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레인 당국, 유엔 반대에도 '테러 혐의' 사형수 2명 형 집행

[아시아경제 최신혜 기자] 바레인 당국이 테러 혐의로 사형이 확정된 20대 남성 2명에 대해 사형을 집행했다고 '버드 바레인' 등 인권단체들이 27일 밝혔다. 바레인 검찰도 27일 테러 혐의가 유죄로 확정된 사형수 2명의 형을 집행했다고 확인했다.

사형이 집행된 피고인들은 테러 조직을 결성하고 여러 차례 군경에 총을 쏴 1명을 살해한 혐의로 2017년 2월 검거돼 지난 5월 사형이 확정됐다.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는 지난 5월 이들이 조사 과정에서 고문으로 허위 자백을 강요받았고 변호인의 조력도 제대로 받지 못했다면서 사형을 집행하지 말아야 한다고 바레인 정부에 강하게 촉구한 바 있다. 이 단체는 당시 성명에서 "피고인 중 한 명은 체포영장 없이 불법 체포됐으며, 바레인 법원은 이들이 재판에 궐석한 상황에서 사형을 선고했다"고 비판했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도 지난 5월 하마드 이븐 이사 알칼리파 바레인 국왕에게 사건 조사의 불법성을 항의하고 사형을 집행하지 말아야 한다는 서한을 보냈다. 바레인 사법 체계상 사형 집행 여부는 국왕이 결정한다.

AFP통신은 바레인 사법부 관계자를 인용해 이들 피고인이 모두 시아파 출신이라고 전했다. 바레인은 국민의 70%가 시아파지만 수니파 왕정이 다스려 종파적으로 불안정하다.

2011년 '아랍의 봄' 시위 당시 시아파가 수니파 왕정에 대항해 민주화 시위를 대대적으로 벌였으나 사우디의 개입으로 유혈 진압됐다. 이후 바레인 왕정의 시아파에 대한 감시와 정치적 탄압이 더 심해졌다는 것이 국제 인권단체들의 주장이다.

최신혜 기자 ssin@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