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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간 '엄벌화' 강조한 일본 소년법…효과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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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갑 찬 소년 품어줄 사회는 없나]<2>청소년 범죄 '엄벌화 정책' 실패한 일본

日, 고베 사건 계기로 엄벌화 방향 소년법 개정
20년 후 전체 범죄율 줄었지만…법 개정 탓 아냐
전문가들 "소년 범죄는 법개정 이전부터 감소세, 엄벌화로 갈 이유 없어"
20년간 '엄벌화' 강조한 일본 소년법…효과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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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바라키(일본)=송승윤 기자] 1997년 일본 효고현 고베시에서 일본 전역을 엄청난 충격에 빠트린 사건이 발생했다. 초등학생 2명이 연속으로 살해 당하고 피해자 중 한 명의 머리가 절단된 채 학교 교문에 걸린 '고베 아동연쇄살인사건'이다. 범인은 당시 만 14세였던 중학생 아즈마 신이치로(東 ?一?)군이었다.


당시 일본 언론은 아즈마군이 잡히기 전까지의 사건 진행 상황을 앞다퉈 보도했다. 살해 방식의 잔혹성과 함께, 범행 후 언론사에 자필 편지를 보내는 등 대담함까지 화제가 되면서 일본 열도는 이 이슈로 크게 들썩였다. 일본인들은 현재까지도 이 일을 역사상 가장 충격적이었던 사건 중 하나로 기억한다.

범인이 고작 14세이던 중학생으로 밝혀지면서 일본에선 소년법을 폐지해야 한다는 여론도 들끓었다. 당시 일본 소년법에 따르면 16세 이하 미성년자는 형사처벌할 수 없었다. 아즈마군은 형사처벌 대신 의료소년원에 수감돼 정신과 치료만 받았고 2005년 풀려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이 사건은 일본이 소년범에 대한 '엄벌화'를 지향하게 하는 계기가 됐다. 일본 소년법은 2000년부터 현재까지 총 4차례 큰 개정 과정을 거쳤다. 일본 국회는 사건 발생 다음 해인 2000년 소년원 송치 연령을 만 16세에서 만 14세로 강화하는 내용의 소년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2007년에 이르러서는 소년원 송치 연령이 만 14세에서 '대략 12세'까지 낮춰졌다. 실제 만 12세 소년이 송치된 경우는 현재까지 없지만 중대한 범죄를 저지른 소년의 경우 현행법상 만 12세의 연령에도 처벌을 받을 수 있게 한 것이다.

1999년 일본 효고현 고베시에서 일어난 '고베아동연쇄살인사건'의 범인 아즈마 신이치로(당시 14ㆍ왼쪽)군이 언론사 등에 보낸 도전장. A군은 이 도전장에 "살인이 유쾌해서 견딜 수가 없다"고 썼다.(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1999년 일본 효고현 고베시에서 일어난 '고베아동연쇄살인사건'의 범인 아즈마 신이치로(당시 14ㆍ왼쪽)군이 언론사 등에 보낸 도전장. A군은 이 도전장에 "살인이 유쾌해서 견딜 수가 없다"고 썼다.(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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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엄벌화 정책 가운데는 피해자의 권리를 보장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고베 아동연쇄살인사건의 피해 아동 부모들은 가해자를 보호하는 규정 때문에 가해자에 대한 어떤 정보도 얻을 수 없었다. 기록 열람을 비롯해 소년범의 재판 과정 자체가 철저하게 비공개로 진행됐기 때문이다. 지금은 피해자의 친족이 재판에 출석하는 게 가능한 것은 물론 범죄 기록에 대한 열람도 할 수 있다.


2014년 개정 때는 형량까지 강화됐다. 범죄가 무기징역에 해당할 경우, 소년범에게 내릴 수 있는 형량의 상한선을 15년에서 20년으로 늘렸다. 각각 10년과 5년이던 장기ㆍ단기형의 상한선도 15년과 10년으로 확대했다. 18~19세 청소년의 경우 소년법을 적용받지만 형량은 성인과 비슷한 수준으로 내려진다. 약 20년간 엄벌화 취지의 법 개정이 거듭된 것이다.

그렇다면 일본의 엄벌화 정책의 결과는 어떠했을까. 일본 전문가 사이에서는 엄벌화 진행 후 범죄율 감소세가 관찰됐지만 이를 유의미한 변화로 해석하긴 어렵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소년 범죄율은 엄벌화 이전부터 이미 감소세에 접어들었기 때문에 정책적 영향이라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일본 법무성이 발행하는 범죄백서에 따르면 일본은 1983년 소년 형법범 수가 26만1634명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후 등락을 반복했으나 전반적으로는 감소세를 보였다. 그러다가 200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줄어들었다. 첫 엄벌화 법 개정 때인 2000년 소년 형법범 수는 15만2813명이었다. 2004년엔 15만5051명으로 비슷한 숫자를 기록했지만 이후 감소세를 지속하며 2011년 9만4369명으로 10만명 아래로 떨어졌다. 2017년은 3만5108명에 불과했다. 언뜻 보면 엄벌화 영향으로 범죄율이 줄어들었다고 생각할 수 있으나, 엄벌화 전후 등락폭은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고야나기 다케시(小柳武) 전 도키와대학 종합정책학부 교수.(사진=송승윤 기자)

고야나기 다케시(小柳武) 전 도키와대학 종합정책학부 교수.(사진=송승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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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일본 이바라키현 미토시청에서 만난 고야나기 다케시(小柳武) 전 도키와대학 종합정책학부 교수 역시 엄벌화와 범죄율 감소 사이에 뚜렷한 인과관계가 발견되지 않는다는 의견에 동조했다. 고야나기 교수는 "소년 인구 감소가 영향을 미쳤을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그는 "소년범죄가 갈수록 흉악해지고 있어 엄벌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은 근거가 없다"며 "범죄 유형으로 봐도 절도가 압도적으로 많기 때문에 전체적인 범죄 경향이 나빠져왔다고 보기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본 소년법 전문가 센주 마사하루(千手 正治) 도키와대학 인간과학부 교수도 비슷한 의견이다. 그는 "학자들 사이에선 엄벌화 정책이 사실에 기초한 것이 아니라는 주장이 끊임없이 제기됐다"며 "다만 엄벌화에 찬성하는 국민 여론이 높았던 탓에 정치권에서 포퓰리즘 정책을 쏟아내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일부 잔혹한 사건 때문에 소년 전체에게 적용하는 법률을 개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라고 덧붙였다.

센주 마사하루(千手正治) 도키와대학 인간과학부 교수.(사진=송승윤 기자)

센주 마사하루(千手正治) 도키와대학 인간과학부 교수.(사진=송승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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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전문가는 처벌보다는 억제를 위한 정책 도입이 우선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고야나기 교수는 "범죄 소년 대부분의 가정환경에 문제가 있을 확률이 높은 만큼 가정과 학교, 지역사회가 연계해 범죄로 빠질 환경을 차단할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센주 교수도 "소년들이 범죄의 늪에 다시 빠져들지 않게 하기 위해선 사회 복귀 후 역할을 부여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출소 후 직업을 가진 이와 무직인 이를 비교했을 때 무직인 사람이 압도적으로 재범률이 높기 때문에 소년이 돌아갈 곳을 마련해주는 게 재범률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본 기획물은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송승윤 기자 kaav@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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