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선 찬밥, 해외선 대박'...국내 AI 벤처의 설움
[규제의 민낯 시리즈] 칸막이 규제 많아 도전정신 빛바래… "정부도 해외行 권유할 판"
[아시아경제 김철현 기자, 이민우 기자] 핀테크 스타트업체인 콰라는 3년여 노력 끝에 인공지능(AI) 자산운용솔루션을 만들었다. 이것을 이용하면 고액 연봉의 펀드매니저를 영입하지 않고도 대형 업체들과 경쟁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실제로 AI 자산운용상품을 내놓자 별다른 마케팅이나 홍보를 안 했지만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고객들도 AI의 가능성을 믿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내 악몽이 들이닥쳤다. 상품 출시 2주 만에 금융당국으로부터 '서비스 중단' 통보를 받았다. 현행법, 현행 규제에 위배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콰라는 얼마 전 기계학습(머신러닝) 기반 로봇어드바이저를 활용한 '손정의 따라잡기 펀드'를 내놓은 바로 그 업체다. 시장에서는 경쟁력을 인정받았지만 제도와 규제는 오히려 발목을 잡았다. '손정의 따라잡기 펀드'는 개인간(P2P) 대출 방식으로 투자금을 유치한 뒤 머신러닝 기반의 로보어드바이저로 자금을 운영한다. 하지만 금융감독원은 대출과 투자가 혼합돼 업종 구분이 어렵다는 이유로 서비스를 중단하라고 통보했다. 2일 손보미 콰라 대표는 본지와 인터뷰에서 "우리나라는 칸막이 규제가 너무 많다는 현실을 절감했다"며 "오죽했으면 금감원측도 호주나 싱가포르로 나가서 사업을 해보라고 권했겠냐"며 손사래를 쳤다.
세계 각국이 4차산업 혁명을 성장동력으로 삼으면서 글로벌 경쟁이 치열하게 펼쳐지고 있지만 정작 우리나라는 갖가지 '규제 장벽'에 기업들이 신음하고 있다. 벤처 업계에서는 "우리나라 벤처들만 모래주머니를 차고 달리는 꼴"이라며 혀를 차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국내에서는 찬밥 신세가 해외에서는 극찬을 받는 웃지 못할 상황도 펼쳐진다.
콰라가 대표적이다. 콰라는 국내에선 AI 솔루션을 100% 활용하지 못하고 투자 정보가이드를 제공하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 반면 해외에선 AI 기술 역량을 인정받고 있다. 지난 2월에는 영국계 벤처캐피탈(VC) 등으로부터 총 11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 태국, 싱가포르 등의 금융회사들도 관심을 드러내면서 추가 협력이 기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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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대표는 자본금에 대한 과도한 규제가 스타트업들의 발목을 붙잡는다고 꼬집었다. 현행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로보어드바이저 스타트업도 다른 금융사처럼 투자자문업이나 투자일임업, 자산운용사 인허가를 받아야 한다. 자문업만 해도 최소 자본금 5억원, 개인투자자 대상 공모펀드를 운용하려면 최소 80억원을 확보해야 한다. 손 대표는 "고객 보호라는 취지는 이해하지만 스타트업, 벤처 입장에서는 최소 자본금이 부담스럽다"며 "미국의 베터먼트, 웰스프론트 등 로보어드바이저를 활용한 스타트업들이 금융기업들과 당당히 맞대결하고 있는 것을 보면 부러울 따름"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미래 벤처인들도 '규제 장벽'에 좌절하기는 마찬가지다. 서울대학교 공대에 재학중인 박한성(가명ㆍ27)씨는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등 가상통화간 환전을 빨리 제공할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들기로 마음먹었다. 뜻이 맞는 동아리 후배들과 함께 창업을 준비했지만 시작한 지 얼마 안돼 높은 장벽과 맞닥뜨렸다. 소액해외송금업의 자본금 규모가 10억원이었던 것이다. 창업이라는 게 '시간 싸움'인데다 그 많은 돈을 당장 구하기도 어려워 꿈을 접어야 했다. 박 씨는 "스타트업을 하다 보면 규제에 얻어맞고 결국 원래 사업 아이템에서 멀어지는 경우가 왕왕 있다는 얘기를 선배들에게 많이 들었다"며 "막상 겪어보니 좌절감이 컸다"고 토로했다.
이민우 기자 letzw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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