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형수 기자] 정부가 로봇배송 상용화를 서두르고 있다. 국회는 도로교통법·개인정보보호법 등 자율주행로봇의 실외 주행을 제한하는 규제를 완화하기 위해 법률 정비에 착수했다. 로봇 업계는 정부가 계획한 대로 로봇배송이 가능해진다면 빠르게 성장하는 전 세계 '라스트 마일' 시장에서 국내 업체의 활약을 기대하고 있다.
국회와 로봇 업계에 따르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심사2소위(위원장 이만희 국민의힘 의원)는 22일 회의를 열고 도로교통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자율주행로봇이 보도를 통행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한 데 의의가 있다. 도로 통행도 가능하도록 검토했지만 자율주행로봇의 속도와 안전을 고려해 보도 통행까지만 허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만희 2소위원장은 "24일 전체 회의를 열어 법안을 통과시킬 예정"이라고 말했다.
시행령이나 시행규칙 같은 하위 법령이 만들어지면 보도를 통행하는 자율주행로봇을 볼 수 있을 전망이다. 다만 도로교통법 개정안 통과는 시작일 뿐 로봇배송 상용화까지 풀어야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자율주행로봇이 주행 중 사고가 날 경우 보험 적용과 같은 세부적인 논의가 필요하다.
로봇 업계는 양금희 국민의힘 의원이 대표 발의한 '지능형 로봇법 개정안'과 정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지능형 로봇 개정안' 등이 국회를 통과하면 상용화가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했다. 양 의원은 지능형 로봇 보급을 촉진하는 데 장애가 되는 규제를 혁파하고 실외이동 로봇의 운행과 관련된 법령 개정을 위한 근거조항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실외이동 로봇의 정의를 신설하고 보도 통행의 허용 대상이 되는 로봇을 명확하게 규정하는 것부터 시작해 운행안전인증도 실시하는 근거 등을 담았다. 로봇 탓에 발생한 손해를 담보하고 인적 ·물적 손해 배상을 위한 보험 가입 등을 의무화하도록 했다. 정 의원은 현행 지능형 로봇법안이 국회를 통과한 2008년 2월26일을 기념해 '로봇의 날'로 지정해 로봇에 대한 국민의 이해를 깊게 하고 지능형 로봇 개발자·제조자의 로봇산업 진흥 의욕을 고취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국회의 규제 완화 움직임과 함께 정부는 로봇을 산업 전반의 생산성을 높이고 산업재해를 줄일 수 있는 동력으로 보고 육성에 나섰다. 우선 '로봇 규제혁신 로드맵 2.0'을 마련해 다음 달 발표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우선 업계 목소리를 듣는 데 주력하고 있다. 22일 장영진 1차관은 분당두산타워에서 '첨단로봇 전략 협의체' 킥오프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는 산업부와 한국로봇산업진흥원, 두산로보틱스, LG전자, KT, 뉴로메카, 로보티즈, 코모텍 등 주요 로봇 업체 관계자가 참여했다. 참석자들은 '첨단로봇 산업 전략 1.0'을 마련하기 위한 전략을 논의했다. 장 차관은 "로봇 친화적 환경 구축 등을 담을 계획"이라며 "다음 달 중 로봇 업계 수요를 반영한 로드맵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음식 배달, 화물 운반, 광고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용할 수 있는 자율주행로봇 시장 전망은 밝다. 라스트 마일은 제품이나 서비스의 배송 직전 단계를 의미한다. 전자상거래 수요가 급증하면서 관련 시장 규모가 커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레이츠리서치는 전 세계 라스트 마일 시장이 지난해 433억달러(약 56조원)에서 2030년엔 1322억달러(약 172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국내 로봇 업체들은 수년 전부터 라스트 마일 시장을 겨냥한 자율주행 물류 로봇 상용화를 준비했다. 딥러닝을 통한 인공지능(AI) 기술을 접목한 자율주행로봇을 개발해 꾸준히 시험하고 있다. 로보티즈는 2019년 12월 자율주행로봇 규제 샌드박스를 통과해 서울 강서구 마곡 지역에서 시범 운행하고 있다. 자율주행로봇을 차기 성장동력으로 선정하고 지난해에도 연구인력을 확충했다. 지난해 3분기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은 32%를 차지했다. 미국을 비롯한 해외 시장 진출도 추진하고 있다. 2021년 미국 동부 지역에서 실외 자율주행로봇의 배송 테스트를 진행했고, 미국 최대 물류기업 중 한 곳과 협력 파트너십도 맺었다.
유진로봇은 자율주행을 위한 핵심 부품인 라이다(LiDAR)를 개발했고 물류로봇도 수출하고 있다. 3차원(3D) 스캐닝 라이다를 적용해 전 방향 주행이 가능한 자율주행로봇 '고카트'를 출시했다. 유럽 수출에 필요한 국제표준인 ISO 13482를 국내 최초로 획득했다.
비상장 기업 가운데 뉴빌리티는 라스트 마일의 효율성 개선과 배달시장의 수급 불균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설립한 자율주행 배달 로봇 스타트업이다. 자율주행 기술과 자체 플랫폼을 바탕으로 서비스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XYZ는 인공지능 기반의 로보틱스 기술을 일상에 적용하는 서비스 로봇 스타트업이다. 리테일 채널을 운영하며 소비자와 접점을 강화하고 로봇솔루션 실증 시험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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