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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임라이트]아직 쌩쌩한 데뷔 62년차 노익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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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사자'로 돌아온 국민배우 안성기

[라임라이트]아직 쌩쌩한 데뷔 62년차 노익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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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갑 넘기며 영화 출연횟수 줄어...젊은이들과 소통 가능 증명하고파

영화 '사자' 오컬트·액션 볼거리 풍성...안신부役 소화하며 '건재함' 과시

"모든 영화가 도전...몸도 마음도 늘 준비되어 있어"


"거룩하시도다, 거룩하시도다, 거룩하시도다(Sanctus, Sanctus, Sanctus). 온 누리의 주 하느님(Dominus Deus Sabaoth)."

할아버지 신부가 라틴어 주문을 왼다. 구마 의식이다. 의자에 꽁꽁 묶인 부마자(付魔者) 머리에 왼손을 대고 악귀를 밀어낸다. 저항이 만만치 않은지 이마에 땀방울이 맺힌다. 신부는 서둘러 성수(聖水)를 뿌린다. 묵주반지로 부마자의 오른 뺨을 문지르며 주문을 이어간다. 기연미연 사라져 버린 악귀. 불현듯 다시 나타나 무서운 기세로 반격한다. 중심을 잃고 넘어진 신부는 숨을 몰아 쉰다. 체구는 다부지지만 나이가 들어 기운이 줄었다. 구마 의식을 혼자 다 해내기에는 이제 버겁다.


"혹시 저를 도와줄 수 있는 사제가 없을까요?"


배우 안성기(67)는 영화 '사자'에서 연기한 안신부와 많이 닮았다. 환갑을 넘기면서 영화에 출연하는 횟수가 줄었다. 대중의 무관심 속에 자신이 잊힐 수 있다고 생각한다. "배우 생활을 그만 뒀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거예요. 나 같은 늙은 배우에게는 관심이 없을 테니까요." 규모가 큰 영화에 출연하기를 고대해온 이유다. 젊은이들과 여전히 소통할 수 있다는 걸 증명하고 싶었단다. 사자는 건재를 알리기에 충분한 영화다. 오컬트, 액션 등 볼거리가 풍성하고 주요 배역들의 입체감이 잘 나타난다. 특히 안신부는 주인공 용후(박서준)의 스승을 넘어 무력감을 극복하는 노년을 가리킨다. 안성기의 진정성을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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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2014년)', '필름시대사랑(2015년)' 등 규모가 작은 영화에 출연하면서 아쉬움이 있었나요.

"극장에서 많이 상영하지 않더라고요. 관객과 만날 기회가 적을 수밖에 없었죠. 특히 젊은 친구들이요. 아마 저를 잘 모를 거예요. 눈도장을 찍을 필요가 있죠. '나, 영화 오래 한 사람이에요'라고(웃음). 그렇게 인식이 되어야 다음 영화에도 출연할 수 있어요. 사자가 그런 발판이 되었으면 해요."


-제안이 왔을 때 무척 반가웠겠어요.

"김주환 감독이 처음부터 저를 염두에 뒀다고 하더라고요. 감동했어요. 고맙기도 했고. 시나리오를 읽어보니 안신부가 꽤 매력적인 배역이더라고요. 다양한 면면을 갖추고 있어서 '이건 절대 놓쳐서는 안 되겠다'라고 생각했어요."


-액션 신도 제법 있는데요.

"전부 맞는 장면이죠. 아쉬웠어요. 아직 때리는 액션도 되거든요(웃음). '사냥(2016년)'에서 입증했죠. 젊은 배우들이 산 중턱을 달리면서 힘들어할 때 혼자서 신나게 뛰어다녔어요. 지금도 신체 나이를 측정하면 40대 정도로 나와요. 매일 한 시간 이상 운동한 덕이죠. 박영식 무술감독이 그 모습을 보고 그러더군요. '선배님, 안신부는 그런 설정이 아닙니다.' 김주환 감독도 왜소하고 깡마른 체구로 보이기를 바랐어요. 그런데 어쩌겠어요. 아직 몸이 쌩쌩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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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움을 구마 의식으로 달랜 듯해요.

"맞아요. 안신부의 저력은 뭐니 뭐니 해도 주문이죠. 단순히 기도처럼 외지 않았어요. 싸움할 때 공격하듯 소리를 질러댔죠. 그래서 라틴어 주문이 입에 착 붙을 때까지 달달 외웠어요. 생각보다 힘들었지만 어색하지는 않았어요. 천주교 신자라서 성호를 긋고 기도를 하는 연기를 자연스럽게 해낼 수 있었죠."


-평소 오컬트 영화를 즐겨보나요.

"어휴, 겁이 많아서 거의 보지 않아요. '엑소시스트(1973년)' 같은 영화를 보면 악령에 사로잡혀 눈빛이 변하는 얼굴이 잔상처럼 오래 남아요. 어린 시절에는 '괴인 드라큘라(1958년)'가 그런 영화였어요. 밤만 되면 관 뚜껑을 열고 드라큘라가 나타나요. 얼마나 무서웠는지 몰라요. 크리스토퍼 리의 얼굴을 아직도 뚜렷하게 기억하죠. 요즘도 오컬트나 호러 영화 시사회는 초청을 받아도 가지 않아요. 나이를 먹었는데도 겁이 나요."


-사자를 관람하는데 지장은 없었나요.

"아무래도 출연한 영화니까(웃음). 시사회에서 보니까 무서움을 느끼기도 어려웠어요. 지금도 제 연기를 관찰하기 바쁘거든요. 카메라 초점은 맞았는지, 조명은 괜찮은지 등을 신경 쓰다 보면 내용을 제대로 파악하기 힘들어지죠. 그야말로 좌불안석이에요. 더구나 기자나 영화 관계자들은 호응을 거의 하지 않잖아요. 평가를 받는 기분이 들어요. 아주 재미없는 자리라고 할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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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는 슈퍼히어로 영화의 요소도 가지고 있어요.

"시리즈물로 제작될 여지가 많은 영화죠. 그래서 단순한 오락영화로 치부하고 싶지 않아요. 재미있는 영화로서 꾸준히 시도할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요. 지금 할리우드에서 그런 영화들이 많이 제작되는 것처럼요. 우리 영화 역사도 100년이 됐잖아요. 다양한 영화들이 나올 때가 됐어요."


-마블스튜디오 영화도 보시나요.

"그럼요. 요즘 사람들이 좋아하니까 봐야죠. 너무 오락적이고 만화적으로 만들어진 게 아닌가 하는 걱정이 있어요. 배우생활을 오래 해서 그런 느낌을 받나 봐요. 제가 한창 배우로 활동할 때는 영화를 통해 무언가를 말하려는 시도가 많았거든요. 대부분 사회 현상을 비판하는 무겁고 진지한 주제였죠. 예전에는 사람들이 취미를 쓰는 칸에 '영화 감상'이라고 적었어요. 요즘은 그런 말을 거의 안 써요. 많은 사람들이 즐거운 시간을 보내면 그만이라고 생각하죠. 저를 포함한 영화인들이 충족시켜드려야 하는 부분이에요. 이전에 있었던 작가주의 같은 풍토도 함께 자리를 잡았으면 좋겠어요. 어느 분야든 한쪽으로 치우치는 현상은 위험해요."


-그래서 더욱 오래 한국영화를 빛내셔야 할 것 같아요.

"이제는 모든 영화가 도전이에요. 나이를 먹은 만큼 몸도 마음도 늘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하죠. 영화라는 동네를 사랑해서 그렇게 할 것 같아요. 제게 편안한 보금자리거든요. 그런 집에서 오랫동안 머무르려면 당연히 열심히 살아야죠. 좋아하고 사랑하는 일이니까."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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