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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류, 베트남은 지금④]도약하는 베트남영화, 주도하는 한국기업

최종수정 2019.06.13 13:11 기사입력 2019.06.13 1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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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류, 베트남은 지금④]도약하는 베트남영화, 주도하는 한국기업


베트남 영화는 우리에게 낯설다. 스무 편 남짓 개봉했는데, 트란 안 홍 감독의 '그린 파파야 향기'와 '씨클로' 정도만 알려졌다. 얕잡아 볼 수준은 아니다. 그린 파파야 향기는 1993년 칸국제영화제에서 황금카메라상을 수상했고, 이듬해 미국 아카데미시상식에서 외국어영화상 후보에 올랐다. 씨클로는 1995년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최고상인 황금사자상을 받았다. 정작 베트남에서는 개봉 1주일 만에 상영 금지 조치를 당했다. 자국의 어두운 현실을 지나치게 부정적으로 묘사했다는 이유였다.


엄격한 심사는 사회주의 체제에서 기인한다. 베트남은 1950년대 말 소련의 도움으로 영화학교, 스튜디오 등을 설립했다. 당시 영화는 국가의 통일사업에 대한 인민의 소망과 결연한 의지를 구현하는 도구로 활용됐다. 베트남전쟁이 발발한 뒤에도 그러했다. 1973년까지 제작된 영화 수는 1661편. 여기서 극영화는 쉰다섯 편에 불과하다. 1966년부터 전쟁이 끝난 1975년까지 매년 다섯 편 이상이 제작됐는데, 대부분 노동과 투쟁을 부추기는 내용이다. 정부에서 1970년 처음 개최한 영화제(구국항미영화제)에서도 이런 분위기를 짐작할 수 있다. 개인상을 주지 않는 대신 '풍전등화', '바람을 일으키다', '응우옌 반 쪼이', '위도 17도선에서' 등 전쟁기록영화에 상을 몰아줬다.


[한류, 베트남은 지금④]도약하는 베트남영화, 주도하는 한국기업


아픈 역사는 통일된 지 44년이 지난 지금도 영화산업에 영향을 미친다. 연간 평균 관람 횟수는 0.47편. 하노이 등 북부 지역에서 로컬영화를 거의 보지 않는다. 자국 영화의 대부분이 호치민 등 남부 지역에서 제작된다는 이유에서다. 두 지역은 종교, 소비 등 다양한 문화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언어의 억양이 달라 서로 알아듣지 못하는 경우도 흔하다. 현지 영화관계자는 "호치민에서 활동하는 영화인들은 베트남영화국이 하노이에 있는 것부터 못마땅하게 생각한다"고 했다. "지역 간 갈등이 여전해 영화산업이 지지부진을 면하지 못한 면이 있다"고 했다.


CJ, 롯데 등 국내 기업들은 복잡하고 미묘한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국내에서처럼 극장 산업부터 장악한 게 주효했다. CJ CGV는 2011년 현지 1위 멀티플렉스였던 메가스타를 인수하고 사업 범위를 넓혀 전체 극장 시장의 43%를 점했다. 롯데시네마는 후발주자로 나서 30%까지 영역을 넓혔다. 주요 관람객인 젊은 층의 기호를 분석하고 홍보와 마케팅을 전개해 현지에서 좋은 평가를 받는다. 현지 관계자는 "CGV가 고급화 전략을 편다면, 롯데시네마는 대중화에 앞장선다. 관람료에서도 차이가 난다"며 "최근 두 기업 모두 소규모 도시까지 영역을 확장한다. 베트남 정부의 보이지 않는 압박이 있다"고 했다.


[한류, 베트남은 지금④]도약하는 베트남영화, 주도하는 한국기업


두 기업은 로컬영화의 투자 및 제작에도 열을 올린다. 대부분 접근하기 쉬운 코미디나 멜로 장르다. CJ ENM은 국내에서 흥행이 검증된 영화를 베트남 문화에 맞게 다시 만들거나 현지에서 성공한 작품의 후속편을 제작한다. '수상한 그녀'를 리메이크한 '내가 니 할매다'와 '써니'를 리메이크한 '고고 시스터즈', '마이가 결정할게 2', '걸 프롬 예스터데이' 등이다. 모두 베트남 전역에서 흥행하며 역대 로컬영화 10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롯데엔터테인먼트가 지난 2월 개봉한 '하이펑'은 역대 로컬영화 3위에 올랐다. '신과함께' 시리즈, '나의 특별한 형제' 등 다양한 한국영화를 배급하며 새로운 바람도 불어넣는다.

현지 관계자는 "한국기업들이 제작에 나서면서 기존 슬랩스틱 스타일의 코미디는 사라지고 휴먼 코미디 장르가 자리를 잡았다. 액션도 할리우드 무술감독을 데려오는 등 차별화된 접근으로 한층 질을 높였다"고 했다. "아직 실적이 높은 편은 아니지만, 영화관을 찾는 관객이 급증하고 있다. 연간 평균 관람 횟수가 두 편 이상으로 오르면 한국 못잖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고 했다.




호치민=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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