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학생 신분으로 자료수집, 해외매체에 넘겨"
"잘못 인정하고 사죄와 용서 거듭 간청"
"인도주의적 관용 베풀어서 추방한 것"
[아시아경제 김동표 기자] 최근 북한에 억류됐다 풀려난 호주인 유학생 알렉 시글리(29)씨 관련 사태에 대해 북한이 처음으로 입장을 밝혔다. 북한은 그가 '간첩행위'를 했으며 '반공화국모략선전행위'를 했다고 주장했다.
6일 북한 관영매체 조선중앙통신은 "오스트레일리아 유학생 알렉크 씨글리(알렉 시글리)가 인터넷을 통해 반공화국 모략선전행위를 하다가 지난 6월 25일 우리 해당 기관에 현행으로 단속됐다"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정부는 인도주의적인 관용을 베풀어 7월 4일 그를 우리 경내에서 추방했다"고 밝혔다.
통신은 "시글리는 'NK뉴스' 등 반공화국 언론매체들의 사촉(사주) 밑에 유학생 신분을 이용하여 평양시내의 구석구석을 싸다니면서 시탐의 방법으로 수집분석한 자료와 사진들을 수차례에 걸쳐 넘겨준 사실이 밝혀졌다"고 전했다. NK뉴스는 미국의 북한 전문 온라인 매체다.
통신은 "알렉크 씨글리는 우리의 내부실태자료들을 체계적으로 수집, 제공하는 간첩행위를 한 데 대하여 솔직히 인정하고 우리 공화국의 주권을 침해한 데 대하여 사죄하면서 용서해줄 것을 거듭 간청했다"고 덧붙였다.
알렉 시글리의 촬영날짜 미상 사진으로, 그의 가족들이 지난달 27일 제공한 것이다. 미국의소리(VOA) 방송과 호주 공영 ABC 방송 등은 이날 북한 김일성종합대학에서 조선문학 석사과정을 공부하고 있는 시글리가 최근 연락이 닿지 않고 있으며 북한 당국에 구속됐거나 실종됐다고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원본보기 아이콘지난해부터 평양 김일성종합대학에서 조선 문학 석사 과정을 밟던 그는 지난달 25일부터 연락이 두절됐다가, 호주 정부와 중재자로 나선 스웨덴 정부의 외교적 노력에 힘입어 9일만인 이달 4일 석방됐다.
그는 5일 억류 후 공식 입장문에서 자신의 석방을 위해 노력해준 모든 사람들에게 감사를 표했지만 평양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일절 함구했다.
시글리는 일본에서 공식 입장문을 내고 "저와 제 가족을 걱정해준 모든 사람들에게 감사를 드린다"면서 "저는 아내 모리나가 유카와 만나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으며, 호주 퍼스에 있는 가족들과도 안부를 나눴다"고 말했다. 그는 4일 평양에서 석방 후 베이징을 경유해 아내가 있는 일본으로 건너갔다.
그는 "스웨덴 정부의 대북특사 켄트 롤프 마그누스 해슈테트씨와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에게 특별히 감사를 표하고 싶다"고 했다. 또한 "저를 위해 노력하셨지만 제가 이름을 알지 못하는 분들도 여럿 계실 것"이라면서 "그들에게도 감사를 전하며 호주 외교부에도 고마움을 느낀다"고 했다.
그러면서 "저는 이제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가고자 한다"며 자신과 자신의 가족에 대한 사생활을 존중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는 앞으로 이번 사건과 관련한 추후의 언급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평양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그동안 왜 연락이 되지 않았는지에 대해서 밝히지 않았다.
김동표 기자 letme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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