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급랭 중에도…여야 '근로시간 단축' 극적 타결(종합)
주당 최대 근로시간 52시간으로 단축…밤샘 논의 끝 환노위 통과
'北 김영철 방남'으로 국회 파행 분위기에도 여야 접점 찾아
2002년 주 40시간 도입 후 16년…2013년 첫 논의 후 5년 만
법정공휴일 유급휴무, 민간으로 확대…특례업종 5종으로 축소
홍영표 국회 환노위위원장과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간사, 임이자 자유한국당 간사, 김삼화 바른미래당 간사가 27일 국회에서 손을 맞잡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국회 환노위는 주당 법정 근로시간을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단축하는 내용의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통과 시켰다./윤동주 기자 doso7@
[아시아경제 김혜민 기자] 27일 새벽 3시50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실. 홍영표 위원장의 의사봉 소리와 함께 5년 동안 공전을 거듭해 온 근로시간 단축 법안이 국회 환노위 문턱을 넘었다. 주당 근로시간을 최대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단축하는 내용의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여야 밤샘 논의 끝에 극적 타결된 순간이다.
환노위는 전날인 26일 오전 10시부터 고용노동소위원회를 열고 논의를 시작했다. 마침 자유한국당이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의 방남에 반발, 정국이 급격히 냉각된 때였다. 소위는 순소롭지 못했다. 한국당이 오후 3시 청계광장 규탄대회를 앞두고 의원 동원령을 내리면서 오전 회의만 진행하고 오후 5시까지 회의가 열리지 못했다.
본격적인 법안 논의가 시작된 것은 오후 5시다. 의원들은 "릴레이 마라톤, 밤 샐 각오를 하고 있다"며 법안 통과 의지를 드러냈지만 여야 이견은 물론 의원 사이에서도 생각이 달라 접점을 찾기 쉽지 않았다. 자정까지만 해도 법안 처리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였다. 총 6번의 정회를 거듭했다. 하지만 여야가 한발씩 양보해 의견을 좁혀 나가면서 상황이 반전되기 시작했다.
밤새 이어지던 회의는 새벽 3시를 넘기고 결국 소위를 통과했다. 홍영표 위원장은 곧바로 전체회의를 열고 법안을 처리했다. 김 부위원장의 방남 후폭풍에 휩싸여 정면충돌하는 와중에 극적 타결을 이뤄낸 것이다. 여야는 지난달 30일과 지난 20일 두차례의 본회의를 열어 120여건의 민생 관련 법안을 통과시켰지만 근로기준법 개정안 같은 굵직한 경제법안 통과는 올해 들어 처음이다.
◆주당 근로시간 최대 52시간으로 단축…공휴일엔 돈 받고 쉴 수 있어=개정안에는 1주를 7일로 명시해 주당 법정 근로시간이 최대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실질적으로 줄어들 수 있도록 했다. 그간 1주를 5일의 근로일로 보던 행정해석을 폐기한 것이다. 이에 따라 주당 최대 근로시간은 현행 최대 68시간(5일 근무 40시간+연장근무 12시간+휴일근무 16시간)에서 52시간(7일 근무 40시간+연장근무 12시간)으로 줄어들게 된다.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현장의 혼란을 줄이기 위해 제도는 사업 규모별로 단계적으로 시행하기로 합의했다. 시행시기는 지난해 합의된 3당 간사안이 적용됐다. 상시 근로자가 300명 이상인 사업장과 공공기관은 오는 7월1일부터 근로시간 단축을 적용해야 한다. 상시근로자가 50~299인 사업장은 2020년 1월1일부터, 5~49인 사업장은 2021년 7월1일부터 적용하도록 했다. 특히 30인 미만 기업은 근로시간 단축이 쉽지 않다는 점을 고려해 적용되는 시점인 2021년 7월1일부터 2022년 12월31일까지 노사 간 합의로 특별연장근로시간 8시간을 허용했다.
핵심 쟁점이었던 휴일근로 가산수당은 현행 150% 가산을 유지하기로 했다. 근로시간 단축에 따라 휴일근로가 휴일+연장근로가 되면서 이를 반영해 휴일근로 가산수당을 2배로 지급하는 방안도 논의됐으나, 기업 부담을 고려해 현행 그대로 유지됐다. 이에 따라 주 40시간을 초과한 8시간 이내 휴일근로에 대해선 통상임금의 50%를 가산, 8시간을 초과하는 휴일근로는 통상임금의 100%를 가산해 수당을 지급한다.
여야는 대신 공무원에게만 적용되던 법정공휴일 유급휴가를 민간에도 법적으로 보장하기로 했다. 현행법에 따르면 공무원들은 3.1절과 같은 공휴일을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에 따라 쉴 수 있다. 민간기업도 근로기준법 55조에 따라 1주일에 평균 1회 이상의 유급 휴일을 보장받기 때문에 취업규칙이나 단체협약 등에 반영, 토ㆍ일요일과 공휴일에 돈을 받고 쉴 수 있지만 기업 규모나 노조 여부에 따라 편차가 컸다.
이에 여야는 모든 근로자들이 공휴일에도 돈을 받고 쉴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만들기로 합의했다. 이 경우 불가피하게 일을 해도 휴일근로 가산 수당을 받을 수 있게 된다. 환노위는 시행시기를 300인 이상 사업장은 2020년 1월1일부터, 30~299인 사업장은 2021년 1월1일부터, 30인 미만 사업장은 2022년 1월1일부터 전면 도입하기로 했다. 부대의견으로 고용노동부 장관이 관련 실태조사 후 필요시 국회와 협의해 지원방안을 마련한다는 내용도 넣었다.
무제한 근로를 가능하게 한 근로시간 특례업종 범위도 축소했다. 여야는 조사 합의 시 주간 연장근무를 12시간 이상 더 할 수 있도록 한 특례업종을 현재 26개에서 5개로 줄이기로 했다. 앞으로 특례업종에는 육상운송업ㆍ수상운송업ㆍ항공운송업ㆍ기타운송서비스업ㆍ보건업만 적용된다. 다만 존치된 5개 업종에 대해선 오는 9월1일부터 연속 휴식시간을 최소 11시간 보장하기로 했다. 운수업 중 노선버스는 특례업종에서 제외됐다. 특례업종에서 제외되는 21개 업종 중 300인 이상 사업장ㆍ공공기관의 경우 근로시간 단축 시행일을 2019년 7월1일로 유예하기로 했다.
15세 이상 18세 미만 연소근로자의 근로시간도 현행 1주 40시간에서 35시간으로 단축하기로 했다.
◆3월 대법원 판결 의식…28일 본회의 통과 남아=여야가 이례적으로 의견을 모은 것은 이르면 다음달 나올 근로시간 단축에 관한 대법원 판결을 의식한 것이다. 오는 28일 본회의에 상정하기 위해선 이날까지 상임위 법안 처리를 끝내야 할 필요도 있었다. 만약 통과되지 못할 경우 여야 싸움으로 민생을 제대로 챙기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올 것을 의식한 결과이기도 하다.
홍영표 위원장은 이날 오전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 법안이 노동계와 경영계에서 요구하는 사항이 첨예하고 이해가 다르기 때문에 그것을 조정하는 것이 정말 어려웠다"며 "그러나 결과를 보면 알겠지만 여야 의원이 대단히 균형있게 상의를 해줬다"고 말했다.
실제로 근로시간을 최대 52시간으로 단축하는 것은 여야 이견이 없었지만 휴일근로 수당 가산, 특례업종 축소 등에선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해왔다. 최종 합의안에는 그간 한국당 등 야당이 주장해온 휴일근로 수당 '150% 가산'을 반영한 대신, 민주당이 주장해온 법정 공휴일 유급휴무 민간으로 확대, 특례업종 대폭 축소 등의 내용도 포함시켰다. 여야 한발씩 양보해 접점을 찾아나간 것이다.
한국당 소속 임이자 환노위 간사는 "노동계는 노동계대로 만족하지 못할 수 있고 경영계도 경영계대로 불만을 제기할 수 있다"면서 "저희는 양쪽다 균형을 맞추려 했다는 점을 높이 평가해달라"고 요청했다. 바른미래당 소속 김삼화 간사도 "각자 이견이 있지만 양보와 타협하려했다"며 "노동계나 경영계 둘다 만족할 순 없겠지만 근로시간 단축을 통해 근로자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데 한걸음 전진했다는데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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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동안 잠들어 있던 근로시간 단축 법안이 국회 환노위 문턱을 넘으면서 최종 통과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다만 대법원 판결 시점을 감안하면 시간이 촉박하다. 국회는 향후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쳐 2월 국회 마지막 회기일인 28일 본회의에서 최종 법안 처리를 시도할 계획이다. 법사위 통과 전망에 대해 임 의원은 "지금 정치권이 만만치 않다"면서도 "한국당도 민생정치를 하겠다고 말씀을 드렸고, 이 부분에 대해서는 3당 원내대표 간에 잘 얘기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말했다.
근로시간 단축 법안이 본회의를 최종 통과할 경우 향후 대법원 판결에도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홍 위원장은 "상임위에서 법안을 통과시켰기 때문에 대법원에서는 당연히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고려하는 것이 정상"이라며 "저희들이 대법원 판결 전 상임위에서 이렇게 법안을 통과시킨 것도 그런 이유가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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