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든業스토리]창업 4년 만에 '글로벌 패션브랜드' 1위로 등극
나이키·에비앙·이케아 등 '콜라보레이션' 진행...밀레니얼 세대 공략
'버질 아블로' 루이비통 수석 디자이너로 임명되며 패션계 '아이콘'으로 부상
[아시아경제 윤신원 기자] 지난해 미국 신발 브랜드 컨버스(CONVERSE)가 내놓은 18만원대 '척테일러 70' 모델 운동화가 리셀(Resell) 시장에서 최대 200만원대에 팔렸다. 나이키의 20만원대 조던 시리즈와 에어포스 라인은 100만원을 호가했고 인기 모델인 조던1은 '부르는 게 값'이었다.
이 운동화들의 공통점은 모두 이탈리아 밀라노에 론칭된 하이엔드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 '오프화이트(off-white)'와 콜라보레이션(협업, 이하 콜라보)했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콜라보 제품들은 리셀가가 비싸게 책정되긴 하지만 리셀 시장에서 정가의 10배가 넘는 가격에 판매되는 건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다. 대체 '오프화이트'는 어떤 브랜드일까.
오프화이트, '콜라보레이션'으로 밀레니얼 세대를 잡다
올해 1분기 오프화이트가 전 세계 패션 브랜드 1위로 선정됐다. 구찌와 발렌시아가, 발렌티노 등 세계적인 브랜드들이 오프화이트 밑에 자리하고 있다. 오프화이트는 설립(파이렉스 비전 제외) 고작 4년차에 접어든 신생 브랜드로 매출이 채 10억 유로(약 1조 3000억원)도 되지 않는 브랜드가 매출 80억 유로(약 10조6000억원)를 기록 중인 구찌를 제친 셈이다.
오프화이트가 정상에 오른 가장 큰 배경은 타 브랜드와의 콜라보레이션(협업) 덕이다. 나이키부터 리바이스, 지미추, 몽클레르 등 패션 브랜드는 물론 이케아(가구)나 에비앙(생수), 바이레도(향수) 등 분야를 가리지 않는 콜라보를 진행한다.
이중 가장 유명한 건 단연 나이키와의 작업이었다. 2017년부터 2019년 1월까지 약 2년 동안 진행된 '더 텐(The ten)' 프로젝트는 나이키와 나이키의 자매사 컨버스 운동화 10종(베이퍼맥스, 리액트 하이퍼덩크, 에어맥스 90, 에어맥스 97, 에어포스 1, 에어조던 1, 줌 플라이, 에어 프레스토, 블레이저 미드, 척 테일러 70)을 오프화이트의 창업자 버질 아블로가 리폼해 발매됐다.
10종의 신발이 2년에 걸쳐 차근차근 발매됐는데, 그때마다 오프화이트는 '인스타그램'을 통한 응모만 받았다. 기존에는 콜라보 제품을 사기 위해 매장 앞에 텐트를 치는 등 소비자들이 오프라인에 의존해야 했으나 밀레니얼 세대(1980년대 초반~2000년대 초반 출생한 세대)를 타겟으로 한 오프화이트는 브랜드 해시태그(#)와 원하는 사이즈를 '리그램(공유)' 한 소비자들에게 당첨 기회를 주면서 소비자들이 스스로 오프화이트를 홍보하게 만들었다. 이렇게 리그램 된 게시물만 수십만 건에 달했다. 이런 응모 방식 덕에 출시와 동시에 전량 품절이라는 기록까지 세웠다.
칸예 웨스트의 아트 디렉터에서 루이비통의 수장이 되기까지
오프화이트를 론칭한 '버질 아블로(Virgil Abloh)'는 아프리카 가나 이민자 출신이다. 일리노이 공과 대학에서 건축학 석사 학위를 받은 그는 한 번도 패션을 배운 적이 없었다. 하지만 건축가 렘 콜하스가 프라다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미우치아 프라다와 협업하는 걸 보면서 패션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자신이 직접 디자인한 티셔츠를 온라인에 판매했다.
당시 세계적인 힙합 뮤지션 카니예 웨스트(Kanye West)가 그의 작업을 보고 자신의 앨범 제작에 참여시켰다. 이렇게 버질 아블로는 카니예의 앨범 디자인을 제작하는 아트 디렉터로 먼저 이름을 알렸다.
패션 크리에이터로 데뷔한 건 2012년 단기 프로젝트 '파이렉스 비전(Pyrex Vision)'을 론칭하면서 부터다. 버질 아블로는 저렴한 랄프로렌 럭비셔츠에 파이렉스라고 프린트한 후 550달러(약 65만원)라는 비싼 가격에 판매했다. 때문에 당시 파이렉스에 대한 패션계의 의견은 상당히 엇갈린다. 일각에서는 "천재"라고 그를 칭송했으나 일부는 그를 디자이너로서 자격이 없다고 비난했다.
그러나 그가 2014년 파이렉스를 '오프화이트'로 변경한 이후 여론은 그가 '천재'임에 공감했다. 검은색, 흰색의 사선 스트라이프와 형형색색의 케이블 타이, 화살표를 이용한 혁신적인 디자인으로 론칭과 동시에 패션계의 주목을 받았다. 오프화이트의 시그니처 로고가 된 화살표 모양은 건축가 미스 반 데어로에의 건축물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이처럼 그는 자신의 전공을 살려 새로운 시각으로 패션에 접근했고, 이는 패션계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켰다.
지난해에는 전 세계 명품시장을 이끌고 있는 '루이비통(Louis Vuitton)'이 남성복 수석 디자이너로 버질 아블로를 임명했다. 패션계에 길이 남을 임명이었다. 1854년 루이비통이 처음 설립된 이후 처음으로 흑인 수석 디자이너가 탄생했음은 물론 스트리트 브랜드를 배척해오던 럭셔리 브랜드에서 처음으로 스트리트 브랜드의 수장을 수석 디자이너로 데려온 것이다.
루이비통에서의 첫 작품 역시 극찬이 쏟아졌다. 그가 선보인 디자인 외에도 당시 화이트 룩을 입은 17명의 흑인 모델을 런웨이에 연달아 내보냈고, 유명 모델이 아닌 신인 모델들로 런웨이를 채웠다. 2000개의 객석 중 1000석은 패션 디자이너를 꿈꾸는 디자인스쿨 학생들에게 내줬다. 버질 아블로의 루이비통 패션쇼를 두고 패션계는 '(긍정적인 의미의)충격적이고 신선하다'는 찬사를 보냈다. 이로써 버질 아블로는 한 세대를 대표하는 '문화 아이콘'으로 자리 잡았다.
윤신원 기자 i_dentit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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