해할 수 없는 '망 이용료' 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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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국회 국정감사를 필두로 망 이용료를 둘러싼 논쟁이 연일 뜨겁다. 콘텐츠기업(CP)이 자신의 콘텐츠를 인터넷망에 보내주는 대가로 통신사에 내는 비용(전용회선료ㆍ데이터센터 입주비 등)을 '망 이용료'라 한다. 통신사는 우리 같은 개별 가입자에게는 통신비를, CP에는 망 이용료를 받는다. 그러나 구글ㆍ페이스북등 '해외 CP'가 망 이용량이 더 많음에도 불구하고 네이버ㆍ카카오ㆍ왓차플레이 등 '국내CP'가 더 많은 망 이용료를 지불하고 있다. 페이스북만 하더라도 네이버가 사용하는 트래픽보다 5배 이상의 트래픽을 발생시킨다고 한다. 올해 4월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이러한 통신사의 행위를 불공정거래행위(차별적 취급)로 공정위에 신고서를 제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이러한 불공정 경쟁의 원인은 정부가 단행한 규제, 즉 2016년 시행된 '상호접속고시'다. 당시 미래창조과학부는 고시 개정을 통해 통신사 동일 계위 간 무정산 방식을 상호 정산방식으로 변경하였다. KT, LG U+, SKB 간 서로 주고받은 트래픽 양에 따라 비용을 정산하도록 한 것이다. 통신사 입장에서는 트래픽을 유발하는 대용량 CP를 유치할수록 다른 통신사에 정산해야 하는 비용이 많아지므로 그러한 상호정산의 부담을 CP가 지불하도록 망 이용료로 전가시켰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이러한 통신사와의 갑을 관계가 국내 CP에만 적용된다는 것이다. 국내 통신사들은 해외CP의 트래픽을 받아오려면 해외 망사업자들에 그만큼의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그런데 국내 통신사들이 이 비용을 줄이고자 해외 CP에는 캐시 서버를 자사 네트워크에 무료에 가까운 가격으로 설치해 주었다. 캐시서버는 이용자가 자주 찾는 정보를 따로 모아두는 서버로, 이용자가 특정 정보를 요청했을 때 외국서버까지 가지 않아도 돼 속도가 빨라진다. '구글 글로벌 캐시(GGC)'가 대표적이다. 이미 상호접속고시 개정 전에 국내 통신 3사에 모두 설치해 운영 중이다. GGC의 설치ㆍ유지비용이나 소유권 등에 대하여는 알려진 바 없으며, 망 이용료도 거의 지불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결과 2017년 통신시장 경쟁생황 평가보고서에 따르면 개정된 상호접속고시가 시행된 2016년 통신사의 상호접속 수입 규모는 3269억원으로 시행 전년도의 978억원에 비해 세 배 이상 증가했다. 증가한 상당 부분은 하위 계위의 망 사업자와 국내 CP로부터의 수입인 것이다. 결국 상호접속고시 개정이라는 우리 정부의 규제가 해외 CP와 경쟁하는 국내 CP를 경쟁에서 열위에 놓이게 한 것이다.

하지만 현재 이러한 불공정 상황을 바로잡을 정부의 해결책은 여전히 요원해 보인다. 방통위의 '2018년 인터넷 상생발전협의회 결과 보고서'는 "글로벌 CP가 우월적 협상 지위와 통신사의 국제망 비용 절감 효과를 이용해 망 이용료를 부과하지 말라고 요구한다"며 "글로벌 CP의 서비스가 원활히 제공되지 않을 경우 통신사에 대한 이용자 불만이 높아지므로 어쩔 수 없다"고 밝히고 있다. 정부가 앞장서서 통신사에 책임이 없으며, 해외 CP로의 책임전가만 명확히 한 것이다.


더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은 상호접속고시의 개정과정이다. 고시의 개정으로 해외 CP와 국내 CP 간의 차별적 경쟁초래 등 인터넷시장에 중요한 악영향을 미쳤음에도 불구하고 해당 고시는 개정과정에서 '비중요' 규제로 취급되었다. '중요' 규제의 경우 규제개혁위원회의 분과위원회 또는 본위원회의 심의ㆍ의결을 거치게 되나 비중요 규제는 이러한 심의 없이 부처가 시행한다. 개정된 상호접속고시는 이 모든 사유에 해당됨에도 정부는 비중요 규제로 처리하였다. 이해당사자 간 의견 청취 등 규제에 대한 국민적 의견수렴 과정은 과감히 생략하고 '밀실' 규제로 처리한 것이다. 공정한 인터넷 산업 생태계 구축을 위해 상호접속고시의 정산방식은 반드시 개정되어야 할 것이다.


김현경 서울과학기술대 IT정책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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