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페이 도입 7개월, 월 결제액 21배·건수 17배 늘어
가맹점수는 27만개…카카오페이 따라잡아
카드와 비교하면 사용률 여전히 저조해
정부·지자체 대대적 홍보…업무추진비 사용 유도 '공무원페이' 오명도
28일 서울 중구 청계광장에서 열린 '우리 먼저 제로페이' 페스티벌 플리마켓을 찾은 한 시민이 제로페이로 상품 결제를 하고 있다./김현민 기자 kimhyun81@
[아시아경제 한진주 기자] 결제수수료 0%를 앞세운 '제로페이'가 본격 도입된 지 7개월이 지나면서 외형적 성장기에 들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주도해 대대적 홍보와 예산을 투입한 결과다. 폭발적 성장세에도 사용률은 신용카드나 체크카드와 비교해 사실상 제로(0%대) 수준에 불과해 관치의 한계도 분명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결제실적 20배 증가…가맹점 수 카카오페이 추월= 29일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지난 25일 기준 제로페이 월 결제 금액은 60억6910만원, 결제 건수는 26만6058건을 기록했다. 시범 서비스 직후인 1월의 결제 금액(2억8272만원)과 결제 건수(1만5829건)와 비교하면 결제 금액은 21배, 결제 건수도 17배가 각각 증가했다.
제로페이는 소상공인의 카드수수료 부담을 줄이기 위해 정부, 서울시와 지자체, 금융회사, 민간 간편결제 사업자가 협력해 도입한 공동QR코드 방식의 모바일 간편결제서비스다. 연초와 비교하면 참여사업자와 가맹점 수, 결제실적 등 외형상 성장은 두드러진다. 현재 네이버페이와 페이코, 하나멤버스, 머니트리 애플리케이션(앱)과 20개 은행 앱에서 제로페이를 이용할 수 있다.
민간 사업자들에게 기술을 개방하는 멀티 플랫폼 전략도 조금씩 성과를 내고 있다. 중기부에 따르면 제로페이 결제 건수 10건 중 3건은 '네이버페이'의 오프라인 결제를 통해 이뤄지고 있다. 오프라인 간편결제시장에 뛰어들지 않았던 네이버는 제로페이를 통해 우회적으로 간편결제 서비스를 확대하는 데 성공했다.
정부의 예산과 지원에 힘입어 제로페이 가맹점 수는 27만개로 늘었다. 지난 1월 기준 4만6628곳에 그친 것과 비교하면 고무적이라는 평가다. 20만개 가맹점을 확보한 카카오페이도 따라 잡았다. 7월에는 다이소까지 제로페이 가맹점으로 합류해 880개 매장에 도입하고 있다. 6월 말부터 코레일 기차ㆍ지하철역 편의점에서, 5월에는 CUㆍGS25ㆍ세븐일레븐ㆍ미니스톱ㆍ이마트24 등에서 POS기와 연동한 결제를 시작하면서 가맹점이 빠르게 늘었다.
김학도 중소벤처기업부 차관을 비롯한 프랜차이즈 대표들이 8일 서울 여의도 CCMM빌딩에서 열린 '제로페이 상생 프랜차이즈 지정식'에 참석해 제로페이 상생프랜차이즈 인증판을 들고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원본보기 아이콘◆추경포함 140억 투입…공무원페이 오명도= 정부는 올해 60억원의 예산을 투입한 데 이어 추경안에 제로페이 인프라 구축ㆍ홍보ㆍ마케팅 예산으로만 76억원을 책정했다. 2019년 세제개편안에서 제로페이 소득공제율을 40%로 규정하는 내용을 포함시켰다. 제로페이 유인을 확대하기 위해 신용카드 소득공제 한도를 낮추려다 반발에 직면하기도 했다.
정부가 주도적으로 서비스를 이끌면서 가맹점을 빠르게 늘리는 데는 성공했지만 카드를 대체하지 못했고 이용 유인이 부족하다는 점은 여전히 한계다. 작년 기준 신용카드와 체크카드의 일 평균 결제 건수(3575만건ㆍ2232만건)와 결제 금액(1조8000억원ㆍ5000억원)과 비교하면 사용률은 제로(0%) 수준이다. 공무원의 업무추진비 등을 제로페이로 쓰도록 유도해 만들어진 실적을 감안하면 실제 민간에서의 효과를 분석하기도 어려운 수준이다.
◆SPC에 출자 요구하자 반발= 중기부는 제로페이 사업을 특수목적법인(SPC)에 넘기기 위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티머니처럼 중기부 산하 법인을 만들어 서비스를 전담시키기 위해서다. 시중은행과 네이버, NHN페이코 등 사업자들에게 출연금을 내고 SPC에 합류하도록 권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출연금을 내도록 권유한 것을 놓고 금융기관들이 이를 꺼리고 있어 중기부의 기존 계획대로 추진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한 업계 관계자는 "물량을 투입한 만큼 성과는 나오겠지만 세금을 투입하고 은행 출자금까지 받는 것은 정당하지 않다"고 말했다. 중기부 관계자는 "연내 SPC 설립을 목표로 하는 것은 변함이 없고 SPC 설립추진단이 해당 사업을 집행하고 있다"며 "37개 프랜차이즈들이 추가로 합류하면 가맹점도 더 늘어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이경전 경희대 경영학부 교수는 "제로페이는 도로변 주차장처럼 기존에 간편결제를 쓸 수 없는 곳에서 쓸 수 있는 일을 정부가 만들어가야 편의성을 줄 수 있다"며 "제로페이만 성공시키는 데 주안점을 두기보다는 QR코드를 표준화해서 어떤 앱에서나 쓸 수 있게 만드는 작업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진주 기자 truepear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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