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드 F-150 라이트닝, 배터리 결함에 생산 중단

[아시아경제 권해영 기자] 미국 자동차업체 포드가 배터리 결함으로 전기 픽업트럭인 F-150 라이트닝의 생산을 중단했다. 전기차 픽업트럭 생산량 확대하려는 포드 계획에도 차질이 빚어졌다.


포드는 14일(현지시간) 지난주부터 이 모델을 생산하는 디트로이트 공장이 가동 중단됐다고 밝혔다. 포드 대변인은 "차량 출하 전 품질 검사 과정에서 잠재적인 배터리 결함이 발견됐다"며 "조사 기간 동안 (생산, 출하를) 중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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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150 라이트닝은 미국 내 인기 픽업트럭인 F-150의 전기차 모델이다. 포드는 지난 4월부터 F-150 라이트닝 생산을 시작, 주문량을 맞추기 위해 공장 가동에 속도를 내 왔다.


현재 미국 전기 픽업트럭 시장에선 포드의 F-150 라이트닝이 리비안 자동차의 'R1T', 제너럴모터스(GM)의 'GMC 허머'가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포드는 2022년 F-150 라이트닝을 1만5600대 판매했고, 현재 대기 주문만 20만대라고 밝혔다. 짐 팔리 포드 최고경영자(CEO) 역시 앞으로 수년 내 미국 시장에서 테슬라의 판매량을 넘어설 것이라고 강조해 왔다.


미국 경제전문매체 CNBC는 "자동차 제조사는 통상 배터리 결함 및 리콜에 직면할 수 있지만 배터리 문제는 특히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자동차업체들이 배터리 부문에만 수십억달러를 쏟아붓고 있는 만큼 한 번 결함이 발생하면 손실이 크다. 안전 문제도 우려된다. 2년 전엔 GM이 배터리 결함으로 쉐보레 볼트 전기차를 리콜하기도 했다. 리콜 대상은 미국 6만대, 한국 1만대 가량을 포함해 총 7만대였다.

이번 배터리 결함으로 전기차 전환에 속도를 내려는 포드의 계획도 차질이 불가피해 보인다. 팔리 CEO는 초기 전기 픽업트럭 시장에서 선두주자로 도약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해 왔다. 특히 내연기관차를 고집하다가 뒤늦게 전기차 전환에 뛰어든 만큼 포드는 전동화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어 왔다. 지난 13일엔 중국 전기차 배터리 업체 CATL과 손잡고 35억달러(약 4조5000억원)를 투자해 미국 미시간주에 배터리 공장을 설립한다는 계획도 내놓은 바 있다. 이날 독일, 영국 등 유럽 전역에서 3800명 감원 계획을 밝히면서 전기차 전환의 일환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현재 F-150 라이트닝에는 SK온 조지아1공장에서 생산한 NCM9 배터리가 전량 탑재됐다. NCM9은 니켈 비중이 약 90%에 달하는 고성능 하이니켈 배터리다. 니켈 비중이 높을수록 주행거리가 늘지만 안전성이 떨어지는 단점이 있다. SK온은 배터리 내부의 분리막을 지그재그(z) 모양으로 감싸는 Z-폴딩 기술로 이를 보완했다. SK온은 미국 법인인 SK배터리아메리카(SKBA)를 통해 총 26억달러를 투자, 조지아주에 단독으로 배터리 1·2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이중 9.8기가와트시(GWh) 생산 능력을 갖춘 1공장은 2019년 착공 후 작년부터 양산을 시작했다.


WSJ는 "전통적인 자동차 제조사들이 전기차 개발, 판매를 위해 스타트업과의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면서 "하지만 많은 기업들이 공급망 불안으로 생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권해영 기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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