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AD
원본보기 아이콘


[아시아경제 윤신원 기자]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한 고시원에서 불이 나 10여 명이 다치고 7명이 숨지는 사건이 발생해 취약계층의 주거여건을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이 늘고 있다. 희생자들 대부분이 사회적 취약계층인 일용직 노동자들이었기 때문이다. 가족들과 연을 끊고 산지도 오래라 빈소도 없이 고독한 죽음을 맞이해야 했다.

이번 종로 고시원 화재사건 희생자 중 고시생은 없었다. 고시원이란 이름이 무색할 정도다. 실제 소방관계자에 따르면 해당 고시원 입주자 대부분은 40~60대 일용직 노동자들로 알려졌다. 보증금이 없이 월세만으로 머무를 수 있다 보니 집이 없는 저소득층 시민들의 ‘주거지’가 된 것이다. 오래 머물지 않는 임시주거지 정도로 여겨져 고시원 입주자 대부분은 전입신고조차 하지 않는다. 소방당국이 화재 발생 직후 신원 확인에 애를 먹은 것도 이 때문이다.


신원 확인 이후 유족에게 연락을 했지만 연락을 끊고 산 세월이 너무 길어 고인의 생전 모습을 기억하는 가족들은 거의 없었다. 한 사망자의 유족은 “그 동안 어떻게 살았는지 사고 소식을 접한 이후에서야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이번 화재 사건 이후 주거 빈곤층에 대한 우려가 높아졌다. 특히 이번 사건이 단순히 화재로 인한 안전사고로 해석하기 보다는 사망자들이 가족 없이 홀로 지내다 외로이 죽음을 맞이한 만큼 '고독사'의 일부로 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제기됐다. 실제 고독사는 주변 사람들과 단절된 채 홀로 살다 쓸쓸히 죽음을 맞이하는 것을 말한다. 홀로 지내다 스스로 목숨을 끊거나, 화재 등 안전사고로 사망하거나 하는 모든 외로운 죽음이 이에 해당한다.


사실 우리나라에서는 고독사에 대한 정확한 현황을 알긴 어렵다. 그나마 사망자가 가족이 없거나, 연락이 닿지 않거나, 시신의 인수를 거절하는 ‘무연고 사망자’ 통계로 고독사 현황을 가늠할 뿐이다. 고독사 가운데 대부분이 유가족에 의해 발견이 되고,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이번 화재 사건처럼 유가족에게 시신이 인계되기 때문에 고독사로 인한 죽음은 무연고 사망자 집계보다 훨씬 많을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우리나라 무연고 사망자는 지난해 2010명으로 5년 새 58%나 증가했다. 또 독거노인 문제로만 여겨졌지만 실제로는 2012년부터 2016년까지 누적 무연고 사망자 중 40% 이상이 40~50대 중장년층으로, 노인층(39%)보다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1인 가구 자체가 늘어나면서 특정 연령대를 벗어나 전 연령대의 문제로 자리 잡은 것이다.


국토교통부가 지난달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오피스텔이 아닌 고시원 등 비주택에 거주하는 인구 37만여 명 중에서는 71%가 1인 가구에 해당했다. 최저주거기준(1인 기준 14㎡)에 미달하는 가구의 비율은 절반인 49.2% 수준으로 높게 나타났다. 주거 생활의 어려움을 꼽으라는 질문에 '열악한 주거환경'(42.3%), '열악한 시설'(40.6%), '외로움·고립감'(27.8%) 순으로 답했다. 사실상 1인 가구 대다수가 고독사 위기에 놓여있는 셈이다.


정부가 다양한 공공지원 주거복지 프로그램을 내놓고 있지만, 이를 이용한 경험이 있다는 비율은 8%에 불과했다. '프로그램이 있는 것을 몰라서'(28.3%)와 '자격 기준이 안 될 것 같아서'(28.2%) 등이 이유로 꼽혔다.

AD

전문가들은 고독사에 대한 현황 파악이 이뤄져야 제대로 된 대응책을 마련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더불어민주당 기동민 의원은 “고독사는 1인가구 증가, 가족해체, 실업난 등 다양한 사회적 병폐의 합병증”이라며 “무연고사망자가 아닌 고독사 통계마련 및 축적을 통한 종합적인 대책 수립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회에서는 지난해 국가적 차원의 고독사 대응책 마련을 위해 ‘고독사 예방 및 1인 가구 사회안전망 확충을 위한 법률안(제정법)’이 발의됐지만 계류 중이다. ‘고독사 예방법’은 고독사에 대한 정의 명확화, 주기적인 실태조사 수행 및 기본계획 수립 등 지자체 별 각자 이뤄지고 있는 고독사 대응을 체계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윤신원 기자 i_dentity@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배포금지, AI 학습 및 활용 금지>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새로보기

내 안의 인사이트 깨우기

취향저격 맞춤뉴스

많이 본 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