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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counter]스트레스가 쌓이면 술이 고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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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산드라 w. 로그 심리학 박사 '죽도록 먹고 마시는 심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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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위에 주당이 많으면 피곤하다. 귀가 시간부터 늦어진다. 집에 가자마자 아내의 잔소리에 들볶인다. 황급히 샤워를 준비하다가 얇아진 지갑을 확인한다. 대리운전 기사에게 3만원을 건네서 내일 쓸 현금이 없다. 근심을 잊으려고 샤워기를 튼다. 거울을 보면 온몸이 붉게 달아올라 있다. 알코올 분해 효소가 부족하다. 술을 조금만 마셔도 얼굴이 빨개진다. 심장박동도 거칠어지고. 맑은 정신으로 하루를 마감하기 어렵다.


직업상 술자리에 자주 간다. 애주가들 사이에 끼면 가시방석이다. 많이 마실 수밖에 없다. 술잔을 거부하면 바로 핀잔이 날아든다. "덩치가 아깝다." "내가 싫은 거야?" "자꾸 분위기 깰래?" 경험이 쌓여도 빠져나올 묘책이 없다. 자존심이라도 지키자는 마음에 덤덤히 술잔을 비운다. 취기가 돌면 겁이 없어진다. 씩씩하게 휴대폰을 집어 들고 아내에게 문자를 보낸다. '나 오늘 늦어.' '몇 시에 오는데?' '몰라.' '살 판 났구나.' 죽을 판이다. 집에서도 가끔 술을 마신다. 하지만 맥주 반 잔 정도. 술자리에서 그만큼 마시면 비난을 받기 십상이다. 단순히 강요하는 분위기에 못 이겨 과음하는 걸까. 아닌 것 같다. 먼저 술잔을 내미는 경우가 종종 있다. 건배 없이 남은 잔을 홀짝 비우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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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시립대학교 부총장을 역임한 알렉산드라 w. 로그 심리학 박사는 저서 '죽도록 먹고 마시는 심리학'에서 한 가지 실험을 소개한다. 과학자 도니 왓슨과 마크 소벨은 예술 작품과 맥주를 평가할 지원자를 모집했다. 그렇게 모인 예순네 명은 과학자들이 미리 내정한 공모자들과 짝을 이뤘다. 공모자도 자신과 같은 평가자로 알았다. 공모자의 절반은 맥주를 평가하면서 그것을 많이 마셨다. 나머지 절반은 예술 작품의 가치를 논하며 술을 먹지 않았다. 평가자의 음주 여부는 뚜렷하게 나뉘었다. 공모자가 술을 입에 대면 따라서 마셨다. 그 양도 서로 비슷했다.


로그 교수는 "사람들은 술을 마실 때 다른 사람들이 얼마나 마시는지를 보고 비슷하게 따라간다"고 썼다. 이른바 '모델링 효과'다. 모델링이란 모델을 보고 닮게 만드는 일을 말한다. 술을 마시고 많은 사회적 활동에 참여하는 친구가 있는 아이들은 그렇지 않은 아이들보다 과음할 가능성이 높다. 과음하는 룸메이트가 있는 대학생의 성적이 낮아졌다면 이 또한 술을 의심할 필요가 있다. 로그 교수는 "무엇보다 광고가 음주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술 제조자와 공급자들은 모델링 효과를 효과적으로 활용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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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먹는 것과 관련한 인간의 행동과 심리를 다양한 실험 결과를 근거로 분석한다. 먹을 것이 넘쳐나는 세상에서 먹고 마시는 행동과 심리를 상세하게 설명한다. 배고픔과 미각처럼 기본적인 먹고 마시는 프로세스를 비롯해 폭식증과 같은 섭식 장애, 비만, 과식, 알코올 중독, 당뇨병, 흡연 등이다. 뻔한 답을 제시하기보다 독자가 스스로 식습관을 돌아보고, 앞으로 어떻게 먹고 마셔야 할지 고민하게 한다.

로그 교수는 "음주는 앞으로의 음주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썼다. 주위의 주당들도 당장 음주량을 줄일 생각은 없어 보인다. 건강을 해칠 수 있다고 겁을 주면 하나같이 불안, 긴장, 스트레스를 줄이는데 효과가 있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그런 기능이 있다고 한다. 복수 조사에서 항상 불안과 긴장을 경감시키지 않았으나, 불확실한 상황에서 대응으로 마시면 스트레스를 확실히 줄여줬단다. 하지만 알코올에 기대어 나아진 기분이 얼마나 지속될 수 있을까. 술에 취해 속상해하는 스스로를 마주하고 바로 한숨을 쉬게 되지는 않을까. 설사 기분 좋게 잠을 자더라도 다음날 숙취로 머리가 지끈거린다. 입 안도 등겨라도 삼킨 듯 텁텁하고. 미국 속담대로다. "술이 들어오면 지혜는 달아난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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