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천지 뒷골목경제-2>
사람 잡는 불법대부업체
광화문 일대 뿌려진 명함
등록·사업자번호 없는 불법 대부업체 대부분
서민금융처럼 위장 사례도
미등록업체 3년새 2배 급증
[아시아경제 유병돈 기자, 이정윤 기자] 9일 오전 서울 광화문 일대. 정부 기관과 대기업, 상점가가 어우러진 도심 한복판 길바닥에는 명함 형태의 대부업체 광고물이 15~20m 간격으로 뿌려져 있다. '한 달 안에 갚으면 무이자', '무조건 대출', 'XX엄마 일수' 등 각양각색 문구로 급전이 필요한 사람들을 유혹한다. 길거리 청소가 이뤄진 상태에서도 단 10여분 동안 매대 등에 놓인 대부업체 광고물 다섯 장이 확인됐다. 광고를 하고 있는 대부분은 미등록 불법 대부업체다. 합법적으로 지방자치단체에 등록하고 운영되는 대부업체는 명함형 광고에 등록번호와 사업자번호 등을 기재해야 한다. 이날 오전 광고물을 뿌린 다섯 개 대부업체 중 단 한 곳에서만 합법적인 업체라는 사실이 확인됐다.
급전이 필요한 서민들을 대상으로 살인적 이자로 고혈을 쥐어짜는 '불법 사금융'이 여전히 활개를 치고 있다. 오히려 합법 대부업체의 규모는 줄어들고, 불법 사금융 시장은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금융당국이 최근 발표한 '2018 하반기 대부업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신용대출 취급사 중 자본금이 1억원 이상 되는 대부업체는 지난해 69곳으로, 2016년 101곳에서 2년 만에 30% 넘게 감소했다. 반면 금융감독원 '불법사금융피해신고센터'에 신고된 미등록 대부업체는 지난해 기준 3000곳으로 3년 사이 2배 넘게 급증했다. 미등록 대부업체들이 다루는 금액만 해도 7조원 가량으로 추산된다. 신고가 되지 않은 업체까지 감안하면 그 몸집은 더욱 클 것으로 보인다.
불법 대부업체들은 합법인 척 위장해 서민들을 우롱하며 피해를 입힌다. 현행 대부업법 9조에는 명함형 전단 등 모든 대부업체의 광고물에는 업체의 명칭 또는 대표자의 성명, 대부중개업 등록번호, 대부이자율 및 연체이자율, 과도한 채무에 따른 경고문구, 이자 외 추가비용 등을 적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등록업체'라는 문구만 적은 채 등록번호조차 없이 '소액대출', '쉽고 간편한 대출' 등만 강조하고 있다. 심지어 공정거래위원회, 우체국 등의 마크를 도용해 공신력 있는 대부업체인 것처럼 홍보하고 있다. '햇살머니', '미소금융' 등 유사 명칭을 사용해 마치 서민금융인 것처럼 위장하는 사례도 허다하다.
더 큰 문제는 불법 대부업체들의 활동 범위가 점점 넓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 시중은행 등 1금융권에서 대출이 어려운 신용불량자나 영세 상인들이 불법 대부업체들의 주요 고객이었다면, 최근 들어서는 청소년들에게도 그 손이 뻗치고 있다. 실제 청소년 및 대학생과 정부 보조금 대상 장애인 등을 대상으로 하는 작업대출(서류를 위ㆍ변조해 금융회사로부터 대출을 받게 해주는 방식)은 지난해에만 3094건이 적발됐다. 올해 5월 전북에서는 미성년자를 상대로 최고 1만8000%가 넘는 살인적 금리를 적용해 부당이득을 챙긴 조직폭력배 일당이 붙잡히기도 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급전이 필요하다면 먼저 서민금융진흥원의 문을 두드려 서민상품에 대한 상담을 받아보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 "사정이 어려워 대부업을 이용할 경우 광고 등을 보고 결정하지 말고 대부업체를 조회하는 사이트에서 등록된 업체인지를 먼저 확인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유병돈 기자 tamond@asiae.co.kr
이정윤 기자 leejuyo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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