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반도체 팹리스 스타트업 1호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사)에 등극한 파두가 최근 한국거래소에 상장예비심사 청구서를 제출하며 본격적인 기업공개(IPO)에 돌입했다.
10일 한국거래소와 파두 등에 따르면 파두는 한국거래소에 상장예비심사 청구서를 곧 접수한다. 파두 관계자는 "이르면 이날까지 늦어도 다음 주 중으로는 거래소에 상장예비심사 청구서를 접수할 예정이며, 이후 기업공시채널에 공개될 것"이라고 밝혔다. 파두는 지난해 초 NH투자증권을 대표 주관사로, 한국투자증권을 공동 주관사로 선정하고 코스닥 특례상장을 위한 기술성 평가도 진행하는 등 IPO를 준비해왔으며, 하반기 중으로 마무리할 방침이다.
파두의 증시 입성을 두고 기업가치(밸류에이션)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크다. 최근 파두는 1조800억원의 기업가치로 프리IPO(상장 전 지분투자)를 마무리하면서 주목을 받았다. 국내 팹리스 스타트업 1호 유니콘으로 등극한 때문이다. 2016년 12월 SK인포섹(현 SK쉴더스)과 포레스트파트너스 등에서 첫 투자를 받았는데 당시 기업가치는 약 540억원이었다. 6년여 만에 몸값이 20배 가까이 급증한 셈이다. 위드윈인베스트먼트, IBK캐피탈을 비롯해 기존 투자자인 포레스트파트너스가 이번 투자에 참여했다.
파두 관계자는 "최근 어려운 자본시장 환경, 특히 스타트업 펀딩 혹한기에도 반도체를 설계하는 국내 팹리스 기업 중 유일하게 글로벌 시장에서 명확한 사업성과를 올리고 있다는 점을 높이 평가받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서울대 공대 '메모리 및 스토리지 구조연구실' 출신 연구원 주축으로 2015년 6월 출범한 파두는 데이터센터에 특화된 시스템 반도체 업체다. 첫 제품군이자 현재 주력 사업은 데이터센터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사업이다. 파두는 데이터센터용 SSD 컨트롤러와 이를 탑재한 SSD 제품군을 개발, 미국의 데이터센터와 주요 빅테크를 중심으로 다수의 고객을 확보했다.
미국 빅테크와 돈독한 관계를 바탕으로 인공지능(AI)과 스트리밍(Streaming)이라는 데이터센터의 핵심 워크로드에 대응하는 다양한 반도체 제품군으로 확장을 추진하고 있다. 해당 부문 개발 조직을 운영하고 북미 네트워크 반도체 업체 등에 대한 투자와 공동개발 프로젝트도 진행 중이다. 이를 바탕으로 2030년까지 데이터센터향의 다양한 반도체 제품군을 갖춘 매출 3조원 수준의 글로벌 팹리스 기업으로 성장한다는 계획이다.
파두의 투자자들은 상장 때 기업가치(시가총액) 2조원을 기대하고 있다. 기관 투자자들이 파두의 미래에 후한 점수를 주고 있어 충분히 달성 가능한 밸류에이션이라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주요 투자자로는 컴퍼니케이 파트너스와 AJ캐피탈파트너스, 삼호그린인베스트먼트, 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 캡스톤파트너스 등이 있다. 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기술성 평가를 진행한 결과 각 기관으로부터 'AA'와 'A'라는 우수한 성적표를 받아 IPO 시장이 회복될 경우 파두의 상장 후 시가총액이 2조원 안팎에 이를 것이란 기대가 형성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투자자들은 파두의 성장 속도가 더욱 가팔라질 것으로 기대한다. 파두는 지난해부터 SSD 컨트롤러 양산 체제를 구축하면서 빠른 속도로 매출과 이익이 늘고 있다. 지난해 매출은 2021년의 51억원 대비 큰 폭 증가한 500억원 후반대를 달성했고, 40억원 수준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올해 IPO를 통해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한 기초체력을 확보하면 성장 속도에 날개가 달릴 것이란 게 이들의 시각이다. 업계 관계자는 "파두는 지난해 메타(옛 페이스북) 등 글로벌 빅테크에 기업용 SSD 컨트롤러를 공급하며 기술력을 인정받은 만큼 전 세계 데이터센터에서 파두의 SSD 컨트롤러 수요가 계속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면서 "파두는 메타뿐 아니라 다른 빅테크와도 공급처 확대를 협의 중"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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