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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뒤에 누군가가"…귀갓길이 불안한 여성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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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오늘은]

'신림동 강간미수' 등 1인 가구 노린 범죄 잇따라
안심귀가스카우트 이용자 시행 첫해보다 10배 늘어
여성 뒤따라가도 8만원 범칙금이 고작
'스토킹'범죄 처벌 강화법 국회서 3년째 계류

지난달 28일 소셜미디어에 올라온 '신림동 강간 미수범 동영상'이라는 제목의 영상 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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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승진 기자] 서울 강서구 화곡동의 한 오피스텔에 사는 직장인 지모(28·여)씨는 요즘 귀갓길에 뒤를 돌아보는 습관이 생겼다. 최근 연이어 발생한 사건에 누군가 집까지 따라 들어올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커졌기 때문이다. 지씨는 "집에 갈 때 웬만하면 뒤 따라오는 사람이 없을 때 들어간다"며 "늦은 시간 퇴근했는데 남성이 뒤에 걷고 있으면 거주하는 오피스텔을 지나쳐 일부러 빙 둘러서 가기도 한다"고 말했다.


최근 서울 관악구 원룸에서 일어난 '신림동 강간미수' 사건 등 혼자 사는 여성을 노린 범죄가 끊이지 않고 있다. 귀갓길 여성을 뒤쫓아 범행을 저지르는 일이 연이어 발생하자 "집에 가는 길이 가장 두렵다"고 호소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불안감을 크게 느끼는 일부 여성들은 출근할 때부터 집에 조명을 켜놓거나 호신용품 휴대 등 자구책을 마련하지만 근본적인 대안은 되지 못한다.

여성들이 느끼는 불안은 서울시가 귀갓길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운영하는 '안심귀가스카우트' 이용률에서도 잘 드러난다. 2013년 안심귀가스카우트 연간 이용자 수는 3만1587건이었지만 2014년 10만2139건으로 1년 새 3배 이상 증가했고, 지난해에는 34만1162건으로 시행 첫해보다 10배 이상 늘었다. 또 서울시여성가족재단이 2017년 7월 기준 서울시 1인 가구 3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여성의 25.9%는 안심귀가스카우트를 여성 1인 가구에 가장 필요한 정책으로 꼽았다. 귀갓길 범죄에 대한 두려움이 크다는 증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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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수에 그친 경우 처벌이 약하다는 점은 귀갓길 범죄 위협을 줄이지 못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지적이다. 지난달 19일 오전 5시 서울 강동구의 한 아파트에서는 여성 A씨가 아파트 출입문 비밀번호를 누르자 뒤이어 한 남성이 따라 들어가는 일이 발생했다. 함께 엘리베이터에 오른 뒤 A씨가 가려고하는 층을 눌렀지만, 남성 B씨는 가만히 있었다.


이상한 낌새를 느낀 A씨가 "몇 층에 가냐"고 묻자 B씨는 뒤늦게 한 층 아래층을 눌렀다. A씨는 B씨의 미심쩍은 행동에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지 않고 다시 1층으로 향했고, 계단을 통해 내려오는 B씨와 마주쳤다. A씨는 112에 신고를 했고, 경찰에 붙잡힌 B씨는 불과 9시간 전에도 한 여성을 뒤쫓다 발각돼 경찰에 추적당하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에 붙잡힌 B씨의 처벌 수위는 범칙금 8만원이 전부였다. B씨 등 여성들이 느낀 공포감과 두려움에 비한다면 현행법상 처벌은 솜방망이였다. 여성을 뒤쫓는 스토킹 범죄를 성폭력 처벌법에 추가해 가해자 처벌과 피해자 보호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매년 나오고 있지만, 국회에선 3년째 논의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경찰 관계자는 "우리도 강하게 처벌하고 싶지만 근거하는 법이 없다"며 "주거침입을 하거나 뚜렷한 신체적 접촉이 있는 경우가 아니면 뒤쫓아가는 스토킹만으로 체포하기에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시 조사에 따르면 여성 1인 가구 25.9%가 '안전을 위한 노력방법'으로 '통화 또는 통화하는 척'을 꼽기도 했다. 나름대로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그야말로 안타까운 실정이다. 직장인 이강연(32ㆍ여)씨는 "결국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귀갓길 길에 전화하고, 현관에 남자 신발 놓는 것 밖에 없다"며 "스토킹, 주거침입 등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법이 하루빨리 통과돼 조금이나마 불안에서 벗어나고 싶다"고 말했다.






이승진 기자 promotion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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