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칼럼]창업기업 수, 팩트와 트루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한 시사예능에 출연해 이렇게 말했다. "올해 1분기 창업기업 수와 벤처투자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습니다. 창업기업이 2만7000개에 이르렀고 벤처투자는 전년 동기 대비 57% 성장했습니다." 문재인정부의 지난 1년 경제실적을 자평해달라는 부탁을 받고서 내놓은 대답이다.
현 정부 들어 벤처투자나 지원이 눈에 띄게 커지고 다양해졌다는 데 이견은 별로 없어 보인다. 중소기업청이 중소벤처기업부로 승격되고 문재인 대통령과 홍종학 중기부 장관이 벤처 정책에 남다른 관심과 역량을 쏟아부은 결과다. 중기부가 추가경정예산 가운데 약 2500억원을 모태조합(개별기업이 아닌 투자조합에 출자하는 펀드) 출자에 쓴다고 하니 2분기 이후의 집계 결과도 짐작할 수 있다. 중소기업 관련 정책자금을 집행하는 중소기업진흥공단은 기관명을 아예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으로 바꾸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정책을 입안하고 현장에 투입하는 모든 과정에서 '벤처'라는 명칭과 가치가 이처럼 무겁게 대우받는 요즘이다.
반대로 김 부총리가 창업기업 수를 언급한 데선 고개를 갸웃하게 된다. 수치의 함정에 빠졌거나 함정을 외면하는 게 아니겠느냐는 우려 때문이다. 중기부가 이달 초 내놓은 신설법인 동향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신설법인 수는 5년 연속 증가하며 2만6747개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303개(5.15%) 늘었다. 분기 기준으로 가장 높은 수치다. 따라서 김 부총리의 자평은 사실에 입각했다. 그렇다면 추세와 맥락을 보자. 지난 5년 동안 1분기 신설법인의 수는 계속 늘었지만 증가세는 매년 곤두박질치고 있다. 2014년 1분기에 9.4%가 늘었는데 2년 뒤 6.4%로 줄더니 지난해에는 6% 선이 무너져 5.6%를 기록했고 올해에는 5.1%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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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세하락이다. 추세가 워낙 분명하고 공고해 곧 5%선도 무너질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올해의 경우 그나마 전기ㆍ가스ㆍ공기공급업, 도ㆍ소매ㆍ정보통신업을 중심으로 법인이 많이 생겨 전체 수량의 증가를 견인했다. 정부의 탈원전 기조 및 친환경 에너지정책이 동력이었다고 한다. 정책의 연속성ㆍ일관성ㆍ강도가 변하거나 성과가 시원찮으면 달라진다는 뜻이다. 39세 이하 연령층, 즉 청년층의 법인 설립이 8.2% 늘어 고무적이라고 하지만 이는 취업난에 따른 모험감수심리의 지표일 수도 있다. 새로 생긴 법인 또는 사업장들이 얼마나 오래 버티느냐를 추적해서 집계하면 실상은 더 암울해질 지도 모른다.
신설법인 동향은 최전방 경제지표다. 김 부총리가 언급한 '창업기업 2만7000개'는 행군을 선두에서 이끄는 병사가 보낸 이상신호로도 받아들일 수 있다. 이를 업적이나 성과로 제시하는 건 부자연스럽다. 남ㆍ북ㆍ미 정상회담이 블랙홀처럼 모든 이슈를 빨아들여 경제 얘기, 특히 경제지표 얘기가 좀처럼 수면 위로 떠오르질 않는다. 신설법인 동향 뿐이겠는가. 중요한 모든 지표를 끄집어내 고쳐보고 뜯어봐도 모자랄 정도로 시장과 가계는 버겁다. 그러므로 서두르되, 팩트(fact)와 트루스(truth)는 구분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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