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돌아오는 '금감원 인질극'
기재부 공운위, 내년 금감원 공공기관 지정 가능성 '단서'…반복되는 논란에 "금감원 지위 안정성 확보 필요" 의견도
[아시아경제 권해영 기자] 금융감독원이 올해 공공기관 지정 대상에서 제외되면서 일단 급한 불은 껐다. 그러나 기획재정부 공공기관운영위원회가 내년에 지정할 수 있다는 단서를 달면서 금감원의 공공기관 지정 논란이 연례행사처럼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일 금감원 관계자는 "공운위에서 지적받은 내용을 수용해 앞으로 문제를 개선해 나갈 것"이라며 "블라인드 채용을 도입하는 등 제도 개선에 나선 것처럼 앞으로 금감원이 더 노력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금융위원회와의 팽팽한 줄다리기 끝에 전날 기재부 공운위는 금감원을 공공기관 지정 대상에서 제외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금감원 공공기관 지정과 관련해 공개적으로 반대 의사를 밝히고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설득에 나서면서 기재부 입장에서도 금감원 공공기관 지정을 밀어붙이기가 부담스러웠을 것이란 분석이다.
불씨는 남아 있다. 공운위가 지적 사항에 대한 개선이 미흡할 경우 내년에 금감원을 공공기관으로 지정하겠다는 단서를 달아서다. 1년의 유예기간이 남았을 뿐 내년에도 같은 논란이 반복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금감원은 지난 2011년 저축은행 사태, 2013년 동양그룹 부실 사태 당시 공공기관 지정 대상으로 지목돼왔다. 지난해는 채용비리 사건으로 공공기관 지정 논란이 불거졌다.
일각에선 금감원을 공공기관으로 지정하면 독립성을 훼손하고 금융위, 국회, 감사원에 이어 기재부까지 4중 규제를 받게 하는 등 금감원 입장에선 '시어머니'만 늘게 할 뿐이란 지적이 제기된다.
공운위가 요구한 채용비리 근절 대책 같은 경우도 금감원은 이미 블라인드 채용을 도입해 채용 제도를 개선했다는 평가다. 지원자의 성명, 학력, 출신 등 정보를 평가 위원들에게 일절 공개하지 않는다. 그 결과 여성 합격자 비중이 처음으로 50%를 넘었다. 지방대 쿼터도 유지해 다양한 대학 출신이 합격했다.
공공기관으로 지정된다고 채용비리가 없어지는 것도 아니다. 정부가 공공기관 채용비리 특별점검 결과 공공기관 275개가 적발됐고 수사 의뢰된 대상에 포함된 공공기관 현직 기관장도 8명으로 드러났다.
금감원 직원들에 대한 컴플라이언스도 엄격한 편이다. 금감원은 저축은행 사태 이후 4급 이상 직원에도 재산 등록 의무를 적용한다. 4급은 공채 5, 6년차로 일반 기업으로 치면 '대리급'이다. 4급 이상 직원은 퇴직 후 유관기관 취업도 제한된다. 금감원은 공운위의 지시를 수용해 비효율적 조직 운영 등 감사원 지적사항을 개선하고 앞으로 공공기관 수준으로 경영공시를 수행할 예정이다.
다만 일각에선 매년 1월말 공공기관 지정 논란이 반복되는 것은 문제로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부처간 밥그릇 싸움으로 비춰지는 데다 해마다 반복되는 논란으로 비효율성이 커서다. 금감원의 지위에 대한 법적 안정성과 일관성 확보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현재 국회에서는 정무위 소속 박선숙 국민의당 의원이 금감원을 한국은행과 함께 공공기관 지정 대상에서 아예 제외하는 내용의 공공기관 운영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상태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배포금지,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